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경영권이 변화합니다. 3세 경영체제가 막을 올렸습니다. 한화그룹 경영권 1순위 승계자로 손꼽는 김동관(36)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지난 2일 부사장으로 올랐습니다. 단순한 부사장 승진을 넘어 이번 인사에는 조직변화가 담겨 있습니다. 한화그룹은 내년 1월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에 한화큐셀을 흡수 합병시킬 계획입니다. ‘한화솔루션이란 새로운 회사를 출범시킬 예정인데요. 김 부사장이 이 회사의 전략부문장을 맡으며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겁니다.

한화케미칼이 태양광 중심 회사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겁니다. 몇 년전 만해도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은 신사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시험판으로 평가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김동관 부사장의 승진과 인사이동을 놓고 태양광 사업이 주력 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화케미칼은 한화그룹에 있어 전통성이 있는 계열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981년 회장직에 올라 첫 인수한 계열사로 김동관 부사장이 그동안 거쳤던 한화큐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등과 달리 한화그룹에서 상징성을 지닌 계열사였습니다. 한화케미칼은 1965년 설립된 한양화학을 전신으로 하는데 김승연 회장은 회장에 오른 이듬해인 1982년 한양화학을 인수하며 석유화학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석유화학 중심의 한화케미칼을 김동관 부사장이 태양광사업이라는 새로운 중장기 사업이 핵심 기둥으로 올라서는 겁니다. 더욱이 김 부사장이 전략부문장을 맡는 만큼 태양광사업의 그룹 내 위상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화그룹도 지난 2일 공식 보도자료에서 김 부사장은 한화솔루션의 주력부문으로 자리 잡을 태양광사업에서 미래 신소재 개발, 에너지 리테일사업(전력소매사업) 강화 등을 통해 중국업체와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화케미칼은 그간 사명이 자주 바뀌었습니다. 바뀔 때도 회사이름에 화학’ ‘케미칼을 뺀 적이 없는데, 이번에 한화솔루션은 전혀 다른 개명입니다. 한화케미칼은 1982년 한화그룹에 한양화학으로 인수된 뒤 1994년 한화종합화학, 1999년 한화석유화학, 2010년 한화케미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회사이름에 정체성을 유지한 거죠.

한화그룹은 그룹 차원에서의 태양광 육성 전략 준비도 마쳤습니다. 한화그룹은 지난 9월 인사에서 한화케미칼 대표이사에 태양광사업 출신인 이구영 부사장을 앉혔는데요. 한화케미칼 대표에 태양광사업 출신이 앉은 것은 이구영 부사장이 처음이었습니다.

한화그룹은 중차대한 미래 목표가 있습니다. 지난해 태양광, 방산, 항공, 석유화학, 서비스 등 주요 사업에 2022년까지 22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 가운데 단일사업으로 가장 큰 규모인 9조원이 태양광사업에 투입 중입니다.

그럼,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이 주력사업이 될만큼 실적을 내고 있을까요? 태양광사업은 한화케미칼의 연결기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737%, 201840%에서 올해는 6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에는 태양광사업 비중이 한화케미칼 전체 매출의 7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요. 올해 연결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도 태양광사업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동관 부사장은 김승연 회장의 첫째 아들입니다. 한화그룹이 태양광사업에 진출했을 때부터 태양광사업을 이끌어 왔고 현재의 위용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지난 2015년말 인사에서 전무에 올라 1~2년 전부터 꾸준히 부사장 승진 가능성이 나왔지만 그간 승진 명단에서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내년이 김동관 부사장이 한화그룹에 몸담은 지 10년입니다. 이말인 즉슨, 한화그룹이 태양광사업에 진출한 지 10년이라는 겁니다. 새로 출범할 한화솔루션이 새로운 10년의 태양광사업의 시작입니다. 그 선봉장에 여전히 김동관 부사장이 서 있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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