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 맏형인 이마트가 무려 1조원 가량의 현금 실탄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마트에게 올 한해는 힘든 한해였습니다. 지난 2분기 적자를 기록(299억원)하면서 자존심이 구겨지기도 했고요. 그러자 이마트는 곧바로 지난 8월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바로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을 비축하기 시작한 겁니다.

어떻게 3개월 만에 이러한 자금을 모을 수 있었을까요. 이마트는 전체 매장의 80% 이상을 자체 보유 중입니다. 그 말은 부동산이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마트는 최근 총 13개의 매장을 매물로 내놨고, 이를 투자기관들이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정확히는 9525억원의 자금이 마련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현금 자금을 확보한 이마트가 어디에 돈을 쓸지 시장의 눈길이 쏠립니다.

시장에서는 이 자금이 창고형 할인매장 확대에 쓰이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이마트의 트레이더스 매장을 늘리지 않냐는 겁니다. 사실 알게 모르게 이마트가 자산 유동화 전략을 추진할 때부터 이러한 매장 확대를 검토했다는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3개월이 지난 지금 기류가 좀 바뀌었다고 합니다. 트레이더스 전환이 큰 매력이 있겠냐는 내부 의견도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막상 자금을 쓸 준비가 되니 신중론이 더해지는 거 같습니다.

이마트의 다음 투자처는 ‘SSG닷컴이 될 수도 있습니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이 외부 자금을 유치해 공을 들이고 있는 부문인데요.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분야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세계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전면에 내세우는 사업입니다. 오프라인 분야의 1등인 이마트만으로는 선두에 나설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던 겁니다. 현재 SSG닷컴에는 외부 자금 1조원 가운데 7000억원이 투입된 상황입니다. 앞으로 3000억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고 여기에 이마트 1조 자금이 들어갈 가능성도 큽니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끄는데 이 현금의 대부분이 쓰일 거란 견해도 있습니다. 이마트의 재무 건전성 강화입니다. 이마트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습니다. 3분기에 전기 대비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입니다. 내년에는 이마트가 상환할 회사채가 9000억원 정도 있습니다.

내년도 내수시장 경기도 장담을 못하는 와중이기 때문에 실적전망도 긍정적이지 못합니다. 결국 이마트는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1조원의 자금이 엄청 많아 보이지만, 이마트라는 공룡이 지속성장하기에는 충분한 식량이 아닌 것처럼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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