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동향] 다시 살아난 대형 할인점 ‘타깃’

2017228일로 시간을 돌려보자. 당시 타깃 CEO 브라이언 코넬(Brian Cornell)과 경영진은 맨해튼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이벤트 공간 내부에 그린룸을 만들었다. 이날 이곳에서 브라이언 코넬은 연례 투자자 모임을 갖고 생사가 걸린 회생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브라이언 코넬은 타깃이 전 세계에서 월마트와 아마존을 상대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기 수익성은 희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가장 잘 알려진 몇몇 브랜드는 없애고 대체한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정비하고, 직원 32만명 중 상당수의 임금을 인상한다. 이날 타깃이 밝힌 계획 중에서 투자자들을 가장 불안하게 한 조치는 매장 수백 곳을 대규모로 리모델링하는 것이었다. 3년간 총 70억 달러가 투자되는 프로젝트였다.

이 계획에 대한 시장 반응은 혹독했다. 도대체 어떤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아마존이 지배하는 시대에 매장에 수십 억 달러를 쓴단 말인가? 바로 주가가 하락했다. 장이 열리고 14%까지 급락했다. 타깃의 수익이 몇 년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투자자들의 결론이었다. 코넬의 70억 달러 투자 발표가 주가를 떨어트린 건 당연했다. 확실한 효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액이 타깃의 지난 2년간 순이익을 모두 합한 것보다 컸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매장 개선은 유통업체의 회생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사실 상식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소매업계와 주주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당시 오프라인 소매업체에 대한 실망감이 얼마나 만연했는지를 보여준다. 메이시스나 J.C. 페니 같은 백화점들과 갭, 베드 배스 & 비욘드 같은 전문 체인점들은 매장 수백 개를 집단 폐점했다.

이들은 줄어드는 오프라인 방문객을 상쇄하기 위해 온라인 성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보통 전자상거래에 드는 비용이 수익을 덜 잠식하기 때문에 주주들은 이런 조치를 지지했다.

하지만 타깃은 이들과 다른 방향으로 걷기로 결심했다. 타깃은 소매업체의 근본을 지키는 것, 즉 매장과 상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에서 가능성을 봤다. 타깃은 2020년 말까지 매장 1800개 중 1000개를 리모델링할 계획을 세웠다. 이와 더불어 도시 내 고급 번화가 수십 곳에 소규모 매장을 열고 있다. 쇼핑객들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는 의류보다 멋진 진열과 더 밝고 고급스러운 계산 공간 등이다. 전자상거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창고 등의 공간을 정비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했다. 타깃이 디지털 판매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코넬은 새로 단장한 뉴욕 주 웨스트버리(Westbury)의 타깃 매장을 방문해 진행 중인 계획의 일부를 설명했다. 선반 높이를 낮춰 어수선함을 줄이고, 시야를 개선해 쇼핑객들이 매장 안을 더 쉽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신선식품 구역의 목재 재배농 진열대는 식료품층에 고급스러운 직거래 시장의 분위기를 더한다.

밝게 빛나는 진열대들은 반짝 할인스낵들에 눈길을 가게 만든다. 이 모든 장치들은 웨스트버리 매장을 쇼핑객들이 가야 하는 곳보다는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설계됐다. 브라이언 코넬은 방문자 수는 타깃의 건강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라고 강조했다.

20172, 의심에 찬 눈초리로 타깃을 바라보던 주주들은 만 2년 반 만에 깜짝 놀라고 있다. 타깃이 축하 퍼레이드를 벌일 만한 대단한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8분기 연속 동일매장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1분기 총 매출은 174억 달러로 2017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소매업계 기준으로는 경이로운 성장이다. 동일매장 매출 성장률도 메이시스, 콜스, 월마트 등 대부분 경쟁업체들을 앞질렀다. 70억 달러 투자계획에 따라 영업이익이 처음에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총 이익은 꾸준히 유지되며 최근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의 애널리스트 로라 케네디는 모든 소매업체들이 기술 회사처럼 행동하려 했다고 지적하며 그런 후에 그들은 우리는 소매업체이고, 어떻게 하면 물건을 더 잘 팔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깨달았다고 설명한다.

타깃은 본질에 집중했다. 브라이언 코넬은 때로는 소리를 낮춰야 한다대신 고객들이 둘러보고, 탐험하고 싶어했던 소매업체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하려면 칙칙한 매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했다. 타깃은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리노베이션 대부분 과정을 진행했기 때문에 매장을 완전히 닫을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현금 흐름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타깃의 이러한 접근방식은 도심의 작은 매장들에서 융합된다. 이에 따라 20172월만 해도 30개에 불과했던 이런 매장들이 현재 100여 곳으로 늘었다. 타깃은 이 매장들을 앞세워 월마트가 경쟁하지 않는 시장에 진입하고, 좀 더 부유한 도심 지역에서 전자상거래 유통 거점을 구축할 수 있다.

현재 타깃의 평균 쇼핑객은 42.5, 가구소득은 77610달러로 월마트의 46, 64202달러와 비교된다. 브라이언 코넬이 세운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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