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는 지금 생존을 위한 전쟁 중입니다. 업계 전체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갖가지 전술과 전략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제1원칙 중에 하나는 바로 장수를 정하는 일입니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얼마 전 대표이사 교체라는 강수를 뒀습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는 50세입니다. 전임 보다 12살이나 젊은 CEO입니다. 세대교체를 통한 생존 방안을 모색중인 겁니다.

이번엔 국내 3대 백화점 중 한 곳인 현대백화점이 대표이사를 교체했습니다.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 사장을 신임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로 내정한 건데요. 김형종 대표도 59살로 젊은 리더십의 수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도 동시에 교체했습니다. 윤기철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이 현대리바트 대표이사로, 김민덕 한섬 경영지원본부장·관리담당(부사장)은 한섬 대표이사로 승진한 겁니다. 윤 사장은 57, 김 사장은 52살입니다. 모두 50대의 젊은 CEO들입니다.

유통업계가 세대교체를 하는 건 당면한 과제 때문입니다. 그간 유통업계를 좌지우지한 CEO들은 50년대생이었습니다. 60대 이상의 전문경영인이 오랜 관록과 경륜으로 회사의 성장과 안정을 이뤘던 거죠. 이제 유통업계는 온라인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달라져야 합니다. 그 제1 변화로 세대교체라는 카드를 쓰는 거죠.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끄는 정지선 회장은 이렇듯 유통사업의 새로운 활력을 넣고자 노력 중입니다. 또 다른 전략적 카드로 정지선 회장은 면세점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면세점 시장 자체가 침체기입니다. 한화도, 두산도 면세점 사업을 차례로 포기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에 아랑곳 않고 현대백화점이 공격적인 면세점 사업을 펼치는 이유가 뭘까요.

현재 정부(관세청)는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를 모집 중입니다. 그런데 현대백화점만 참가 중이라고 합니다. 이번 입찰에서 사업권을 따내면 기존에 있는 강남 무역센터점뿐 아니라 동대문도 거점을 마련하게 됩니다. 최근 특허권 취득을 전제로 동대문 두산면세점의 부동산과 유형자산 일부를 인수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업계 추정 6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면세점 시장은 추운데, 현대백화점만 사업의 군불을 때는 이유는 확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속내라고 합니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업계 후발주자입니다. 2016년에 절치부심한 끝에 면세 사업권을 따냈습니다. 그뒤 201811월 코엑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10층에 첫 면세점을 열었던 거죠. 신규 면세점답지 않게 오픈과 함께 버버리, 페라가모, 구찌 등의 명품을 입점시켜 주목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꿈꾸는 ‘2020년 매출 1조원목표는 어렵습니다. 올 들어 600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 3분기 기준 현대백화점 면세점 매출은 2108억원에 그쳤습니다. 결론은 면세점 한 곳으로 매출을 키우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면세점은 대량의 물건을 직매입해 가격을 낮춰야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유통 사업의 기본 속성이기도 하겠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유리합니다.

그래서 현대백화점은 두타면세점 인수를 시작으로 강북 면세점 사업을 키워 규모의 성과를 내겠다는 겁니다. 두산면세점 매출이 연 7000억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특히 정지선 회장은 공격적인 점포 확대를 통해 백화점 주도권 쟁탈전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2009년 이후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신촌점, 킨텍스점을 개점한 데 이어 지방에서도 대구점, 충청점을 오픈하며 점포수를 계속 늘려갔습니다.

지역 랜드마크로 꼽히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판교점을 연이어 오픈한 데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송도점과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을 개장하는 등 아웃렛 시장에도 공을 들여왔습니다. 최근에는 서울 여의도 파크원 빌딩에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을 연다는 계획도 발표했죠. 면세점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으면 될 거 같습니다. 과연 정지선 회장이 면세점 사업 확장을 통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품게 될지 기다릴 일만 남았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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