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학계에서는 요·순·탕·무(堯·舜·湯·武)등 옛 성인(聖人)중에서 그들의 이상(理想)을 발견하고 본받는 것이 혼탁한 세상을 구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전국시대 이단적 사상가 한비자(韓非子)는 옛 왕들의 정치방식으로 시대가 크게 변화한 현재의 세상을 구하겠다는 생각은 큰 잘못이며 그러한 고정관념부터 고쳐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고사를 인용했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얘기다.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한 남자가 배를 타고 양자강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는 배전에 걸터앉아 다른 선객들과 얘기꽃을 나누고 있었는데 허리에 찬 긴 칼이 스르륵 빠져 강물속에 떨어졌다. 그는 깜짝놀라 당황해 팔을 뻗어보았으나 칼은 이미 강물 밑으로 숨어들고 말았다.
그러자 그 남자는 반대편 허리에서 단도를 뽑아 칼이 강에 떨어진 배전에 흠을 내 표시를 하며 말했다.
“이제 됐다. 여기가 칼이 빠진 곳이니 이렇게 표시를 하면 칼은 언제라도 찾을 수 있다.”
얼마 후 배가 맞은편 나루터에 도착하니 남자는 표시한 배전밑 강물에 뛰어들어 칼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나의 표시는 여기가 틀림없는데….”
칼이 그곳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배는 칼이 떨어진 그곳을 멀리 떠났으니까. 그는 뭇사람들의 비웃음꺼리가 됐다.
또하나 동일한 종류의 고사 ‘그루터기(株)를 지킨다’(守株)의 얘기이다.
춘추시대 송(宋)나라의 부지런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 마을에서 가까운 산비탈 밭에서 밭을 가는 등 밭일에 열심이었다.
마침 이때 밭 옆에 있는 숲에서 토끼 한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도망치다가 밭 구석에 있는 고목의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아 목뼈가 부러져 죽고 말았다.
토끼는 약한 동물이고 특별한 방어수단이 없는 동물로 고작 달리고 잘 숨는 특성이 있다. 전국시대 齊나라의 맹상군(孟嘗君) 얘기에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해 토끼는 리스크 분산책으로 몸을 감쪽같이 숨길 수 있는 굴 세군데를 사전에 만들어 둔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잡기가 어려운 그러한 토끼가 제발로 뛰어나와 눈 앞에서 죽어주니 농부는 크게 기뻐해 밭일은 팽개치고 죽은 토끼를 가져가 맛있는 요리로 포식을 했다. 그리고 농부는 이튿날 부터 농사일은 걷어치우고 고목 그루터기 옆에서 토끼가 뛰어나와 부딪쳐 죽기만을 기다렸으나 토끼는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고 밭에는 잡초만 우거져 마을 사람들의 웃음꺼리가 됐다.
이 ‘수주’(守株)의 고사도 출전은 <韓非子>이다.
한비자는 철저한 법가(法家)의 대표자이며 秦의 시황제가 한비자의 유명한 ‘법술론’(法術論) 도입으로 천하통일의 위업을 성취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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