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중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걸린 거니까 기분전환도 하고 운동도 하면 좋아질 것이다’
얼마전 경제 부총리가 한 말이다. 나는 이 보도를 듣고서 ‘그럼 우울증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이걸 묻고 싶었다. 모든 병리 현상은 원인을 알아야 처방을 제대로 할 수 있고 그래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울증의 원인도 모르는 채 밖에 나가서 맨손 체조를 한다고 증상이 나아질 수는 없는 것이다.

때려 부수는 일에 더 몰두
지금 우리가 빠져있는 우울증의 원인은 기존 질서와 시스템이 급격히 허물어진 반면 새로운 질서와 시스템은 정착되지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개혁주체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보다 낡은 것을 때려 부수는 일에 더 몰두하고 있다. 필요한 일이지만 우선순위와 비중이 뒤바뀐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40년간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맨땅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였다. 그 과정에 문제점도 있었지만 우리만이 가지고 있었던 핵심성공요인(KSF)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의 정책도 공과 과가 있었고 재벌도 공과 과가 있었고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수술을 하려면 먼저 공과 과를 정확히 가려내고 이어가야 할 것과 잘라내야 할 것을 판별해 내야 한다.
그런데 개혁론자들은 모두 잘라내려고 하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 갈등과 대립은 여·야 관계, 노·사 관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사회는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수술하는 의사가 수전증에 걸려서 손을 떨고 있다면 환자는 불안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의사가 손을 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술대가 떨리고 있고 병원 건물이 흔들리고 있다.
가치관과 정체성이라는 근본문제까지 논쟁거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으로는 성공적인 수술을 할 수가 없다.
신행정 수도이전, 이라크 파병, 언론개혁, 대북외교, 한미외교 등 주요한 사회적 과제에 대해 먼저 국민적 합의와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사회의 근본을 흔드는 세력, 시장원리를 흔드는 세력, 헌법질서를 흔드는 세력이야말로 한국사회에서 개혁과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반 사회적 세력이다.

국민적 합의·통합 우선돼야
인간은 불안하면 공격성이 높아지고 공격과 투쟁을 하면 다시 불안감이 고조된다. 지금 한국사회는 지난 40년간을 이끌어온 성공의 불씨가 꺼진 상황이 됐다. 새로운 불씨를 얻어내려면 모두 자중자애 해야 한다.
조용히 침착하게 볼록렌즈의 초점을 맞춰야한다. 이제 더 이상 흔들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떨어서도 안 된다. 침착하게 초점을 맞춰야 발화시킬 수 있다. 한국경제회생을 위한 ‘포커스 렌즈’- 이것이 한국 사회를 살려내는 최우선 과제가 아닐까?

윤 은 기
IBS컨설팅그룹 대표·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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