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철저하게 실사구시의 영역이라는 기본적 사실을 무시하고 정책을 수행하면 의도를 배반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현실 인식이 결여되거나 왜곡된 상황에서 이념적 지향이나 희망적 사고에 근거해 접근하면 의도와는 거리가 먼 결과, 때로는 역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잘 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아마추어적인 태도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정책적 실수나 오판은 수많은 경제 주체를 혼란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여서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선한 의도에서 추진됐으나 선한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산업의 구조적 특성이나 경제행위자의 심리를 무시하거나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중소기업계에서는 정부에 정책전환을 요구했고, 그 결과 임금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근로시간 단축 법적 규제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대안이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현장이 회복 불능 상황이 되기 전에 신속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장과 괴리가 있는 정책이 졸속하게 시행되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 현실에 대한 착시 현상에 기인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고 인구가 5000만이지만 높은 해외의존도로 인해 내수시장의 유효수효가 부족하며, 과다한 주거비와 교육비로 인해 가처분 소득에 여유가 없다.
더욱이 복합다각화된 재벌 집단이 폐쇄적 내부 시장을 구축하고 있고, 유통시장도 대기업 주도의 수직적 통합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거래비용이 높고 생존력이 취약하다. 이러한 구조적인 여건으로 인해 약간의 외부적인 충격이 가해져도 적응의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좋은 사회’란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실현할 희망이 있으며, 실패해도 재도전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업과 중소기업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간 상생과 임금격차 완화,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호와 안정화, 사업실패 비용 감소와 재도전 기회 제공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서 총체적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 문제들은 상호연관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만 개선해서는 성과를 실현하기 어렵고, 국가 시스템 혁신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괜찮은 일자리 창출과 근로조건의 개선이 지속되려면 기업의 투자 의욕과 혁신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경쟁을 통한 격차 확대로 인해 불평등 사회를 만드는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은 기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창의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규제가 늘어나면서 기업가의 열정과 사업의욕이 저하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생산성 향상 없이 법적 강제에 의해 근로조건을 개선하려고 하면 이는 부담 전가에 의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거나 근로조건이 악화된다.
경영여건이 나빠지고 생존이 어려워지면 기업을 정리하거나 해외로 이전 할 수밖에 없다. 고용창출이나 내수시장 활성화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된다. 답은 기업하기 좋은 사회, 중소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는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총선도 있고 하니 새로운 미래를 위한 진정성 있는 정책 대결을 통해 ‘좋은 사회 만들기’의 방향 전환을 기대해 본다.
- 한정화(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장·한양대학교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