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을 좀 더 넓게 보는 지혜를 가지라는 ‘경영학의 새로운 시각’이란 책을 흥미깊게 읽었다. 사실 학교에서 배우는 경영학은 대부분 교과서적 원칙과 원리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현실 경영에 있어서는 반드시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원리와 원칙을 지키는 것은 분명히 중요하나 때로는 원칙을 벗어나는 여유 즉, 예외도 인정하는 폭 넓은 지 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경영에서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현재 상황을 유지하거나 지금의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원칙만으로는 어렵고 원칙을 벗어나는 예외도 필요하다는 것은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외도 인정하는 지혜 필요

첫째, 중단과 기다림의 여유를 찾는 형이다. 사업을 하다가 중단하는 것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중단이나 기다림 없이 승승장구해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손자병법에서도 싸우다가 안 되면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고 있고, 증권투자에서도 ‘쉬는 것도 투자’라는 투자격언이 있다. 무리하지 말고 쉬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라는 중단과 기다림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말이라고 할 것이다.
역사적 인물 중에서도 이러한 예들은 수없이 많다. 한나라의 시조가 된 유방은 항우에게 연전연패를 당해 궁지에 몰리게 되자 벽지인 촉나라로 후퇴하는 전략을 실행한다. 이후 유방은 권토중래해 수많은 전투에서 패배했으나 최후 전투에서 이김으로써 중원을 통일하게 된다.
또한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일화로 유명한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 도꾸가와 이에야스는 온갖 굴욕을 감내하고 철저하게 기다린 끝에 최후의 승자가 돼 3백년을 이어가는 막부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세가 불리할 때 맞서 싸우지 않고 힘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리면 결국에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굽힘과 굴절의 지혜’를 선택하는 형이다. 굴절이란 진행되는 방향에서 옆으로 비껴가
는 것이다. 사업을 일시에 중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렇다고 계속하기에도 무리인 경우, 진행 사업의 방향을 약간 틀어 다른 쪽으로 돌리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실패나 좌절이 아니라 현실과 타협하고 적응하면서 헤쳐나가는 임기응변적 전략이라고 할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의 한 사람인 조조는 계속되는 전투로 인해 병사들이 물이 없어 갈증을 참을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진격중인 적군의 뒤쪽 언덕을 넘어가면 매실나무가 있다.”라고 해 병사들의 입에 군침이 돌고 갈증을 잠시 잊게 함으로써 사기충천해 열심히 싸워 승전했다고 한다.

창조와 재충전의 핵심요건

또한 현실 경영에서 많이 원용되고 있는 경영다각화 전략은 기존 상태에서 탈피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현재의 상품이나 시장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새로운 상품이나 시장으로 전략방향을 튼다는 비껴 가는 굴절전략을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 ‘반전(反轉)의 전략’ 형이다. 중단과 굴절전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영이 안 될수록 그 문제를 직시하고 반대 방향으로 치고 나가거나 문제를 통념과는 달리 완전히 뒤집어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핵심은 문제의 급소를 짚고 상식의 허를 찔러 그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하는데 오히려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등 반전 전략은 일반적으로 성공확률이 상대적으로 적고 실패할 경우 손실이 매우 커진다.
따라서 세밀한 분석과 때로는 신중한 기다림이 필요하고, 일단 기회를 잡으면 신속하고 기습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남다르게 월등한 성과를 내는 기업들 중에는 경쟁기업보다 한 발 앞선 전략을 채택하는 기업이 드물지 않다. 특히 남들은 사업을 축소하고 감원을 고민하는데 반해 오히려 불황기에 투자를 늘리고 직원을 증원하는 역발상적인 경영을 하는 것이다.
한편 거꾸로 생각해 경쟁자와 연합하거나 아예 합치는 전략도 생각할 수 있다. 경쟁자를 제압하기 보다는 결합해 경쟁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인수합병(M&A)이 좋은 사례이다.
경영에서 원칙을 벗어나는 여유를 가진다는 것은 복잡하게 변화하는 생존경쟁에서 현실에 적응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자 타협의 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원칙을 벗어나 여유를 갖는다는 의미는 단순히 모자라고 미흡하다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사업경영도 예술활동과 마찬가지로 필요할 때는 원칙을 벗어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여유야말로 더 큰 창조와 재충전을 위한 핵심요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 태 현
한국금융연수원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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