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도 높은 근무여건 집단감염 유발
사무실서 동료와 도시락으로 점심 해결도

지금까지 6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소재 '콜센터'의 확진자 수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0일, 이 '콜센터'와 관련한 확진자가 총 50명 발생했으며 이들에 대한 감염 경로와 접촉자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가 파악한 확진자 수는 방역당국 공식 통계보다 더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서울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콜센터 직원과 직원 가족은 총 40명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파악한 인천 거주 확진자 13명, 경기도 거주민 11명 등을 포함하면 콜센터 관련 확진자는 64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콜센터'가 '감염 온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근무 여건과 근로 실태였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이 콜센터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은 이달 4일 의심증상이 나타났는데도 계속 출근해 동료들과 나란히 근무했다.

이 콜센터를 운영하는 '메타넷엠플랫폼' 이 의심 증상자를 가려내 근무에서 제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정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업체는 직원들이 콜센터 업무를 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도록 했으며,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상담원들이 밀집 근무해 감염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 콜센터 11층은 메타넷엠플랫폼이 에이스손해보험사의 콜센터 업무를 위탁받아 전화응대를 하는 공간이었는데, 여기만 207명이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콜센터는 전국에 745개, 서울에만 417개가 있으며, 집단감염에 취약한 사무환경에다 쉴 새 없이 마이크에 대고 통화를 하면서 모니터를 쳐다보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의 핵심 경로인 '밀접 접촉'과 '비말 전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기에 알맞은 여건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줄이기 위한 '거리두기'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 콜센터에서 처음으로 확진된 직원은 점심 먹을 시간조차 넉넉하지 않아서 거의 매일 사무실 내에서 30분만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과 함께 도시락으로 식사한 동료도 나중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0일 브리핑에서 "밀집 사업장 감염 위험은 요양병원, 요양시설 못지않게 높기 때문에, 관련 지침을 재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협의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콜센터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상담원들이 고객 정보를 전산시스템에서 불러와서 열람하면서 응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택근무로 전환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만 고객상담원이 쓸 수 있는 재택근무 보안솔루션 등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영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홍보관리반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사업장 내 사람 간 간격과 밀집도를 최대한 떨어뜨리기 위해 유연근무제,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공공기관부터 이를 지켜나가는 중"이라며 "감염병 확산이 근로자와 이용객뿐 아니라 사업주 입장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이 부분을 지켜달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19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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