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콜드체인 이어 모든 포장 종이화도전

유통의 새벽연 스타트업 성공신화

최근 들어 코로나19 때문인지 집에서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무척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른 바 방콕 장보기라고 불리는 소비트렌드가 늘고 있다. 요즘 오프라인 매장은 이번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주요 상권은 물론 골목시장까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구분될 정도다. 오프라인에서 구매를 못한 소비자들의 지갑은 온라인 쇼핑몰 주문으로 몰리고 있다. 쇼핑몰 배송 분야에 종사자들은 요즘 밤낮없이 분주하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온라인 쇼핑몰에 폭주하는 물량 중 구매 상위에 있는 것들이 대부분 신선식품이라는 것이다. 우유와 생수가 각 온라인쇼핑몰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유와 생수 말고도 신선식품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올라서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반조리·가정식이나 냉동·간편과일 등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신선식품 거래량은 같은 기간 1000%까지 급증한 곳도 여럿 있다.

배송에서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려는 모양이다. 배송하는 트럭과 배송기사에 대한 위생관리가 요즘 온라인 쇼핑몰 쪽의 최대 화두다. 차량 내외부 소독을 철저히 하고 배송기사들에게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 요즘 택배 물량 전달 방식도 달라졌다.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경우는 없다. 초인종만 누르고 배송기사들이 빠르게 사라진다. 이유는 고객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비대면 배송을 일찍부터 시행하는 곳도 많지만, 예방조치 차원에서 앞으로 이러한 전달 방식은 택배는 물론 배달음식까지 확대될지 모르겠다.

 

4년 만에 100배이상 급성장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소비문화 속에서 요즘 더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신선식품에 대한 새벽배송으로 업계 선두에 오른 마켓컬리가 그 주인공이다. 마켓컬리는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이전에 엄선한 제품을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마켓컬리를 신선식품업계의 쿠팡이라고 애칭하는 이유가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아주 빠른 배송 시스템이 비슷하기에 붙었다고 한다.

마켓컬리는 현재 신선식품 배송업계 1위다. 지난 2015년 설립 당시 매출은 2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는 2018157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2018년 대비 2배 심지어 3배 성장도 예상되고 있다. 이는 4년 만에 100배 이상 급성장하는 아주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샛별배송 가능 지역은 서울과 경기·인천 일부에 불과하지만 하루 주문량만 3~4만건에 달한다고 한다. 마켓컬리 회원수는 300만명이나 된다. 새벽배송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자리잡는 모양새다. 새벽배송 시장이 지난해 연간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시장의 성장세를 보고 대기업 경쟁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마켓컬리는 점유율 40%를 유지하며 업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켓컬리는 매해 연간 목표를 세워놓지만, 이건 전투에 있어 고지를 향한 목표 깃발이다. 매달 월 단위 목표치가 시장 상황에 맞게 다시 수정되고 설정된다. 그래서 빠듯한 월간 목표를 매번 달성하는 방식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스타트업 CEO 특유의 성장전략을 가지고 있다. 일단 초반 외형성장에 집중 중이다. 마켓컬리의 내실 있는 경영에 대한 세간의 분석과, 적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도 몸집을 키우면 흑자전환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의 재무를 보면 201554억원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 2018년은 영업손실 규모가 337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또한 61억원에서 350억원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상품과 인프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지출을 줄이면 언제든지 마켓컬리가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공격적인 투자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 중이다.

그래서 현재 마켓컬리는 현재 상품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대부분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술 투자에 가장 집중했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배송업계에서는 드물게 엔지니어 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물류에 대한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 김슬아 대표는 투자란 매년 큰 폭의 성장을 할 때 큰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집행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회사가 한참 큰 뒤에는 투자에 공격적일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100% 직매입·무반품 원칙 고수

샛별배송 역시 신선한 식재료, 즉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김 대표의 의지로 시작됐다. 대형마트는 농산물 수확 후 평균 48시간 이후 진열하지만 마켓컬리는 골든타임을 24시간으로 잡았다. 가장 신선한 상태로 배송하려면 새벽 시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켓컬리의 모든 유통과정은 각 상품별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풀 콜드 체인(Full Cold Chain)’으로 이뤄진다. 상품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김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고수해 온 시스템이다.

