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김영윤(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짧은 산업화의 기간 속에서 전체 취업자의 7.6%와 국내총생산(GDP)15%이상을 차지하며 국가 인프라 확충과 서민 일자리 창출로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최근 대·내외적으로 급격한 경제환경 변화와 산업 내부적으로는 불합리한 칸막이 및 불공정한 거래 관행 등으로 인해 혁신의 요구가 증대되고 있어 건설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업계·학계·노동계·전문가 등이 참여한 건설산업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 지난해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혁신방안은 크게 기술 혁신, 생산구조 혁신, 시장질서 혁신, 일자리 혁신 4가지로 구성돼 있고, 그 중 생산구조 혁신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수렴과 추가 논의를 통해 건설산업 생산구조의 큰 틀을 바꾸는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의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는 바로 업역규제 폐지이다. 1976년 이후 40여년간 법령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의 칸막이식 업역을 제거해 상호시장에 자유롭게 진출을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는 2개 이상 전문공사가 복합된 종합공사의 원도급 자격은 종합건설업(토목, 건축 등 5)에게만 부여하고, 전문공사의 원·하도급은 전문건설업(29)만 가능하도록 업무 범위를 규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발주자의 선택에 따라 역량 있는 건설사업자가 종합공사와 전문공사 상호시장에서 원·하도급 수주가 가능하도록 업역규제가 사라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단순히 건설업 면허의 종류에 따라서 계층이 나눠지는 구조적인 폐쇄성에서 벗어나 건설사업자의 역량에 따라 업무범위가 확장될 수 있어 현재의 계층적이고 수직적인 생산구조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들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직접시공을 강화해 도급단계를 축소함으로서 불필요한 사회·경제적인 비용 절감과 효용증대의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비자(발주자) 측면에서도 단순히 면허의 종류가 아니라 실제 시공 경험과 능력에 기초해서 원하는 건설사업자를 선택해 발주할 수 있게 돼 발주자의 선택권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 업종체계 개편은 업역규제 폐지 효과가 극대화 되도록 대업종 중심으로 업종체계 전반을 개편하면서 시공실적과 역량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대업종화에 따른 발주자 혼란을 방지하고 우량업체 정보제공을 강화하기 위해 2021년부터 주력분야 공시제도를 도입해 공사실적, 전문인력, 처분 이력 등을 검증해 공시하게 된다.

이와 함께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자본금 기준은 업계 부담 완화를 위해 종전의 70%수준으로 낮춰 지난 6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향후 업체수의 증가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 추가 하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자본금 하향에 따른 부실업체 난립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보증가능금액확인서 발급을 위한 현금 예치 금액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도록 조정했다.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협상력 차이에 따른 힘의 불균형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한번 형성된 갑-을 관계는 수직적 생산구조 하에서 개선하기는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건설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건설산업이 지속 발전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관행 개선과 제도적 혁신은 필수적이다.

우리 협회는 2021년 업역규제 폐지 시행에 맞춰 업종개편을 비롯해 발주 가이드라인, 상호실적 인정기준 등 세부 시행 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영세한 업체를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업계의 역량을 결집해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설산업 혁신방안이 업계와 시장에 안착되면 중장기적으로는 건설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향후 2021년부터 전개될 상황은 불확실하고,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여서 유·불리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변화하는 미래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해 나갈 때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문건설업계도 개별 기업 차원에서 새롭게 바뀌는 생산체계에서 그간 축적한 시공기술과 가격 경쟁력으로 원도급 종합공사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경영전략도 재편해야 할 것이다.

 

- 김영윤(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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