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텔에서는 사장의 의견이나 일반사원의 의견이 똑같이 하나의 의견으로 취급된다. 기존의 사업방식을 수정하거나 변경할 때도 활발한 토론을 장려한다. 누가 말했고 누구 의견이 나은가를 따지지 않고 철저하게 건설적인 토론을 계속하는 이같은 ‘열린 문화’가 인텔의 성공요인이 아닐까.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도 독특한 기업문화로 그 흔한 인력난 한번 겪지 않고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직원들에게 작업거부권을 주는 회사, 사장이 직접 화장실까지 청소하는 회사, 영어이름을 사용하는 회사 등.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료를 토대로 독특한 기업문화로 경쟁력을 향상시킨 중소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전 직원에 ‘작업거부권’ 줘
도금전문업체 삼우금속공업(대표 방효철)은 무재해운동의 일환으로 전 직원에게 특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다름 아닌 ‘작업거부권’이다. 신입사원이라도 작업환경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문제가 개선될 때까지 작업하지 않아도 회사에서 어떤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지난 70년 회사 설립이래 이같은 무재해운동에 힘쓴 결과 금속표면처리중 총 25가지 사양의 도금기술과 도장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또한 무재해운동으로 생긴 이익금을 직원들에게 돌려주며 이를 노사협력문화로 발전시켜 인간중심의 경영문화를 창출해가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무재해운동 덕택에 정기상여금 외에 매년 50~200%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3D업종이면서도 남들처럼 인력난을 겪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즐거운 일 많아 일할 맛
줄자생산업체인 코메론(대표 강동헌)은 3개월에 한 번씩 영화보는 날을 지정해 전 직원이 영화를 보러가며 정기적으로 회사 정원에서 바비큐파티를 여는 등 즐거운 직장 분위기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직원의 절반 가량이 여성이며 디자인팀 등 주요 팀장을 모두 여성이 맡고 있는 등 성차별 없는 기업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4년전 입사한 경리과 김미숙(46) 주임은 “여자라고 특별히 제한받는 일이 없고 나이가 많다고 입사를 못하거나 빨리 퇴사해야 하는 일도 없다”며 “회사에 출근만 하면 일하는 맛, 사는 맛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41주년을 맞이한 코메론은 30여년 전부터 코메론(Komelon)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세계 80여개국에 생산물량의 80%를 수출해 온 기업으로 해외시장에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50대 사장에게 ‘하이! 잭’
국내 선두권 ERP업체 코인텍(대표 서진구).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 만나기로 한 담당자 이름을 대자 입구에 앉아있던 직원이 ‘누구요?’라며 되묻는다. 담당자 이름을 잘못알고 왔나 싶어 다시 이름을 확인하려는 순간 ‘아! 조앤요? 죄송합니다.’라며 자리로 안내해 준다.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 이렇게까지 활용하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영어이름을 호칭으로 사용하는 ‘콜링네임’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글로벌 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서 사장의 특별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그 역시 사내에서는 ‘잭’으로 통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제도는 단순히 이름을 영어식으로 부른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영어이름으로 불리다 보니 권위적이고 딱딱한 상하관계가 아닌 격의 없고 수평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료로서 편안하고 대등한 관계가 되다보니 업무도 자유롭고 격의없이 진행된다”며 “직원 모두 특별한 양식없이 이메일로 사장에게 직접보고 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사장이 직접 화장실 청소
인천 서부산업단지의 주물업체 용암정밀(대표 권순일)은 88년 설립이후 중소기업으론 드물게 인력난 한번 겪은 적이 없다. 오히려 입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듯 이 회사가 튀는 이유는 뭘까.
이 회사는 3D업종 제조업체로서는 보기 드물게 성과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정기 상여금 외에 당기순이익의 일정부분을 연말 성과급으로 배분하고 있으며 성과급 지급을 투명하게 하고 회사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재무상황을 매달 상세하게 게시판에 부착하고 있다.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예산집행시 작업환경 개선비용을 제일 먼저 배정한다.
이 회사는 또 최근 본격화된 주5일 근무제를 지난 2002년 이미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장님이 직접 화장실 청소를 할 정도로 직원들을 끔찍이 아낀다”며 “이같은 따뜻한 기업문화에 힘입어 사람 구하기가 제일 힘들다는 주물업종이지만 인력난으로 걱정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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