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산전의 직원 근속연수는 얼마나 될까요? 무려 17년이라고 합니다. 민간기업에서 이정도 근속연수는 단연 1위입니다. 국내 500대 기업에 속하는 공공기업이 11곳이 있는데, 모두 LS산전 보다 근속연수가 낮습니다. 한국남동발전이 공기업 중에 가장 높은 15.6년이라고 합니다. LS산전은 전력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전력산업은 특히 특성상 숙련 인력을 유지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LS산전은 인력관리와 장기근속에 최선을 다한다고 합니다.

장기근속자가 많은 것은 일하기 좋은 기업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LS산전이 안정적인 전력사업에만 몰두하는 공공기관 같은 곳은 아닙니다. LS산전의 요즘 경영 트렌드는 혁신과 변화입니다. 누구나 이러한 트렌드를 입으로 말할 수 있지만, LS산전은 기업의 본질마저 바꾸려고 합니다.

우선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사명부터 바꾸려고 합니다. 글로벌 사업을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연초에는 대대적 조직개편을 했고, 오는 24일 정기 주총을 통해 사명을 ‘LS일렉트릭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입니다. 기존 영문 사명인 ‘LSIS에서 ’LS Electric‘으로 바뀌게 됩니다.

LS산전이라는 이름은 지난 1974년 설립된 럭키포장을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87년 금성산전으로 이름 바꾼 뒤 산전명칭을 지금까지 사용해왔습니다. 지난 1994LG산전을 거쳐 2003LG그룹에서 계열 분리가 된 이후 2005LS산전으로 사명을 바꿔 현재까지 이어져왔던 겁니다.

이번에 LS산전이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산전이 가지고 있는 과거 전통적인 전기사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구 회장의 메시지가 담겼다고 합니다. 전통 에너지 기업을 뛰어넘는 스마트 솔루션 기업으로의 방향성은 구자균 회장이 그간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수긍이 갈 겁니다.

구자균 회장은 지난 2008LS산전 CEO로 취임한 뒤 줄곧 글로벌 시장 개척을 강조해왔습니다. 회사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 사업 비중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정한 건데요. 평소에도 내수 시장에 머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해외로 나가는 건 필수라고 임직원들에게 신신당부해 왔습니다. 그는 올해 현지화 마케팅 강화 전략을 펼쳐 수출시장을 기존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주,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전 세계로 다변화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연초에 LS산전은 정기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도를 흔들었는데요. 전력과 자동화, 금속부문 등 사업 단위로 나눠졌던 조직을 국내와 해외 등 2개 축으로 새롭게 구성을 한 겁니다. 구 회장이 이처럼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강조와 함께 스마트 솔루션을 제시하는 데에는 그가 현재 전기산업진흥회장인 점을 살펴봐야 합니다.

 

‘LS산전LS일렉트릭’ 24일 개칭

전통적 에너지기업 이미지서 탈피

내수한계 극복, 시장 다변화 주도

관련업계 생태계 안정·혁신 모색

 

2008LS산전 CEO에 취임한 그는 2009년부터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를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스마트그리드란 전기 공급자와 생산자들에게 전기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전기공급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기존 전기산업에 ICT정보통신 기술이 들어가는 융합산업인 거죠. 그는 한국경제에 스마트그리드라는 개념을 주입하고 이를 적극 홍보하는 일을 10년도 넘게 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를 스마트그리드 전도사라고 칭합니다.

그러한 그가 지난해 산업기술진흥협회장을 맡았습니다. 또 올해는 전기산업진흥회 회장까지 맡게 됐습니다. 보통 대기업 CEO들이 협외와 같은 단체장을 맡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구자균 회장은 중요한 협단체 3곳의 수장을 맡아 관련 산업의 발전과 생태계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그가 전기산업진흥회장 자격으로 밝힌 메시지와 LS산전 전략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그는 전기산업진흥회장으로 관련 산업이 이제는 내수 한계를 극복해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LS산전만 변화를 모색하는 게 아니라, 연관 산업계 전체를 동시에 혁신하려는 그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 중입니다. 그러니까 구자균 회장은 전기산업계의 맏형 역할을 자처하면서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개척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전 산업계가 어려울 때 구 회장처럼 생태계를 걱정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경영자가 있다는 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구석이 있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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