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 동안 이재웅 쏘카 대표는 사선을 오가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지난달 19일에는 법원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었죠. 당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서울중앙지법을 빠져나오던 이재웅 대표의 모습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일 국회 법사위에서 타다 금지법이 통과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6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이재웅 대표는 마지막 호소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아닙니다라며 국토부가 말하는 플랫폼 택시 혁신, 그것이 작동하면 그때 가서 타다 금지 조항을 넣든지 해달라고 말했는데요. 사실상 읍소를 거듭한 겁니다.

타다는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호출해 이용하는 서비스입니다. 타다 운영사인 VCNC가 차량공유 업체 쏘카로부터 렌터카를 빌려 운전기사와 함께 다시 고객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타다 서비스 이용자는 170만명이고 타다를 운전하는 기사만도 1200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타다는 분명히 혁신적인 새로운 모델이고, 사업이었던 거 같습니다. 확실히 새로운 혁신의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죠. 다만 기존 산업을 영위하던 택시업계와는 상생의 길을 못 찾았던 거 같습니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면허 없이 불법 여객 운송을 하고 있다며 반발해 왔죠. 전국의 택시기사는 25만명이나 되고 택시기사의 가족을 포함하면 최대 100만명의 생계가 달린 일입니다. 타다 업계나 택시 업계나 모두가 소중한 생계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듯 스타트업이 혁신과 상생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문제는 앞으로 한국경제에서 등장할 수많은 유니콘 예비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큰 난제입니다. 해외 투자사들도 한국의 혁신성과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먼저 검토하는 것은 기업의 혁신성과 가능성보다는 정부의 규제와 법·제도 방침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106000억원을 들고 타다에 투자를 하겠다던 해외 투자사가 마지막에 가서 포기를 했던 이유도 이재웅 대표가 검찰 기소를 당하고 국회에서는 타다 금지법이 발의됐기 때문이죠.

지난 20184월부터 이 사업을 이끌어온 이재웅 대표는 지난 2년이 정말 고난의 연속이었을 겁니다. 1995년 포털 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이 대표는 국내 IT 벤처 1세대입니다.

한동안 다음 사업을 키워오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 20079월 다음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이후 2008년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소풍이라는 회사를 차려 공유경제 스타트업을 지원해왔습니다. 2016년에는 투자사 옐로우독을 창업했죠. 그의 지난 25년은 한국경제에 IT혁신의 토양을 일구는 일에 모조리 투자했던 겁니다.

2018년은 이재웅 대표의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했던 시기입니다. 그해 8월 정부는 그에게 기재부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을 맡길 정도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했는데요. 그해 10월 타다 서비스를 출범하면서 그는 정부, 택시업계와의 악연이 시작된 겁니다.

타다 금지법 논란은 2020년 정부와 국회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겁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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