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의 인문경영학]나라 안정의 원천은 ‘외교’보다 ‘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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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의 인문경영학]나라 안정의 원천은 ‘외교’보다 ‘내정’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53
  • 승인 2020.03.0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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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연횡(合從連橫)은 전국시대 각 나라들의 생존을 위한 외교 전략이었다. 약소국들은 힘을 합쳐 강대국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고 했고, 강대국은 약소국들의 연합을 권모술수로 깨뜨리고 천하를 장악하려고 했다. 합종책의 주창자인 소진과 연횡책의 주창자인 장의는 모두 은둔의 사상가인 귀곡자의 제자들이었다. 귀곡자는 그 이름과 출신지조차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신비에 싸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소진과 장의를 비롯해, 제나라의 책략가 손빈과 위나라의 장군 방연 등 천하를 뒤흔들던 인물들이 모두 귀곡자의 제자들이었으니 그 당시 최고의 멘토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세상에 이름을 떨쳤던 사람은 소진이었다. 소진이 주창했던 합종책은 그 당시 최강국이었던 진나라에 대항해 연, , , , , 조나라의 여섯 나라가 힘을 합치자는 계책이었고, 성공적으로 진나라의 확장전략을 막을 수 있었다. 장의의 연횡책은 합종책에 대항하는 진나라의 전략으로, 이 여섯 나라와 각각 연맹을 맺어 서로 견제하게 한 다음 합종책을 와해시키자는 것이었다. 장의는 탁월한 외교술과 유세술로 여섯 왕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연횡책은 훗날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상황과 이해득실이 다른 일곱 나라를 설득해 자신의 의도대로 이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소진과 장의라는 탁월한 두 전략가는 전혀 상반된 전략으로 각 나라의 왕들을 설득해 정국을 의도대로 이끌어나갔다. 오늘날에도 합종연횡이 기업이나 나라의 생존 및 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많이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합종연횡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한비자>에 실린 글이다.

합종이나 연횡의 방책을 논하는 자들은 다 이렇게 말한다. ‘외교를 잘하면 크게는 왕자가 될 수 있고, 작아도 자국의 안전을 얻을 수 있다무릇 한 나라의 왕은 다른 나라를 공격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국이 잘 다스려지고 있으면 공격하지 못한다. 강한 자는 남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강하면 공격하지 못한다. 그런데 잘 다스려짐과 강함은 외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내정에 달려 있다. 지금 나라의 내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않고 외교에 지모를 쓰는 것을 일삼고 있으면 나라가 잘 다스려질 수도, 강대해질 수도 없다.”

나라가 안정되지 않고 국력이 약하면서 외교에만 의존한다면 결코 나라는 잘 다스려질 수 없다. 심지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고 <한비자>는 말하고 있다.

외교에 지혜를 몽땅 기울이고 안으로 정치가 어지러워지면 멸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 한 가지 합종연횡의 문제는 그것을 도모하는 자들이 나라의 이익보다는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국익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잇속을 챙기는 경우인데, 소진과 장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횡책에 따라 강대국을 섬기자는 신하는 외국의 권력을 빌어 자기 나라에서 벼슬하게 된다. 합종책에 따라 작은 나라를 구원해야 한다는 신하는 자국의 위세를 이용해 약한 외국에서 자기 이익을 구한다.”

실제로 소진은 여섯 나라의 재상으로 영화를 누렸고, 장의 역시 일개 한량의 신분에서 최고의 권력자가 됐다. 나라가 위기상황에 처하면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심지어 외교를 이용해 이익을 도모하려 한다면, 나라를 망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한비자는 경계하고 있다.

 

- 조윤제 천년의 내공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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