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떠올리면 고리타분하거나 잊혀져 가는 문화로 치부하곤 하지만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며, 전통을 즐기는 청년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우리의 전통놀이를 활용해 대회에 참여하는 이들이 있다고 하는데 대회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하야 ‘윷놀이 전국 청춘 챔피언십’. 여타 스포츠 대회와 격을 같이하는 ‘챔피언십’을 쓰는 걸 보면 영락없는 스포츠 대회이긴 한데, 윷놀이로 스포츠 대회라니.

이 대회의 기획자이자 주최자인 필자의 기획의도는 이러했다. 바야흐로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의 청춘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밤이면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음주가무 문화에 쉽게 녹아 들어 있었다. 그 마저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면 피씨방으로 향해 밤을 지새우며 게임을 즐겼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금이야 즐길 거리도 많다지만 옛 시대에는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여가 문화를 즐겼을까. 궁금했다. 해답은 간단했다. 바로 우리가 지금도 잘 알고 있지만 즐기지 않고 있는 ‘전통놀이’였다. 선조들은 윷가락을 던지고 상대의 말을 잡고 엎으며 인생을 논하고 또 즐거워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놀이를 현대라고 해서 즐기지 못 할 이유가 없었다. 난 전통놀이 윷놀이의 가능성을 점치고 더 이상 술 취한 청춘이 아닌 윷 취한 청춘이 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윷놀이 전국 동아리 챔피언십’을 개최하기 이르렀다.

지인의 작은 한옥 카페를 무료로 대관하고, 전국의 14팀을 섭외해서 대망의 첫 대회가 개최되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난생 처음보는 청춘들이 모여 웃고, 즐기며 대회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굳이 술이 없어도, 피씨방이 아니어도, 우리 윷놀이가 청춘들을 하나되게 만들어준 것이다. 참가팀 중에는 창단한지 1년된 축구 동아리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1년동안 1승을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윷놀이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들은 향후 축구가 아닌 윷놀이 동아리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이 자신감을 넘어 자존감까지 상승한 모습을 보며 보람찬 1회 대회를 장식하였다.
 

윷놀이 챔피언십 참가자들과 단체사진
윷놀이 챔피언십 참가자들과 단체사진

 

그 이후 서울시 사업공모 합격하여 2번째 대회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였다. 참가비를 받아 시작한 대회에서 예산을 받아 개최하는 대회가 된 것이다. 3회 대회부터는 서울시에서 제안을 받아 다시 한번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대회를 열게 되었다. 그렇게 대회를 차곡차곡, 마치 아리랑 고개를 타듯 넘어가니 이번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연락이 왔다. 이 대회는 서울에서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전국 대회가 되어야 한다는 그들의 제안. 바로 우리에게 윷놀이 전국 청춘 챔피언십을 기획해줄 것을 제안을 받은 것이다. 동네 한옥 카페에서 전국구로 뻗어 나가는 대회로 만들게 되다니 감개무량했다.

그 이후 대회는 총 5회째 개최되어 얼마전에는 서울, 경기, 대전, 전주, 부산까지 총 5개 지역예선을 거쳐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최종 본선을 치르며 대망의 전국 대회를 치룰 수 있었다. 어렵게 참가자를 모집했던 1회때와 달리 회를 거듭할수록 대회는 매회 수백명이 선착순 마감이 되는 청춘들이 꼭 참가하고 싶은 힙 한 대회가 되었다.

 

윷 디자인으로 팀복을 맞춰온 개성 강한 참가자들
윷 디자인으로 팀복을 맞춰온 개성 강한 참가자들

 

최근 들어 낡고 녹슨 공간들이 힙하게 리모델링 되며 을지로는 청춘들에게 힙(Hip: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함)과 을지로의 합성어인 ‘힙지로’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고, 경복궁과 인사동에는 추운 겨울 날씨임에도 한복을 입고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남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아리랑스쿨은 가야금, 해금, 판소리, 한국무용 등을 배우기 위해 20대 중후반의 200여명의 수강생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전통예술을 배우고 즐기는 문화공간이 되었다. 설명인 즉 이제는 더 이상 전통을 고리타분 하다거나 쇠퇴하는 문화쯤으로 바라 보는 시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적어서 청춘들에게서 말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전통의 DNA가 숨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끄집어 냈느냐 못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오늘 이 글을 본 누군가가 가슴 속 깊숙이 숨어있던 전통의 DNA를 찾아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고 : 아리랑스쿨 대표 문현우

공연기획자 문현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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