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허태수 GS그룹 새 회장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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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허태수 GS그룹 새 회장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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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수 2243
  • 승인 2019.12.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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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순위 하락에 충격, ‘혁신전도사로 구원등판

디지털 DNA’접목, 미래 먹거리 발굴

GS그룹 수장이 바뀌었다. GS그룹이 용틀임을 시작했다. 최근 허창수(71) GS그룹 회장이 사임하고, 허태수(62) GS홈쇼핑 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추대됐다. 아직 임기를 2년 앞둔 허창수 회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는 무엇일까. 허태수 신임 회장이 서둘러 방향키를 넘겨 받은 배경은 뭘까. 단초는 어쩌면 올해 발표된 작은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재계 순위를 발표했는데, GS그룹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GS그룹이 7위 자리를 한화그룹에 내주고 한 계단 밀려난 것이다.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며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운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이는 외부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GS그룹 내부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GS그룹은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GS그룹은 에너지 사업을 주 사업으로 하면서 건설과 리테일이 뒤를 받치고 있는 구조다. GS그룹 내에서 자산총계가 가장 큰 GS칼텍스(2018년말 기준 자산총계 19조원)를 보자. 최근 5년간 순이익률이 5%대를 넘어선 적이 없다. 또한 석유화학업종의 특성상 변동성이 크다. 국제 유가와 같은 외부 요인에 수익성이 크게 흔들린다. GS건설(12조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4%대 순이익률을 내긴 했지만, 이전엔 마이너스에 빠져있었다. 건설경기에 많이 좌우된다. 리테일(7조원) 역시 수익성이 높지 않다. GS리테일의 순이익률은 2017년부터 1%대에 머물러있다. 한편, GS홈쇼핑(14000억원)10%에 가까운 순이익률을 내고 있지만, 다른 계열사에 비해 사업규모가 작다. 게다가 새로운 성장동력도 뚜렷하지 않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새로운 리더 필요허창수 회장 용단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현대자동차는 수소차와 자율주행차, SKLG는 전기차 배터리, 한화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미래를 걸고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GS그룹엔 내놓을 만한 신규사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재계 순위에서 밀린 것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오너가엔 씁쓸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GS그룹은 다각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나섰다. GS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GS는 지난 10그룹 펀드를 조성하고 나섰다. 목표는 수천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GS그룹이 지주사에 자금을 모으는 건 이례적이다. GS그룹은 오너가가 각 계열사에 포진돼 자율 경영을 하는 체제다. 힘을 모아 한 곳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은 구조다. 하지만 위기의식이 그룹을 뭉치게 했다. GS그룹은 펀드를 이용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허창수 회장의 결단도 새 시대를 여는 마중물이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 3일 사장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가 2년 넘게 남았지만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용퇴를 결정했다고 그룹 측은 밝혔다.

“GS그룹을 15년간 밸류 넘버 원 GS (Value No.1 GS)를 일구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습니다.” 허창수 회장이 3일 사장단 회의에서 밝힌 심중이다.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가 필요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해 GS가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시기입니다. (중략) 새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허창수 회장의 말대로 허 회장은 GS그룹 내실을 다지고 경영 안정화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4LG와 잡음 없이 GS그룹을 분리시킨 허창수 회장은 2005년 그룹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계열사 15, 자산 18조원 매출 23조원이던 그룹을 15년 만에 계열사 64, 자산 63조원, 매출 68조원으로 키웠다.

허창수 회장은 에너지, 유통서비스, 건설 등 3개 핵심 사업군을 집중 육성해 성장을 이끌었다. 2012년 그룹내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GS에너지를 출범시켜 신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유통에선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매각하고 편의점과 슈퍼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GS홈쇼핑은 인도 중국 태국 등 해외로 시장을 넓혔다. 건설에선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안착시키고 최근 인공지능을 결합한 홈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 회장에 선임된 허태수 회장은 고 허준구 회장의 5남으로 허창수 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이후 미국 콘티넨털은행, LG투자증권 런던법인장, IB사업본부 총괄 상무 등 해외 근무를 하며 국제 감각을 쌓았다. 2002년엔 GS홈쇼핑 전략기획부문장 상무로 입성했고, 2007GS홈쇼핑 대표이사에 부임, 2015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전반에 IT프로세스 적용 강화

허태수 회장은 홈쇼핑 시장의 포화상태에도 불구하고 매년 높은 성장을 이끌어냈다. 내수 시장에 머물던 홈쇼핑을 해외로 확대시키고, 모바일 쇼핑을 강화하는 등 TV에 의존하던 사업구조를 다변화시켰다.

실적은 취임 전인 2006년 연간 취급액 18946억원, 당기순이익 512억원에서 2018년 취급액 42480억원, 당기순이익 1206억원으로 부쩍 커졌다. 모바일 쇼핑은 취급액이 20147300억원에서 20182조원을 넘겼다. ‘외부 파트너와 적극 협력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구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 아래 허태수 회장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한 결과다.

차세대 리더로서 보여준 면모도 주목할만하다. 허태수 회장은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써왔다. 지난달 GS그룹이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법인을 세우는 데 허태수 회장이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전초기지를 세운 셈이다.

2009년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자회사 ‘GSL Labs: Global Sensing and Learning Labs’을 설립한 것도 같은 일환이다. GSL랩은 기술 변화에 따른 사업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안테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비단 GS홈쇼핑에 국한되지 않고 GS 전반에 기여하고 있다. 덕분에 허태수 회장은 그룹 내에서 디지털 혁신 전도사로 불리고 있다. 또한 디자인씽킹등 혁신 방법론을 기업 전반에 적용하며 선진 IT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적극 적용하고 있다.

허태수 회장의 소탈한 성격도 경영스타일의 일면을 보여준다. GS홈쇼핑 사장이 된 이후 시무식에서 긴 연설이 사라졌다거나, 보고서는 종이 한 장에 압축표현하도록 한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 외부에 알리지 않고 직원들과 봉사활동이나 체육활동을 함께 하며 업무 피드백을 직접 챙긴다. 골프와 농구를 즐기고, 실력도 수준급이라고 전한다.

 

세대교체 가속, 4세경영 본격화

GS그룹의 새로운 리더로 낙점된 허태수 회장은 내년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GS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허창수 회장은 그룹 회장과 이사회 의장에선 물러나지만, GS건설 회장직은 유지하며 건설 경영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도 이어가고, 그룹 명예회장으로서 지위를 갖게 된다.

한편, 허창수 회장 퇴임과 함께 오너가의 세대교체도 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허세홍(50) GS칼텍스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 시대의 막을 연 데 이어, 이번 인사에선 허윤홍(40)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신사업부문 대표 겸 사업관리실장을 맡았다. 허세홍 사장은 허동수(76)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이고,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허창수 회장의 장남이다.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준홍 부사장은 GS그룹 창업주 고 허만정 선생의 장손이다. 허만정 선생의 장남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 회장의 장손자이자 허남각(81)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이다. 허준홍 부사장은 피혁가공 업체인 삼양통상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을 넘어 변화를 선택한 GS그룹. 허태수 회장과 4세 경영인은 어떤 청사진으로 답할까?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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