간편송금 넘어 중고차시세 조회 등 다양한 서비스 출시
유니콘 종착지는 ‘종합금융플랫폼’

토스(toss)가 파격 인재발탁을 진행 중이다. 경력 입사자에 대한 대우가 파격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 연봉에 1.5배를 올려주겠다고 한다. 이것만으로도 이직자에게 매우 해피한 조건이다. 여기에 토스는 하나를 더 토스한다. 전에 다니던 회사 일년치 연봉에 준하는 돈을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 혹은 스톡옵션으로 지급한다. 최대 1억원까지 보상한다고 한다.

스톡옵션이야 그간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뉴스에서 자주 보던 용어다. 그런데 사이닝 보너스는 흔하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한테 연봉 외에 별도의 특별 보너스를 줄 때나 쓰는 용어다. 새로 합류하는 직원에게 주는 1회성 인센티브다. 물론 미국의 기업들은 이런 보너스를 종종 쓴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업계 스타트업인 토스가 메이저리그급으로 인재를 관리하겠다는 말이다.

 

누적가입자 1500·송금액 60조 돌파

이승건 토스 대표는 파격 조건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달았다. “최고 수준의 역량과 책임감을 갖춘 인재에게 높은 자율성과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끌어내는 것이 토스의 조직문화입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업계 최고의 대우로 불필요한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원칙에 따른 결정입니다.”

이승건 대표는 2011년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했다. 갑자기 토스 이야기를 하다가 비바리퍼블리카를 이야기하니 헷갈릴 수 있는데, 회사명이 비바리퍼블리카고, 금융 서비스 브랜드가 토스다. 토스는 금융시장에서 정확히는 한국의 핀테크 업계에서는 최초의 유니콘 기업으로 통한다.

지난 10월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순위에 28위에 랭크되기도 했던 토스는 지난 1010일 기준 누적 가입자 1500만명을 돌파했다. 그간 누적 송금액이 60조원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3000억원을 넘어섰다.

보통 토스는 전통적인 금융거래용으로 확산되던 서비스가 아니다. 자투리 돈이 오고 갔다. 송금 규모가 친구나 지인들끼리 몇 만원, 몇 천원을 편하게 주고받을 때 자주 사용하는 정도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렇게 작은 금액들의 송금이 빈번해질수록 비바리퍼블리카의 매출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201635억원에서 2017205억원, 2018560억원으로 매년 급성장을 시작했다.

이승건 대표는 현금 인출만 빼고 모든 금융 관련 서비스를 모바일에서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실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매일 중요하게 다루는 영역은 통화, 카카오톡, 뉴스 보기 그리고 계좌송금일 것이다. 핀테크는 이것을 가능하게 한 새로운 금융산업이다. 핀테크는 편해야 성공한다.

돈이 오고가는 게 불편하면 핀테크의 활성화가 안 된다. 예를 들어 발레파킹을 하고 현금 몇 천원을 주차 직원에게 지불해야 하는데 현금이 없을 때가 너무 많다. 요즘에는 그냥 주차 직원 계좌로 돈을 보낸다. 토스가 단기간에 성공한 발판이 바로 생활 속 편리함을 제공해 줬기 때문이다.

 

천송이코트계기로 혁신서비스 인정

핀테크란 금융(Finance)와 기술(Techology)의 합성어다. 원래가 핀테크는 기술이 본질이다. 거기에 금융이란 옷을 입혔다고 보면 되는데, 현금 인출만 빼고 모든 금융 관련 서비스를 모바일에서 가능하도록 구현하는 것이다. 토스의 편리함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금융규제 허들을 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한국처럼 유독 금융에 대한 정부 규제가 센 곳도 드물다.

2014년 토스 서비스를 들고 금융시장에 첫 발을 들여놓았을 때 공인인증서 관련 규제부터 풀어야 했다. 돈을 송금할 때 안전장치로 금융권이라면 반드시 공인인증서를 거쳐야 한다. 토스 입장에서 공인인증서만큼 핀테크 활성화에 큰 장애물도 없다. 이거 때문에 출시 2개월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처음부터 울퉁불퉁 험로 주행이었다. 그래서 이 공인인증서 혁파를 위해 초창기 이승건 대표는 은행들을 쫓아다니며, 사정사정을 해야 했다.

