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여성들을 성적 착취하고 관련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일명 박사조주빈에 대한 세간의 비난이 폭주 중입니다. 그런데 지난 25일 경찰 포토라인 앞에 조주빈이 섰을 때 크게 당혹한 기업이 있습니다. 패션 브랜드 휠라(FILA)인데요. 이날 조주빈이 휠라의 옷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조주빈은 보라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 휠라의 영문 로고가 가슴팍 전체에 크게 박혀진 디자인으로 온갖 사진과 영상에 휠라 로고가 노출됐습니다. 휠라코리아 홍보팀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보도자료에서 오늘 아침 국민적 공분을 사는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이 휠라 제품을 착용 후 포토라인에 섰다주 고객층인 10대와 특별한 소통을 이어오고 있는 휠라는 이번 일로 더욱 깊은 유감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후 휠라코리아의 요청에 따라 조주빈을 찍은 보도사진과 영상에서 로고를 잘라 내거나 모자이크 처리가 진행됐는데, 일부 매체는 여전히 로고가 드러나 있습니다. 휠라코리아는 최근 10대와 20대 등 젊은 층에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 세계적 인기를 끄는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발탁해 큰 매출을 올리고 있었는데, 때 아닌 이슈로 홍역을 치뤘습니다.

가끔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범죄자들이 포토라인에 설 때 그들의 패션에 이목이 쏠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블레임 룩이라고 하는데요. 비난을 뜻하는 blame과 외형을 뜻하는 look의 합성어입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많았습니다. 지난 201610월 국정농단 혐의로 검찰에 출석한 최순실 씨가 신었던 프라다 신발도 화제였죠. 당시 최 씨는 몰려든 취재진들을 뚫고 빠져나가다가 그만 신고 온 프라다 신발 한 짝을 흘렸습니다. 이 신발을 사진기자들의 포착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에서 블레임 룩의 시작은 아마도 1999년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될 당시 입었던 미소니모조 티셔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미소니의 짝퉁 의류였는데, 신창원이 입은 뒤 한때 크게 유행한 바 있습니다. 범죄자의 패션이 이처럼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 자본주의 시장의 명암을 동시에 보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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