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담보 없이 자금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제도가 관계형금융이다. 관계형금융은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으로부터 축적한 대표자의 경영능력과 기술력 등 성장가능성, 업계 평판과 도덕성, 자산처분을 통한 현금창출능력, 미사용 여신자원의 가용성 및 여신의 재계약 또는 기간연장 능력, 채무상환능력과 사업전망, 노사관계의 안정성 등 정성적 정보를 바탕으로 장기적 신뢰관계를 종합평가해 대출하는 금융서비스다.

201411월 은행권이 도입한 이후 지난해 상반기 3년 이상 장기 대출한 관계형금융 취급실적은 2018년 말 75354억원보다 9.7% 증가한 82660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의 2.5배 수준으로 높다. 2017년말 58818억원 대비 40.54% 급증했다. 회사당 대출평균도 201753300만원, 2018558000만원, 지난해 상반기 57100원으로 점점 증가했다.

관계형금융은 은행권보다 자금조달과 운용 능력이 떨어지는 저축은행, 신용조합 등 지역 소재 금융기관이 상당기간 축적한 경험을 가지고 사업파트너로 여기는 기업에서 확실한 경제적 유인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금융을 지원하는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대안적 수익모델이다.

기업의 상황에 맞게 금리방식, 상환방식, 금융형태 등 맞춤형 금융솔루션을 설계해 제공함으로써 은행과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다.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계량화된 공개정보가 매우 제한되기 때문에 대부분 정보는 이들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얻는 정성적 정보에 주로 의존한다. 정성적 정보는 중소기업에 추가로 대출하거나 중소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됐을 경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역 소재 중소기업에 맞는 관계형금융으로 뿌리내리려면 지역 소재 금융기관은 정교한 전산시스템 구축, 내규 개정, 전담조직 설치 등을 준비해야 한다. 체계적 정보관리 시스템을 통해 축적된 정보는 영업담당자와의 협업관계에 있는 조직 및 담당자들과 공유함으로써 영업마케팅 자료로 활용될 뿐 아니라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여신 사후관리와 신용위험관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전문성을 갖춘 충분한 인력이 정성적 정보 수집력을 증강하고 체계화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중소기업 사업성 평가는 기존 재무정보 중심의 신용평가 방식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다각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중소기업 현장 방문 등으로 재무정보가 아닌 현장 친밀도, 이해도 등 정성적 정보를 얻어 신용을 평가하므로 평가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관계형금융의 속성에 해당하는 인적 접촉, 밀착 모니터링, 주관적 판단 등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관계형금융은 분권적 형태의 여신전결권이 중요하다. 여신 의사결정은 주로 본부 심사조직 담당자가 담당하기보다는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기업금융전문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중소기업의 사장과 오랫동안 같이 일하는 대출 담당자는 그 사장이 정직하고 근면하다고 믿을 수 있으므로 무보증, 즉 신뢰도에 따라 대출할 수 있다.

정부는 관계형금융 정책수단이 파트너십 중심으로 운용되도록 시장기구, 지원기관, 중소기업 사이 친밀한 작동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정책전달 체계의 혁신을 위해 분야별 지원기관 및 전문가와 파트너십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관계형금융 모범규준 매뉴얼에 면책관련 사항이 명시돼 있지만 사문화되는 규정이 아니라 자금을 지원받지 못해 궁지에 몰리는 중소기업의 자금지원 확충을 독려하는 모범규준으로 제대로 작동하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세간에서는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199712월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자금을 지원받지 못해 자금경색이 심각하고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지역 소재 중소기업에 맞는 관계형금융 확충이 시급하다.

 

-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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