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개인파산 신청 급증
대부업 의존도 위험 수위

정부지원책, 4050에 치중
청년 육성안 ‘걸음마단계’

‘막막한 노후’ 절망감 고조
성장사다리 버팀목 급선무

“2030대는 비운의 세대입니다. 아버지 세대한테 자주 듣던 안정된 직장 잡아서 월급 받고 저축해서 집 사고 가족 꾸리는 평범한 삶이 저희한테는 매우 특별한 삶이 됐어요. 오죽하면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 사이에서 자영업은 창업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동대문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기문(가명·28) 씨는 자영업은 사업이 아니라 마지막 일자리이자 취업이라고 역설한다. 과거에는 자영업이 직장인 월급 대비 더 많은 소득을 벌기 위한 목표로 뛰어드는 사업이었다면, 현재 청년 자영자들은 취업이 어려워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생계 수단이다.

20대 자영업자 숫자도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 201911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자영업자는 총 41000(8월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8000명이나 급증했다. 무려 24%가 늘었다. 이미 10대때부터 취업하기 어렵다는 경제뉴스를 듣다 보니 일찌감치 가게 사장님을 꿈꾸는 상황이다.

 

청년은 치킨집 창업의 핵심층

20대 자영업자들은 주로 치킨집 창업에 뛰어든다. 치킨집은 사업경험이나 창업정보가 부족해도 비교적 시작하기가 쉽다는 인식이 강해서 예비 창업자들에게 문턱이 낮은 업종으로 통한다.

정년 퇴직한 뒤 치킨집을 차린다는 말도 이제 옛말이다. 지난해 10월 치킨 프랜차이즈 BBQ 발표에 따르면 201737%에 달했던 50대 이상 창업자는 201934%로 줄고 그 자리를 2030대가 빠르게 채우는 중이다. 다른 프랜차이즈인 bhc, 교촌치킨도 상황은 비슷하다. 각각 가맹점주 교육을 위한 교육생 연령대를 파악하니 2030대가 40%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30대 교육생의 증가폭이 확연하게 늘고 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2030대의 창업 열기는 코엑스에서 매년 열리는 프랜차이즈 박람회나 업체별로 순회 개최하는 창업설명회를 가보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1인 창업 아이템과 트렌디한 외국 외식 브랜드 창업에 대한 관심으로 방문객의 대다수가 2030대 예비 창업자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의 한 관계자는 젊은 창업자들은 높은 교육을 받고 해외경험도 풍부한 특별한 계층이라며 “SNS를 통한 모바일 마케팅에도 능해서 기성세대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현실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치킨집 경쟁이 말 그대로 치킨게임에 가까운 경쟁심화 업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말 기준 전국 치킨집은 87000곳이 성업 중이다. 2018년에만 6200곳이 새로 오픈을 했다. 반면 폐업도 줄지어 일어나고 있다. 2015년 이후 약 8000개의 치킨집이 문을 닫았다.

그렇다면 2030대가 운영하는 치킨집의 운영실태는 어떠할까. 아직까지 특정 업종, 연령층의 폐업현황을 분석한 자료는 없지만,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힌 ‘20152019 연령별 개인파산 현황에서 대략 청년 창업자들의 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2015691건에서 2018811건으로 17.3% 증가했다. 20196월말까지 접수된 건은 411건이다.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2015년에 비해 2018년 개인파산 신청건수가 줄어든 것과 상반되게 20대 청년만 유일하게 파산신청이 늘어난 것이다.

파산신청은 주로 낮은 신용등급으로 제2·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종종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20대 개인파산 신청자가 꼭 자영업자들은 아닐지 모르지만, 2015년 이후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경기가 둔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부족 자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부업까지 손을 뻗을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한국의 자영업자 위기는 청년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과거 보다 사정은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자영업자의 비율은 OECD 평균 대비 여전히 상위권이다. 높은 자영업자들의 비율 속에서 연령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사정은 어렵고 수익을 올리기는 버겁다. 이미 수많은 40대 이상의 자영업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가게 문을 닫고 있다.

 

2030대 자영업 정책 절실

하지만 40대 이후 자영업에 진출한 연령층과 2030대 자영업자들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비운의 시대를 살아가다 창업에 뛰어든 젊은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고민이 아직 초기단계라는 것이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적인 서비스 자영업자는 15.8년을 일했고 만 54.5세 사장님이라고 분석했다. 4050대 자영업자가 55.8%로 과반수가 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정책은 4050대 중심이다.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도 올해 1월 한 언론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영업 정책은 기본적으로 4050이 주류입니다. 자영업 정책이 곧 4050 정책인 셈이죠. 오히려 20대가 자영업 시장에선 비중이 낮은데 통계로 보면 2.4%에 불과합니다.”

반면 정부의 2030 정책은 열악하다. 4050 정책에 끼워맞추는 식이다. 최근 전통시장 청년몰에 입점한 분식가게의 30대 자영업자는 기존 5060대 가게주인이 전부였던 전통시장을 청년몰 형태로 묶어놓으니깐 손님도 늘고 매출도 올랐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하지만 막상 청년몰에 대한 지원혜택이나 육성정책은 별다른 게 없다는 점에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사실 2030대 청년 자영업자는 동년배 직장인들 대비 노후를 위한 생각도 없이 매일을 버티고 있다. 한화생명이 지난해 2월 발표한 ‘2030세대 직장인 vs 자영업자의 라이프스타일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2030대 자영업자 비율이 28.3%로 직장인 14.5%에 비해 2배나 높았다.

영등포에서 피자집을 하는 최지영 씨는 말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결국 술로 해결합니다. 자영업을 하고부터 간질환, 우울증도 겪고 있어요. 건강관리는 애초에 포기했습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건강한 게 최고라고 말하는데, 동업자들은 하나같이 절망감에 전염됐다고 말합니다.”

이제 막 자영업에 뛰어든 20~30대의 절망은 국내 자영업 생태계의 성장사다리가 붕괴되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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