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기존 '금리 한동안 동결' 노선깨고 0.5%P 인하 고강도처방
연준의 추가 인하 가능성 주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지시간 3일 0.5%p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적극 맞서고 있다. 미 연준은 이날 결정으로 기준금리를 1.0%~1.25% 로 낮췄다.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우려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차단하기 위해 연준이 고강도 처방에 나선 것이다.

연준의 이날 기준금리 인하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결정이 빨랐고 금리 인하의 폭도 컸다.

연준은 오는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정례 FOMC 회의가 아닌 중간에 긴급히 금리 인하를 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 FOMC 위원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밤 화상 회의를 한 뒤 이날 오전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하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미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경제 활동에 '진화하는 위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위험에 비춰, 또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FOMC는 기준금리를 0.5%p 인하한 1.0%~1.25%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는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0.5%p의 금리 인하 폭도 0.25%p 금리를 조정하는 일명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에서 벗어난 '빅컷'이다. 이 역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연준이 코로나19 대응에 그만큼 시급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은 작년 10월 30일 기준금리를 0.25%p 인하 한 이후 공식성명에서 "목표 범위의 적절한 경로를 평가하겠다"라며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이후 3달간 기준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또한 연준은 지난 1월 FOMC 이후 성명에서 "현 상태의 통화정책은 경제 활동의 지속적 확장과 강한 노동시장 여건, 2% 목표 근방의 인플레이션을 지지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었다.

코로나19 변수로 이날 기존의 동결 기조에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했다가 2015년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2018년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영향을 받아 지난해 7월 말 10년 7개월 만에 처음 기준금리를 내렸고, 같은 해 9월과 10월에도 각각 0.25%p씩 인하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달 28일 긴급성명을 통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활동의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면서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고 우리의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나흘 만에 연준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 여부와 이로 인한 미 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시장에서는 연준의 의도가 먹히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디까지 언제까지 확산할지, 또 경제에 어느 정도 충격을 미칠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진 직후 반짝 상승세를 보이다 이후 급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785.91p(2.94%↓), S&P 500지수는 86.86p(2.81%↓), 나스닥지수는 268.07p(2.99%↓)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주식은 팔고 안전자산이 국채로 몰렸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1.0% 밑으로 밀려나면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수익률과 채권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국이 선제적 행동에 나서면서 주요국의 조치 여부도 주목된다.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전화 회의 이후 취해졌다.

G7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해 모든 정책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며,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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