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의 인문경영학] ‘월권’ 방치는 ‘십상시’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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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의 인문경영학] ‘월권’ 방치는 ‘십상시’의 씨앗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51
  • 승인 2020.02.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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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태백헌문에는 그 직위에 있지 않다면 그 직위에서 담당해야 할 일을 꾀하지 말아야 한다(不在其位 不謨其政)”라고 거듭 실려 있다. 이 성어는 <명심보감> ‘안분에도 실려 있는데, 많은 고전에서 계속 강조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일을 맡은 사람은 자기 본분을 저버리고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월권을 하는 경우인데 이런 사람은 반드시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만약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고, 기웃거릴 시간도 없다. 따라서 월권을 하는 사람은 조직에 이중의 피해를 끼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른 일에 관여하느라 자기 일은 소홀히 해서 문제를 야기시키고, 전문도 아닌 다른 일에 개입함으로써 그 일에도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사사로운 충성을 과시하느라 조직의 인화를 깨뜨리는 문제가 생긴다.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함부로 남의 일에 관여함으로써 다른 사람은 사기가 꺾이고 일의 의욕을 잃게 된다. 특히 상사가 그 일을 용인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더욱 문제가 심각해진다. 조직의 기강이 흔들리고 체계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고사가 <한비자>에 실려 있다.

한나라 소후가 술에 취해 자고 있을 때 임금의 관모(冠帽)를 담당하는 신하인 전관(典冠)이 임금이 추울까 몸에 옷을 덮어줬다. 임금이 잠에서 깼을 때 기뻐하며 곁의 신하들에게 누가 옷을 덮어주었느냐?”라고 물었다. 신하들이 전관이 덮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왕은 옷을 담당하는 전의(典衣)에게는 벌을 주고, 전관은 사형에 처했다. 왕이 전의에게 벌을 준 것은 자신의 맡은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전관에게 벌을 준 것은 자신의 직무를 벗어나 월권을 했기 때문이다. 추운 것을 면하게 해준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직무 권한을 침해한 것이 추운 것보다 더 해가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임금이 신하를 거느리면 신하들은 직권을 넘어서는 공이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직무의 범위를 넘어 월권하면 사형을 당하고 만다.

이 고사는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임금이 추위를 당하지 않도록 옷을 덮어준 것은 누가 하든 충성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임금이 왜 자기를 위해준 신하에게 큰 벌을 내렸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작은 일에서 공과 사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크고 중요한 일에서도 원칙을 어길 수 있다.

특히 자신에게 맡겨진 공적인 일보다 리더와 사적인 친분을 더 중요시하는 풍토가 되면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조직에 이런 풍토가 자리 잡게 되면 지도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십상시(十常侍, 후한말 국정을 문란케 했던 열 명의 환관)와 같은 간신들이 창궐하게 될 수도 있다.

조직에서 권한이 세다고, 리더의 신임을 받는다고, 자기 능력이 남보다 더 뛰어나다고 자만하며 함부로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는 것은 조직에 큰 해가 된다.

혹시 리더 자신이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반드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충성에 만족하면 큰 충성이 무너진다.

 

- 조윤제 천년의 내공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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