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요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 정부와 여당은 무너지고 있는 우리 경제 살리기를 제1과제로 택하고 이를 위해 모든 여권이 매진하고 있는데 보수 언론에서는 조그만 보도기사도 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그 당직자가 민생 경제 투어를 계속 했음에도 야당 당수의 정체성 문제 제기만 일면으로 다루어지지 자신의 일은 조금도 신문에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의문사위의 활동, 서해에서의 충돌, 친일문제 등 민감한 정치적 이슈만 집중적으로 보도돼 경제 살리기를 위한 여권의 노력이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고 현 정부는 과거의 문제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추어진다는 것이다.
이 당직자의 볼멘소리도 일견 맞고 보수언론의 보도태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소비의 주체인 일반국민의 정서, 투자·생산의 주체인 기업인들의 정서는 이 고위당직자의 인식과는 차이가 많다.
정부와 여당은 애써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기업인, 국민들은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앞이 뿌연 안개와 같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기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항상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해 나가는 것이지만 기업들은 고도의 통계적·재무적 기법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해 투자결정을 내리는 등 이익창출을 위한 경영활동을 한다.
현재 우리기업들의 문제는 재무적·통계적 기법으로 포착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경제에 있어서 소비, 투자, 수출 등 경제의 삼대 요소 중 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 되고 있다. 수출은 요즘 들어 약간의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오고 있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확실성 최소화해야
문제는 소비인데 현재 소비가 부진한 이유 중의 하나는 과거에 카드남발로 현재 쓸 돈을 2~3년 전에 먼저 끌어다 썼기 때문에 국민들이 지금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미래에 쓸 돈을 다시 지금 끌어다 쓰면 되기 때문에 신용카드 문제, 소비부진이 지금처럼 심각한 국민경제의 문제로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꽁꽁 얼은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경기가 살아나려면 투자가 일어나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수밖에 없다. 투자가 살아나야 그에 따른 설비 생산의 증가, 고용의 확대, 소비의 증대, 투자 확대 등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불안 증폭땐 ‘위기’올수도
투자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들의 철폐와 더불어 무엇보다도 재무적·통계적 기법으로 포착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즉 우리사회에서 집중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각종 갈등·대립구조들 -노사간의 갈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 부자와 빈자의 갈등,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 친일과 반일의 갈등 등- 을 협조와 상생의 관계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기업인들은 도대체 시끄러워서 기업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과거 유신, 독재, 민주화, 이념의 갈등 등 압축성장이 초래한 여러 사회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들이 브랜드 수출을 할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정치권도 언론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경제 외적인 이유 때문에 기업할 맛을 잃게 하는 사회가 되서는 안 된다.
한때 우리경제가 위기냐, 위기가 아니냐의 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러웠던 때가 있다. 요컨대 정부는 경제에 대한 불안감의 증폭이 도리어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어려움은 있지만 위기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시장에 안정감을 주려고 했다. 필자도 현 상황을 위기로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어려움,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선언적 의미의 ‘낙관’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기업하기 좋은 분위기 조성, 반기업정서의 차단 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가 위기적 국면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취약한 국제경쟁력,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제시스템의 미작동, 불확실성의 증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이와 더불어 세계경제흐름에 대한 인식의 부족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경제가 정말로 위기적인 상황으로까지 갈 수 있다는 인식을 각 경제주체들이 가져야 할 것이다.

심 우 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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