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은 대형 경제위기입니다. 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한국경제에는 승자의 저주라는 딜레마가 찾아왔습니다. 승자의 저주는 인수합병과 같은 초대형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과도한 비용을 지불함에 따라 위험과 어려움에 봉착한다는 건데요. 항공업계에서는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업계가 완전히 초토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사진)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한화그룹이 2008년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결국 인수를 포기했었는데요. 당시 한화그룹의 결정을 두고 언론과 업계는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합니다. 당시 한화그룹이 공중에 날린 계약금인 이행보증금만 무려 3150억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재무 부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한화그룹이 당시 인수를 포기한 것은 결정적인 선택이었고 오히려 득이 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게 됩니다.

과거 사례를 두고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걱정이 나오는 겁니다. 그러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보도자료를 하나 발표했습니다. 인수절차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25일에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직접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불안요소가 말끔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한다 하더라도 2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경영 정상화에 더 많은 시간과 더 큰 비용이 수반될 걸로 보입니다. 2+@가 예상되는 겁니다.

현재 계약금이 2500억원 정도입니다. 계약금을 날리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자인 산업은행과 신뢰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산업은행,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협의해 차입금 상환 유예, 납입일 조정 등 계약조건 일부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 업계가 하도 어려우니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요구사항을 잘 받아주고 있는 겁니다. 과연 어떻게 전개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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