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 속에서 중국 증시가 경자년(庚子年) 첫 거래일인 3일 '패닉 사태'를 맞았다.

이날 오전 9시 30분(현지시간)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에서는 개장과 동시에 3000개가 넘는 종목이 가격 제한폭인 10%까지 떨어져 거래가 정지됐다.

하한가는 겨우 면했지만 9% 이상 떨어진 종목까지 더하면 3200개가량에 달한다.

양대 증시에 상장된 종목은 총 3700여개다. 한 마디로 중국 상장사 대부분이 하한가를 기록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인 지난달 23일보다 8.73% 급락한 2716.70으로 개장했다.

선전성분지수는 9%가 넘게 떨어진 채 장을 시작하기도 했다.

오전 장 마감 현재 양대 지수는 각각 8.13%, 8.27% 하락했다.

개별 종목의 가격 제한폭이 10%여서 지수는 이론적으로 10%까지만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9%에 가까운 지수 하락률의 의미를 가늠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준의 큰 낙폭은 2015년 이후 4년여만에 처음이다.

중국 증시 폭락기이던 2015년 8월에 종가를 기준으로 상하이종합지수가 하루 8% 이상 떨어진 날이 여러 번 있었다.

이날 중국 증시의 폭락 장세는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다.

중국이 긴 춘제 연휴를 보내는 동안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 증시가 모두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앞서 중화권인 홍콩 증시와 대만 증시는 춘제 연휴 이후 첫 개장일인 지난달 29일과 30일 각각 2.82%, 5.75% 급락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도 이날 하락 폭은 예상 범위를 넘는 충격적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상하이의 한 투자 기관 관계자는 "중국은 원래 시장 변동성이 큰 데다가 지금은 투자자들이 전체적으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어 하락 폭이 특히 큰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의약 등 극히 일부 신종코로나 테마주를 뺀 나머지 전체 주식이 하한가를 맞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주가 폭락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중국 경제에 끼칠 충격에 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은 판매업, 여행업, 운송업, 음식료업 등 업종은 물론 전 중국의 전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받을 충격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때의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한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로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소비의 급격한 둔화가 예상된다면서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1.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대부분 기관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9∼6%로 예상했다. 이런 관측이 맞아떨어진다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4%대 후반까지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에 맞서 과거 사스 확산 때처럼 통화와 재정 등 모든 정책 카드를 들고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단기 유동성 조절 수단인 역(逆)RP(환매조건부채권·레포)를 통해 1조2000억 위안(약 204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은행들에 공급했다. 이는 2004년 이후 하루 최대 규모다. 이날 만기가 돌아온 부분을 제외하고 실제 추가 공급된 유동성은 1500억 위안 규모다.

인민은행은 역RP 금리도 내렸다. 7일물 역레포 금리는 기존의 2.50%에서 2.40%으로, 14일물 역레포 금리는 2.65%에서 2.55%로 낮아졌다.

중국 항저우의 한 증권사 객장 [연합뉴스 제공]
중국 항저우의 한 증권사 객장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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