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오뚜기, ‘착한기업’명성 되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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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오뚜기, ‘착한기업’명성 되찾을까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42
  • 승인 2019.12.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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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로 이미지 흔들, 지배구조개선 착수

라면지분처리가 마지막 퍼즐

삼성 애플 코카콜라 나이키 구글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기업이다. 굳이 매출 규모를 따지거나 특정 상품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기업 이미지 그 자체가 바로 힘이다.

갓뚜기로 불리는 오뚜기도 기업 이미지의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갓뚜기는 신을 의미하는 갓(god) 과 오뚜기가 결합되며 만들어진 별칭이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정도 경영이 알려지며, 오뚜기는 기업이미지도 상승하고, 매출도 늘었다. 그런 오뚜기가 시험대에 올랐다. 실적은 정체되고, 기업 이미지는 걸림돌에 부딪혔다.

최근 SNS에 재미난 글이 올라왔다. 뮤지컬배우 함연지가 아버지인 함영준 회장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함연지는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빠 요즘 참기름, 들기름에 냉압착 방식이 중요하다는 걸 여기저기서 듣네라며 말을 건넸다. 그러자 함 회장은 오뚜기 순백참기름을 예로 들며 세세한 설명을 답해주었다. 함 회장의 해박한지식이 빛났다.

함 회장은 또 우리 제품에 대해 무엇이든 물어봐라며 다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어. (중략) 우리 오뚜기 제품 하나하나는 모두 내 자식같은 존재들이거든. 그런 소중한 마음을 갖고 신제품을 생각하고 제품을 발전시켜야만 한다고 아빠는 믿어~”라고 덧붙였다.

다소 간접 홍보같은 글로도 비치지만, 팔로어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오너가 보여준 전문지식과 애정에 긍정적인 평가가 댓글로 이어졌다.

 

상속세 성실납부·정규직 99%

오뚜기는 흥미롭다.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간 과정이 남다르다. 일반적으로 기업 이미지가 잘 만들어진 곳은 대기업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도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언감생심, 알아도 따라할 수 없는, 먼 나라 이야기다.

오뚜기는 이와 대비된다. 일단 대기업도 아니고, 막대한 자금이나 압도적인 제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오뚜기는 2014년부터 착한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에게 더욱 주목을 받는 사례기도 하다. 먼 나라가 아닌 바로 이웃나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나도 한 번?’하며 따라하고 싶은, 따라해볼 만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오뚜기가 착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몇 가지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 상속세 납부, 정규직 채용, 라면값 동결 등이 그 배경이다.

2016년 고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별세하며, 함 회장은 오뚜기 지분 등 재산을 상속받았다. 이에 따라 상속세도 납부하게 됐는데, 그 규모가 1500억원에 이른다. 함 회장은 상속세 납부 의무를 기피하지 않고, 전액을 5년에 걸쳐 성실히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편법을 동원해 상속세를 피하는 재벌가 오너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기업 이미지가 깎일지언정, 상속세는 내지 않겠다는 오너들이 적지 않다.

오뚜기는 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도 미담이다. 전체 직원 2900여명 중 정규직 비율은 99%에 이른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고 했던 고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의 뜻을 함 회장도 잇고 있다.

2008년 이후 진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고 11년 넘게 유지하는 것도 기업 이미지 구축에 한 몫했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인만큼, 서민 가계에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오뚜기의 일관된 정도 경영에 대중은 감동했다. 갓뚜기로 불리며 각종 여론 조사에서 넘버원 착한 기업으로 손꼽혔다. 또한 단순히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갑을 열게 했다.

갓뚜기 별칭을 얻기 전인 2014년말 라면 시장 점유율은 19.3%20%에 못 미쳤다(AC닐슨 자료 참고). 하지만 2015년말엔 24.5%5%포인트 이상 급상승했고, 2018년 말에는 28%에 이르렀다. 전체 라면 시장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불편한 진실드러나며 실적도 악화

함 회장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명사가 됐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 간담회에 중견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함 회장은 막상 자신이 주목받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함 회장 자신이 기업이미지를 올리는 1등 공신이 됐다. 최근 딸 함연지 배우와의 카톡에서도 함 회장은 열정을 발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좋은 일 뒤에 탈도 뒤따랐다. 언론의 주목을 받다 보니, 약점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오뚜기가 가진 약점은 내부거래다.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로 지적을 받게 됐다.

오뚜기라면이 대표적이다. 오뚜기는 라면을 자체 제작하지 않고, 오뚜기라면에서 제작한 라면을 사다 팔고 있다. 오뚜기라면은 전적으로 오뚜기에 의존하는 구조다. 오뚜기라면 지난해 매출 6459억원 가운데 6417억원을 오뚜기와 거래로 올렸다. 오뚜기가 직접 만들면 회사 수익을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오뚜기라면에서 사다가 판매하는 것이다.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함 회장이다. 함 회장은 오뚜기라면의 지분 32.18%을 갖고 있다. 결국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 개인회사의 배를 불려주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뚜기는 오뚜기라면 지분 27.65%를 갖고 있다.

갓뚜기로 뜨기 전에는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기업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보니,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살짝 비껴나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여부를 본격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오뚜기가 착한 기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니, 기업 내부 구조의 불편한 진실도 주목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기업 이미지에 위기다.

기업 실적도 주춤하고 있다. 라면 시장점유율은 후퇴했다. 오뚜기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9월말 시장점유율은 26.2%. 지난해 말 28%에서 조금 줄었다. 지난해 히트했던 진짜쫄면’ ‘쇠고기 미역국 라면등은 시들해지고, 올해 선보인 맥앤토마토 스파게티’ ‘마라샹궈면등은 경쟁사 제품에 밀렸다. 수익성도 하락했다. 오뚜기 3분기 매출액은 59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4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억원 줄었다.

 

오너 일가 주식, 계열사로 편입

갓뚜기 열풍은 기업 이미지 면에서나 실적 면에서 모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게다가 9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새롭게 맡은 조성욱 위원장이 자산총액 5조원 이하 중견 집단의 부당한 거래 행태도 꾸준히 감시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혀 오뚜기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뚜기는 몇 해 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결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뚜기제유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하던 관계 주식을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오너 지분율이 20% 이상이 기준이다. 이 과정에서 오뚜기는 종속회사가 늘고 외형이 커졌다.

덕분에 2018년 연매출이 농심을 넘어서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효과도 있다. 지분을 팔아 확보한 자금으로 함 회장은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착한 기업 이미지도 강화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 모든 문제를 해결한 건 아니다.

주력기업인 오뚜기라면은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최소한 함 회장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오뚜기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감안하면, 지분 전량을 오뚜기에 넘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함 회장은 이 같은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오뚜기, 갓뚜기 명성을 지키고 오뚝설 수 있을까.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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