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일본 수출규제 이은 악재에 한숨
정부, 5개분야 대책반 가동해 적시 대응 밝혀
미국-이란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유가상승 등 악재가 국내기업계를 타격하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 소재한 섬유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A대표는 “유가상승이 원재료비 상승으로 이어져 연초부터 실적이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미중 무역 전쟁과 ‘보이콧 저팬’등 대내외 악재에 적자를 면치 못한 항공업계는 새해부터 불거진 미국과 이란의 갈등 소식에 초긴장 상태다.
유류비가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25∼30%를 차지하는 만큼 유가 상승은 실적 개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 3분기 기준 영업비용 3조1651억원 중 27%에 달하는 8546억원이 연료 유류비였다.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비 소모량은 약 3300만 배럴에 달한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연간 3300만 달러의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와 유류 헤지 등으로 유가 상승에 대비하고 있어 당장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악화할 경우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장기 침체를 겪은 만큼 올해 재도약을 꿈꾸던 해운업계 역시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석유가 주요 원자재인 업종도 비슷한 처지다.
환율 급등락에 불안 심화
또한, 환율의 변동폭이 커진 만큼 수출 중소기업의 고심도 깊어졌다. 8일, 이란의 미군기지 공격이후 10원 이상 급등했던 환율은 9일 8원 이상 하락하며 1달러당 1161원으로 마감했다.
구재관 메탈링크 대표이사는 “국제사회 제재로 이란으로의 수출이 없는 상황이지만, 달러변동성이 심하면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출중소기업인은 “작년 한해 동안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불매운동으로 수출에 영향이 있었는데 연초부터 악재가 나온 것 같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외 금값 동반상승
정부는 시장점검반을 가동하면서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0일 중동 상홍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유가, 건설 등 5개 분야의 대책반을 꾸려서 가동할 것”이라며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으나 엄중한 경계를 갖고 냉철하게 상황을 직시하며 적기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고 “현재 국내에 도입 중인 이란산 원유가 없고 중동지역 석유·가스시설이나 유조선 등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며 “국제적으로 초과 생산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은 국제유가에 미칠 파급효과를 제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8일 KRX 금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각각 역대 최대치인 272.6kg, 164억 원을 기록했다. 미국-이란 사이에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안전자산이 국제 금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금 가격 또한 동반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1g 당 금 가격은 6만1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인 6만1300원에 근접하고 있다. 작년 동기인 4만6430원과 비교하면 29.3% 상승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