토스와 같이 4차산업혁명 분야의 스타트업들의 고충은 거의 비슷하다. 예를 들어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가까운 거리를 스쿠터와 자전거를 공유하는 서비스)은 전 세계 선진국에선 유니콘 기업이 자주 출몰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한국에서는 여객 운수사업법에 접촉이 되기에 민간기업이 활성화하려면 여러 규제와 법을 충족하는 데 올인해야 한다.

이래서 한국에서 기술기반의 스타트업은 기술력 향상에 몰두하기 보다는 관련 규제나 법을 먼저 달달 외우게 된다. 웃지 못하는 업계 현실이다.

혁신적 아이디어로만 승부하려던 이승건 대표도 은행법과 자본시장법을 다시 공부해야 했다. 4년전의 이야기다. 기술이 법의 울타리 안에서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했다는 거다. 그러다 뜻밖의 운이 찾아왔다. 당시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전지현이 입은 롱코트 일명 천송이 코트를 사려는 중국의 수많은 시청자들이 한국 쇼핑몰의 각종 공인인증서, 액티브 X 프로그램 설치 문제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자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간편 결제에 대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뒤늦게 깨닫고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토스 서비스를 인정해 준 것이다. 그게 20152월이었다.

이승건 대표는 1982년생이다. 서울대학교 치의학과를 졸업한 뒤 종합병원, 장애인치과를 거쳐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다. 아주 전형적인 의사의 길을 걸으면서 그는 자신의 인생 목표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바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래서 병원을 창업해도 시원찮을 판에 일반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지금은 자유롭게 사용하는 토스는 8번의 도전 끝에 나온 서비스다.

8번의 도전 중에 토스의 초창기 서비스에는 모바일 청첩장부터 소액기부하기, 보험료 계산 등 다양했다. 이 대표는 지금의 토스가 시장에서 자리잡은 것은 실패에서 비롯됐다초기에 선보인 서비스가 실패로 끝났었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실패를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실패의 경영학이 뭔지를 이승건 대표는 누구보다 잘 아는 CEO였다.

 

LGU+ 결제사업부 인수 작업 본격화

토스는 올해 2019년이 새로운 도전의 해였다. 사업의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를 제1순위로 따졌다. 그간 잘 성장하던 간편송금만으로는 중장기적인 토스의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걸 간파했다. 그래서 올해 1월 독립 보험 대리점(GA)를 설립했고 이어서 중고차 시세 조회, 보험금 간편청구, 대출상품 비교, 스마트폰 판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토스의 누적 가입자가 1500만명이나 되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을 때 실패의 리스크가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 5월에는 증권사 설립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자본금 문제로 현재까지 인가가 미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비바리퍼블리카가 LG유플러스 전자결제(PG) 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인수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승건 대표는 토스를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바꾸려고 한다. 지난달 15일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재신청했다. 토스뱅크는 하나은행을 주주로 참여시켰으며, 여기에는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한화투자증권, SC제일은행, 웰컴저축은행 등도 합류했다. 토스뱅크의 인터넷은행 인가 여부는 12월에 결정된다.

요즘 토스의 내부 직원들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회사의 변화에 기대와 열정이 높아지고 있다. 연초에는 모든 직원의 연봉을 1.5배 인상하고, 스톡옵션 5000주씩을 지급했다. 또한 자율 출퇴근제, 휴가 무제한 사용제, 무이자 전세자금대출, 연봉 외 사내 모든 정보 공개 등 획기적인 시스템으로도 유명하다.

토스의 금융산업의 떠오르는 유니콘 기업이면서 동시에 한국에서 요즘 중시하는 일하고 싶은 일자리의 표본을 만들고 있다. 그 두 가지 엄청난 과업을 의사 출신 이승건 대표가 차근히 밀고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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