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리 한의사의 아는 만큼 건강해집니다]
3. 자연치유력을 높일 수 있는 한국의 지혜, 식치

자연치유력은 생명력이며, 이는 면역력과 동일하지 않다고 지난 글에 언급한 바 있다. 자연치유력이 제대로 발휘하려면 면역력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마치 천칭이 평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밸런스를 측정할 만한 도구가 분석적,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없으며, 거시적으로 밖에 평가할 수 없다는 설명도 했다. 이러한 면역 시소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식치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어도 약식동원(藥食同原)’이나, ‘의식동원(醫食同原)은 한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약과 음식이 근원이 같으니, 음식으로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음식을 약처럼 먹고, 약을 음식처럼 먹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불균형의 정도에 따라 식치와 약치의 시기가 정해진다. 또한 모든 치료에는 방향성을 가진다. 치료의 도구로써의 음식도 약과 마찬가지로 방향성을 지닌다. 결론 먼저 얘기하면 약치(藥治)와 식치(食治)는 맥락을 동일하게 해야 한다.

이번 편에서는 식치와 약치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에 앞서 우리나라 식치 문화의 기본이 되는 두 가지 원칙을 언급하고자 한다. 그중 하나는 소식(小食)이다. 유튜브 컨텐츠 중 적지 않게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 정식 한상차림을 보고 외국인이 놀라는 모습이다. 사실 상다리가 부서져라 차려진 한정식 반찬 개수를 보면 놀라는 것이 무리도 아니다. 하지만 푸짐한 한상차림은 엄밀히 우리나라의 전통 식문화는 아니다.

전통적으로 일상 상차림은 독상을 기본으로 하고, 반상은 3, 5, 7, 9, 12첩으로 구분된다. 3첩은 적당히 먹던 서민들의 상차림, 5첩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던 서민층의 상차림이었다. 7첩은 보편척인 반가의 상차림이고, 12첩 반상은 수랏상 차림이다.


면역력 강화 첫걸음은 소식, 식사량 25% 쯤 줄이는 게 식치

요즈음 코로나19의 확산방지를 위해서 가림막을 치고 반찬을 따로 두고 서로 대화하지 않으며 먹는다. 마치 5첩 반상을 독상으로 먹는 것과 비슷해 보이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면서도 갑자기 전통으로 돌아가는 듯도 하다.

우리 전통상차림이 반가의 반상차림을 기본으로 한다고 볼 때, , 찬은 밥 한 그릇 먹기에 알맞은 양을 담았다. 반찬을 담는 쟁첩의 크기가 대략 지름 9.5cm, 깊이 1.5cm로 찬의 양이 젓가락으로 서너 점 집어 먹을 양이었다고 한다. 잔반을 남기지 않는 소식 문화였다. 식치, 즉 치료를 위한 식사의 기본은 소식이다. 단순히 다이어트의 의미가 아닌 소화기의 공장을 멈추고 치유, 해독의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이다.

그런 면에서 칼로리 계산을 하고, 식단을 짜서 어떤 식재료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 것 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일단 식사의 총량, 부피를 줄이는 것이다. 유행하는 저탄고지 방법을 따라해 보고 닭 가슴살과 샐러드로 식사를 바꾸는 것보다도 선행된다.

누가 좋다더라하는 건강 식단을 따라하지 말고 어제와 같이 오늘도 먹고, 오늘과 같이 내일도 먹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의 나를 인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당장 오늘부터 식사 총량에서 1/4~ 1/5 정도를 줄여보자.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 인스턴트 음식이 먹고 싶다면 먹는 것도 좋다. 대신 한, 두조각 떼어내고, 두 숟가락과 세 젓가락을 덜어내고 식사를 마쳐야 한다. 우리는 식사의 총량과 부피를 줄이는 것 대신 많이 먹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칼로리가 낮을지, 살이 안 찔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아무리 야채, 과일, 식이섬유가 가득 들어간 음식이라도 많은 부피의 음식이 들어오면 소화계로 에너지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면역계는 쉬어야 한다. 세포재생과 배설, 해독에 쓰여야 할 에너지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데 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식치의 첫걸음은 식단이 무엇이든 간에 총량을 줄이는 연습으로 시작돼야 한다.

 

- : 최주리 한의사(창덕궁한의원 원장)
-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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