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중소기업인들이 전과자 이상의 취급을 받고 있다. 우리가 남의 나라 사람들인가?”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하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겠다.”
지난달 26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의 간담회에서는 최근 정부의 단체수의계약 폐지방침과 관련, 중소기업계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이날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폐지시점을 1~2년정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열린 간담회를 지상중계한다. <편집자주>

▲김용구 기협중앙회장= 고유가 등 대외경제 불안요인과 일부 대기업의 노사관계 불안은 앞으로 중소기업의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는 중소기업의 경영안정과 기술혁신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권국범 자동제어조합 이사장= 모든 분야가 어렵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정말 하루 견디기도 어렵다. 4.15 총선당시만 해도 열린우리당이 단체수의계약 존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중소기업 천국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남의 나라서 기업하는 느낌
그런데 감사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개월간 단체수의계약제도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하고 갑자기 감사결과를 발표해 버려 허탈감과 배신감까지 느낀다. 중소기업청 마저도 이제는 폐지에 앞장서는 듯한 인상이 들어 기댈 언덕이 없어졌다.
감사원은 특히 감사결과에서 287만 중소기업중 극소수인 0.09%(2600개) 만이 혜택을 받고 있고 6만여건의 불법·부당행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폐지에만 초점을 맞춰 통계를 부풀렸기 때문이다.
실제 단체수의계약 수혜율은 단체수의계약 물품을 생산하는 2만여개 기업중 65%인 1만3천여 기업이 혜택을 받고 있으며 불법·부당하다고 적발한 6만여건도 정부 구매기관의 요구로 불가피하게 배정한 것이다.
부풀린 통계에 현혹되지 말고 당초 공약대로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존치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
▲정현도 제과제빵조합 이사장= 이번 감사결과 발표로 마치 우리가 도덕불감증에 걸린 집단인양 의혹을 받고 있지만 우리도 최소한 양심을 갖고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극소수 잘못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전부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매도해선 안된다.
▲주대철 정보통신조합 이사장= 우리 중소기업인들은 요즘 일본사람으로서 한국에 와 기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성실히 일하는 중소기업인을 마치 공금횡령이나 한 것처럼 매도해 전과자 이상의 전과자 취급을 받고 있다. 정말 우리가 남의 나라 사람인가?
단체수의계약을 폐지하면 1만여개 중소기업이 6개월을 못 넘기고 도산하게 된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단체수의계약을 폐지해 실업자를 양산하는 이상한 정책을 펴고 있다.
또 내년이면 우리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중소기업이 다 죽고 나면 경제가 어떻게 회생할 수 있나. 단체수의계약은 우리 중소기업에 꼭 필요한 젖줄같은 존재다. 문제가 있으면 제도를 개선해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
▲김기문 시계조합이사장= 개성공단에 1단계로 조성되는 1백만평이 중소기업에 분양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기업이 함께 들어가 클러스트화 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중국보다는 개성공단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에 기회를 줬으면 한다.
▲이수연 컨벤션이벤트조합 이사장= 중앙회가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 폐쇄로 인한 전시공간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성산동 舊 석유비축기지에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200억원에 이르는 건축비에 대해 국고지원이 필요하다.

경제 불확실성 해소 시급
▲강정구 상업용조리기계조합 이사장= 최근 우리 경제는 고유가와 내수침체 등으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16개월째 평균가동률이 60%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경제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불확실성 해소에 적극 나서줄 것을 건의드린다.
▲손한웅 귀금속연합회 회장= 귀금속업체들이 인건비가 싸고 정부지원이 많은 중국으로 나가고 있지만 연합회 회장으로서 책임감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 요즘은 잠도 안오고 앞으로 기업경영을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중국은 공무원이 앞장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데 우리 정부나 정치권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연합회 회장이 중국으로 간다면 대다수 업체들이 따라나설 것이다. 그러면 국내 귀금속은 전량 수입해다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정부가 되지도 않는 법을 만들어 규제만 할 게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달라.
▲최창환 가구연합회 회장= 노무현 대통령이 여의도 미성아파트에 살 때 중소기업전시장에서 돌침대를 사가는 걸 보고 노 대통령이 집권하면 중소기업을 잘 보살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외국에서도 단체수의계약을 없애라고 하지 않는데 먼저 앞장서 없애려 하고 있다. 우리도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없어지면 중국으로 공장을 옮길 작정이다.

大·中企 공동기술개발 지원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오늘 와서 보니 정말 중소기업이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 그러나 경제라는 것이 법으로 억지로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불만에 그치지 말고 상대적인 고임금구조를 뚫고 나갈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모색했으면 한다.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우리당의 공약은 단체수의계약제도 등을 정비해 공정경쟁제도를 확립한다는 것이었지 이 제도의 유지존속을 약속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폐지시점을 1~2년 정도 유예하면서 연착륙하는 방안을 산자부, 중기청 등과 협의하겠다.
또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동으로 기술개발할 경우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안병엽 열린우리당 제3정책조정위위원장= 중소기업연구원에 창구를 개설해 피부에 와닿는 규제완화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드린다. 개성공단 1단계 분양건은 한국경제 여건상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부터 분양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일부와 협의해 보겠다.

◇사진설명 :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홍재형 정책위의장 등 당 관계자 10명과 중소기업계 대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회복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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