오직 품질을 위한 고집 같은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고품질 상품만 취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상품 기획자(MD)들은 산지를 방문해 상품 생산 과정을 꼼꼼히 살펴 판매 후보에 올린다. 매주 열리는 상품위원회에서는 MD뿐 아니라 마케팅, 고객서비스(CS) 부문 직원들이 함께 상품 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 위원회를 거쳐야만 홈페이지에 상품을 올릴 수 있다. 상품 출시까지 최소 수개월에서 1년가량이 걸리기도 한다.

상품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매일 검수팀이 상품 질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판매를 포기한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다. 마켓컬리와 거래를 처음 하는 생산자들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대신 김 대표는 생산자에게 믿음을 주기로 했다. 기준만 통과하면 마켓컬리와 오래 거래할 수 있었고 100% 직매입 원칙과 무()반품 원칙을 고수하며 생산자의 재고 부담을 덜어줬다. 생산자들로서는 마켓컬리와의 거래를 선호할 만한 동기가 되는 셈이다. 생산자들과의 신뢰를 통해 마켓컬리가 단독으로 판매하는 컬리온리상품도 출시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혁신도 추진 중이다. 친환경 유통회사라는 점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켓컬리는 그동안 과대 포장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그 이유는 생선, 달걀, 육류 등 신선식품 주력으로 배송하는 특성상 프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포장 등이 다른 포장 박스 대비 많이 들어가서다.

그런데 이제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에 쓰이는 모든 택배상자의 포장재를 전부 종이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배송 박스가 종이로 교체되는 걸 넘어서 그 안에 들어가는 완충 포장재, 테이프 등 100% 종이로만 구성한다는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배송시 들어가는 포장재는 업체는 물론 소비자의 편리성을 이유로 각종 프라스틱과 비닐 포장이 다반사다. 유통시장이 견고해질수록 사실 지구 환경에는 악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배송 이후 나오는 쓰레기들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내 유통회사 중에 100% 종이포장을 선언한 곳은 마켓컬리 말고 없다.

그러고 보면 요즘 대형마트에서는 장바구니 운동을 넘어 박스포장을 할 수 있는 서비스공간도 없애는 추세다. 커피숍에서 프라스틱 컵의 사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지도 오래다. 이렇듯 친환경 기업의 수식어는 젊은 소비층에게 어필하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마켓컬리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올페이퍼 챌린지라고 명명한다. 이 업체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비닐 750톤과 스티로폼 2130톤의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기업의 큰 결심이 지구환경을 살리는 가장 큰 운동이라는 걸 새삼 발견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등극

김슬아 대표는 새벽배송 시장을 깨어나게 한 선도자이면서, 한국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인물로 우뚝 일어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연말 국내 최대 스타트업 기관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의장이 됐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가 의장이었는데, 임기 2년이 지나 이번에 김슬아 대표가 의장이 된 것이다.

김봉진 대표는 2016년부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탄생과 성장에 많은 기여를 했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합병하면서 동남아를 기점으로 하는 글로벌 시장에 배달 음식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타트업계에서는 김봉진 대표의 성장스토리가 요즘 최고의 이슈다. 이번에 새로운 의장이 된 김슬아 대표가 새로운 혁신을 전파하는 중요한 인물로 성장하리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켓컬리는 한국에서 12번째 유니콘 기업(자산가치 1조 이상) 예비후보로 꼽힌다. 현재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는 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중소벤처기업부도 마켓컬리를 예비 유니콘기업에 선정한 바 있었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마켓컬리는 위험한 도전, 무모한 사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공룡 대기업이 많은 유통업계에서 특정 영역이 아닌 전 과정을 스타트업이 수행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남들이 자는 새벽시간을 공략한 김슬아 대표는 이제 유통업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혁신가로 둔갑했다. 유통업계의 혁신가가 성공한 CEO로 평가 받을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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