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는 무위와 역설의 철학인 도가(道家)에 사상적인 근거를 두고 있다. 책에 실려 있는

군주가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주면 신하들 스스로 능력을 발휘한다.(虛而待之 彼自以之)”, “자애로 싸우면 이기고 그것으로 지키면 굳건하다.(, 於戰則勝 以守則固)”는 모두 도가의 책 <도덕경>에 뿌리를 두고 있거나 직접 인용했던 글이다. 하지만 한비자는 신하들의 상벌에 대해서는 엄격했다. 사람들은 선함이 아닌, 자신의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하들의 말과 일의 진실함을 가장 핵심으로 여겼다. 군주가 내리는 상벌에 관해 실려 있는 이병편(二柄篇)’을 보면 그 구체적인 운용방법이 실려 있다.

임금이 장차 신하의 간사함을 막으려고 하면 법의 적용(刑名)을 합당하게 심사해야 한다. 그것은 말과 일에 대해서다. 신하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 임금은 그 말에 따라 일을 내려주어 그 성과를 책임지게 한다.”

임금과 신하 간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말과 일이다. 말의 그 사람의 진실함을 의미하고 일은 그 사람의 성과와 능력을 뜻한다. 신하들은 거짓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혀야 하고, 그에 따라 일을 받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그에 합당한 성과를 거두면 상을 받게 되고, 거짓됨이 있으면 벌을 피할 수 없다.

공이 일에 합당하고 일이 그 말에 합당하면 상을 준다. 공이 그 일에 합당치 않고 일이 그 말에 합당치 않으면 벌을 준다. 그런 까닭에 여러 신하 중에 그 말만 크고 공이 작은 자는 벌을 준다. 공이 작다고 해서 벌하는 것이 아니고, 공이 명분과 합당치 않음을 벌하는 것이다. 여러 신하들 중에 그 말은 작게 하고 실제의 공이 큰 자에게도 벌을 준다. 큰 공을 즐겨 하지 않음이 아니라 그 명분과 합당하지 않은 해가 큰 공이 있는 것보다 더 나쁘므로 벌을 주는 것이다.”

여기서 흔히 알고 있는 신상필벌과 다른 관점을 알 수 있다. 무조건 공이 크다고 해서 상을 줘서도 안 되고, 성과가 모자란다고 해서 벌을 주는 것도 아니다. 부하는 자신의 능력에 맞는 목표를 세워 보고하고,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목표의 초과달성을 위해 애초에 목표를 줄여 말하거나, 편법을 동원해서 성과를 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진실함이 없기에 오히려 벌을 받아야 하는 일인 것이다.

자신이 했던 말보다 실적이 모자란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능력보다 말을 더 앞세우게 되면 당연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터무니없는 목표를 보고함으로써 당장 눈가림을 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함에 벌을 주는 것이다.

리더가 오직 실적의 크고 작음만으로 부하를 판단하고 상벌을 운용한다면 오히려 조직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만약 조직이 지나친 성과주의에 매몰되면 당장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직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하게 된다. 부서 간의 벽을 쌓는 불통, 다른 부서의 실적을 빼앗는 월권이 바로 그로부터 말미암는다. 한비자는 결론으로 이렇게 말한다.

자기 직무의 일을 지키고, 하는 말이 바르면, 신하들은 붕당을 만들어 서로 결탁하지 못할 것이다.” 리더는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가 아닌, 부하들의 진실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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