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수도 없는 병= 한국의 사장병

K사장은 IMF가 터진 이후 3년 동안 잠자리에서 몸이 젖었다.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식은 땀이 전신을 적시고 이부자리를 적셨다. K사장의 부인은 걱정이 돼 한의원을 찾아다니며 좋다는 약은 다 지어 왔다. 심지어 지금은 혐오식품으로 판매가 금지된 뱀도 달여 먹게 했다.
남몰래 정신과 의사인 친구를 찾아가 상담도 했다. 친구는 웃으며 K사장에게 충고했다.
“사장병이다.”
사장병? 정신과 의사인 친구는 사장만 그만두면 낳는 병이라고 그를 놀렸다. 그러나 당시의 K사장은 그만둘래야 그만 둘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사장 그만두는 것만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아니라, 죽을래야 죽을 수조차 없는 입장에 있었다.
다만 그의 가슴 속에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 그것은 죽더라도 회사를 부도내서는 안되겠다는 사업가로서의 신념과 집착이었다. 주변에서 수없는 사업가들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럴수록 그는 이를 악물었다. 잠자리를 적시는 식은 땀 속에서도 그는 죽더라도 회사를 살리자는, 거의 미련하다 싶은 그 신념과 집착에 매달렸다. 덕분에 그는 부도 내지 않고 IMF를 무사히 넘겼다. 잠자리 식은 땀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K사장은 그래도 오줌은 싸지 않았다. 어떤 CEO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 잠자리에 오줌을 싼 일도 있었다고 술자리에서 고백한 일이 있다. 회사가 오늘 내일 하는 긴박한 상황이 1년 이상 계속 될 때 그가 겪어야 했던 처참한 오줌싸개 체험이다.
CEO는 보통 사람들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많이 겪는다. 만약 ‘중소기업이라도 내 사업을 하고 싶다’며 회사를 차리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 속에 빠져 버린다. 그 함정 같은 극한상황에 빠지는 것이 대부분 한국 중소기업의 창업자들이다. 한국의 CEO는 그래서 수없이 원치 않는 상황,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선다.
수입이 줄어들어 자금은 바닥이 났는데 계속 돌아오는 수표, 아니꼬운 은행대리에게 사정해야 하는 상황.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못대는데 술대접할 상황이 겹치기도 한다. 작년에는 주문이 폭주해 생산시설을 늘였는데, 금년 들어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 신상품을 출하한지 불과 3개월 사이에 증폭되는 소비자의 불만. 아끼고 아끼는 사원의 갑작스런 이직, 그것도 그 사원이 라이벌 회사로 간다고 하는 불쾌한 상황. 그런 저런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아내는 아내대로 중년의 고독을 호소해 오는 상황.
그런 상황 앞에 힘이 빠지지 않는 CEO가 과연 몇이나 될까?

유능한 CEO의 주특기는

그러나 어떤 독(毒)에도 반드시 해독제는 있다. 겪지 않아도 될 상황, 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해서 그것이 꼭 CEO에게 불치의 독이 되지는 않는다. 사실 자금부족, 인재부족 등은 CEO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그것과 마주 서는 것이 CEO의 본업이고, 그것을 잘 해결하는 것이 유능한 CEO의 주특기인 것이다.
그런 상황을 피하면 더욱 지독한 상황과 마주쳐야 한다. 즉 찬스부족이라는 상황이다. 찬스부족은 자금부족이나 인재부족보다 CEO에겐 더욱 괴로운 것이 된다. 기업은 해결해야 할 문제의 덩어리다. 그렇다면 마치 남의 일을 대신해줘 억울하다는 찡그린 얼굴이 아니라, 나는 이런 힘든 일을 즐기고 있다는 마음으로 웃으며 마주 서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모든 상황에 즐겁게 마주 서라. 피할 수 없다면 그 상황을 즐기는 CEO가 되라.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게 향상될 것이다.
찡그린 얼굴로, 죽지 못해 한다는 식이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 같은 일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2002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이끌어낸 히딩크 역시, 게임에서 지고 난 후의 기자회견은 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즐겁게 응하자는 마음으로 기자들을 만났다. 그의 리더십이 눈을 끄는 것은 이러한 CEO의 리더십을 그가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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