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면서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3명이 최소 한 번은 연임에 성공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아주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다음과 같은 공식이 통합니다. ‘연임은 필수, 재연임은 선택이 되는 겁니다.

조용병 회장의 연임 확정에 따라 이제 손태승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에 시선이 몰리고 있는데요.

지난달 30일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손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습니다. 손 회장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치면 회장으로 확정됩니다.

손 회장도 연임에 성공하면 4대 금융지주 회장 4명이 모두 연임에 성공하게 됩니다. 특히 이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해 무려 9년 동안 하나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데요.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3년으로 계열사 CEO 임기보다 보통 1년이 깁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한 차례 연임해 6년 가까이 KB금융지주를 이끌고 있고요. 윤 회장이 내년 연임에 또 성공하면 김 회장과 마찬가지로 9년 동안 회장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장수 CEO를 유지하는 것은 금융권은 물론이고 일반 대기업에서도 드뭅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장기 집권에 따른 권력 집중이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합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대표적인데요.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견제받지 않는 막강한 권한을 누렸는데 둘 모두 떠나는 뒷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지주 회장의 연임이 문제가 된다는 논변은 같은 기간 은행장 임기가 오히려 짧아지고 있다는 점 때문인데요. 이렇게 되면 회장 1인의 권력 집중이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아래 있는 은행에서 은행장 임기는 모두 2년입니다. 과거 통상 3년의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최근 들어 모두 임기가 단축됐죠. 회장의 재임기간에 은행장 선임이 이뤄진다면 행장자리를 위해 내부적으로 줄서기를 비롯해 알력다툼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은 부정적 요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은 지주 회장이 오래 임기를 이어갈 때 가능하기 때문이죠.

한국처럼 금융지주에 관치와 낙하산 외풍이 강한 곳도 드물긴 합니다. 정답은 딱히 없지만, 금융권의 새로운 2020년이 밝았습니다. 모두 노련한 금융지주 회장들의 지휘아래 어떤 성과를 올릴지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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