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을 들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여름 백련이 피어날 때는 이곳을 찾지 못했다. 무안에 유명한 회산 백련지를 감상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가능했다. 회산 백련지는 일로에서 들어가지만 거의 목포와 인접해 있다. 연꽃축제(8월14일-22일)가 열리기 전이어서 인지 큰 기대는 접어 두었다. 그저 한두 개라도 꽃이 피어 있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백련지 앞 자그마한 상회에 들어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낯부터 술추렴을 하고 있는 농부들은 필자만큼이나 구릿빛으로 얼굴이 변색돼 있다. 그들은 털이 듬성듬성 나 있는 돼지머리를 술안주를 삼고 있었는데 독특한 것은 연한 연잎에 싸먹는 것이었다. 맛을 보기 위해 넉살좋게 한점을 먹기를 청한다.
연잎에는 탄닌 성분이 많은지 쌉쓰름하고 떫기도 하다. 그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본격적으로 연꽃단지 안쪽으로 들어간다.
연못은 한없이 넓고 방죽에는 빙 둘러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원두막을 만들어 두었다. 연못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목조 다리를 길게 내 놓았고 군데군데 관람대를 설치했다. 관람대 벤치에 앉아서 하염없이 흘러가는 구름과 접목시켜 연꽃을 감상하면 이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몇 년 새 유명세를 눈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평일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은 국내에서 백련 연못으로는 가장 크다고 한다. 둘레가 3㎞, 면적은 10만평. 하지만 조형물들이 안에 들어와 있어서 인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시기가 일러서 꽃이 많지는 않다. 대신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봉우리를 틔우고 꽃이 만발한 곳도 있다.
또 홍련도 간간히 섞여 있다. 그 외에도 보랏빛 옥잠화도 꽃을 피워냈고 무엇보다 노란물양귀비꽃은 이름만큼 아름다웠다. 꽃이 아닌 듯 조촐하게 피어난 물양귀비는 종이처럼 얇기만 하다.
연대와 연잎은 크다. 눈 여겨 보면 가시연꽃도 섞여 있다.
백련은 일시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홍련과 달리 6-10월 사이에 두서없이 꽃을 피운다. 한낮에는 생기발랄한 연잎에 꽃이 가리니 꽃과 향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가 좋다.
땡볕을 벗어나 승달산(318m)으로 향한다. 전남 무안군을 동서로 가르고 청계면과 몽탄면을 경계로 하는 승달산은 목포의 유달산과 쌍벽을 이루는 명산으로 총지사지, 목우암 등 불교 사적이 많다. 몇 년 사이 절집 들어가는 길이 시멘트 포장이 됐다. 그래서인지 길은 마주 오는 차를 비껴내기도 버거울 정도로 좁아졌다. 절에 닿기 전에 오른쪽 아래로 보이던 저수지가 끝나면 두기의 돌장승이 반긴다.
법천사 돌장승은 얌전하고 수줍은 장승으로 첫 번째로 꼽힐 만한 장승들이다. 오른쪽에 있는 것이 할아버지 장승이고 왼쪽이 할머니 장승이다. 전라남도 민속자료 제24호로 지정돼 있다. 더 올라가면 법천사가 있다. 이 절집은 승달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데 신라 정명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고려 인종 때 원나라 스님 원명이 제자 500명과 함께 오도를 득달한 후 이 산을 승달산이라 했단다. 불이 난후 목우암이 본사 노릇을 대신하다 근래에 대웅전을 복구했다. 해남 대둔사의 말사다.
이곳은 산세가 수려하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휴일이면 가족단위 피크닉 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까지 들러 목우암을 그냥 스쳐 지나칠 수 없다. 황소가 절터를 잡았다는 목우암은 승달산 정상 바로 밑부분에 자리잡고 있는 아담한 사찰이다.
유적으로는 법천사 목우암(제82호), 목우암 삼존불(제172호), 법천사 석장승(제24호), 총지사지 석장승(제23호)등이 있다.
나오는 길에는 사창리에 있는 옥만호 전 공군참모총장이 사재를 털어 건립한 항공우주 전시장도 들러볼만하다. 11대의 비행기와 560점에 이르는 전시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그 외에도 조금나루나 도리포구, 무안에는 톱머리 해수욕장, 홀통 해수욕장, 조금나루 해수욕장 등이 있다. 그중 잘 알려지지 않은 조금나루 해수욕장. 무안읍에서 남서쪽으로 12km 떨어진 망운면 송현리에 있다.
마을 끝에 뚝 불거져 나온 조금나루해수욕장은 활처럼 휘어져 있다. 물이 들면 나루터가 조금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활을 당기는 듯한 모습으로 해안으로 길을 냈다. 바다는 중간의 휴식공간을 사이에 두고 양켠으로 나뉘어져 있다. 나루터 앞으로는 길게만 느껴지는 유인도 섬이 있다. 물이 빠지면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어김없이 바다로 달려와 조개와 굴, 낙지 등을 잡는다.
또 무안읍에서 목포 방면으로 18km 떨어진 초의선사 유적지(삼향면 왕산리). 풀 옷을 입고 지냈다고 해서 초의(草衣)라고 칭해진 초의선사. 선사가 태어난 곳이 무안군이다.
조선 후기 침체된 당시의 불교계에 새로운 선풍을 일으킨 선사로서, 근근이 명맥만 유지해 오던 한국의 다도를 중흥시킨 다인. 초의선사(1788-1866)의 생가 추모각을 복원하고 기념전시관, 다도 체험관 등을 건립하고 있다. 무안읍에서 목포 방면으로 약 17km 정도 진행하다 목포예술고 승강장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자가운전 :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해 일로 IC-목포~무안간 1번 국도 이용하다가 팻말따라 49번 지방도로 좌회전. 법천사는 일로로 돌아나와서 815(청계방면)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가 우측 감돈 저수지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다시 북쪽으로 원령동 마을을 지나 달산 저수지를 끼고 왼쪽 산길을 따라 법천사 쪽으로 오르면 된다.
나올때는 감둔에서 명산쪽으로 나오면 되는데 길이 다소 복잡하므로 유의. 811번 지방도 이용하면 항공우주전시관과 사창리로 향하게 된다.

■별미집·숙박 : 영산호를 사이에 두고 무안과 나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명산리. 이곳은 장어구이가 별미. 허브를 이용해 만들어 내는 허브와 좋은 자연(061-453-1050, 몽탄면 명산리)이 있다.
또 항공우주전시관 주변에 있는 사창짚불구이 전문인 녹향가든(061-452-6990, 몽탄면 사창리)이 있다. 짚불에 생고기를 석쇠에 구워 내면 무안 양파김치와 갯벌에서 잡아 만든 갯벌장과 함께 싸 먹으면 맛이 일미. 짚불의 독특한 향이 배고 기름기가 쏙 빠져서 고소해 남녀노소가 다 즐겨 먹을 수 있다. 숙박은 목포 시내 쪽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사진설명 : 국내 단일 규모로 최대인 회산 백련지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