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 달 동안 매출이 0원입니다.”
코로나19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역대급 경기침체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국 순회 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중소기업계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방마다 피해 상황이나 현장 분위기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피해가 훨씬 큰 역대급 경기침체라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영남(19) 호남(20) 강원(23) 경인(23) 서울(24) 충청(24) 전국조합(25) 순으로 개최된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전해진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업종별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지난 2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국조합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앞줄 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코로나19 극복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지난 2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국조합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앞줄 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코로나19 극복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전시·행사대행 예정 계획 90% 이상 연기·취소

업종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야 하는 행사대행업은 코로나19 사태가 직격탄이 됐다. 2월부터 예정된 행사가 90% 이상 연기·취소됐으며, 봄 축제를 비롯해 5~6월 행사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주관하는 공공행사의 연기나 취소에서 기업이 주최·주관하는 민간 행사마저 무기한 연기나 취소되면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3000~4000여개의 행사가 취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평균 매출액의 76%이상 감소한 수치로, 매출액으로 따져보면 약 4000억원을 넘는 규모다.

나동명 한국전시행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한민국 모든 전시장은 멈춰버린 상황에서 연기된 전시회가 언제 개최된다고 누구 하나 장담을 못 하고 있다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전시 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책이 없어 전시업종에 특화된 지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엄상용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도 행사대행업은 이벤트회사, 시스템·제작물·렌탈 등 협력업체 직원, 진행요원, 사회자, 경비·경호, 도우미, 각종 공연단체 등 낙수효과가 큰 산업이기에 고용 창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줄줄이 실직자가 될 위기를 맞고 있다특히 모든 업무 과정이 인적 자원을 활용해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재택근무, ·무급 휴직 등의 방법도 용이하지 않아 국가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고·인쇄 비대면 권장, 전단지 발주 뚝

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 행사가 전면 취소되고 개학도 연기된 데다가 선거 특수마저 사라지면서 인쇄 업체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3월에 열리는 문화·예술·스포츠 행사가 모두 멈추면서 홍보물 제작이 전면 중단되고 비대면 접촉이 권장되면서 모델하우스 분양 등 상업용 전단지 발주마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본업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신학기 참고서가 판매되는 1~2월이 그나마 성수기인데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책들이 모두 창고에 쌓이고 있다. 내년에 참고서들을 다시 판매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심리상 이 책들 대부분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김남수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개학, 개강 지연으로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등 교재 등 인쇄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인쇄산업은 장치사업이면서 수주사업이라 디자인 기획 등의 업무를 제외하고는 재택근무가 불가해 임대료와 인건비에 대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기대했던 선거 특수마저도 인쇄업계의 숨통을 틔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각 정당마다 대면 접촉 선거운동을 지양하면서 명함 수요가 줄어 선거 인쇄 물량이 감소해서다.

박영국 대전세종충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인쇄발주가 한 건도 없는 상황에서 언제 회복이 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행사의 80~90% 취소가 되면서 인쇄물에 대한 주문 취소로 이어져 회사 운영하기에 힘든 조합원사가 80% 육박할 정도라고 말했다.

조대제 부산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달부터 공공기관의 5000만원이하 조합 추천제도가 도입됐다고 하나 1건도 안들어오고 있다공공기관에서 조합 추천제도를 적극 활용해 나라장터의 금액이 영세 업체들에게 골고루 나눠질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섬유·직물 길 막힌 수출, 재고만 산적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한 달 전 대구 확진자 발생으로 홍역을 앓은 대구경북 기업들이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대구 지역의 대표업종인 섬유업은 중국산 원사 수입 차질, 중국 내 판매 둔화 등으로 성수기인데도 공장 가동률이 하락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가 유럽으로까지 번지면서 스페인의 자라·망고, 스웨덴 HM 등 글로벌 SPA브랜드가 영업을 중단하자 대구지역의 섬유기업들이 수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대구 한 섬유업체 대표는 유럽 수출의 통로 역할을 하는 터키로의 납품이 전혀 안 되고 있고 글로벌 SPA브랜드로의 수출길이 막힌 것도 타격이 크다그나마 전체 수출의 10% 정도 되는 중동시장 수출이 살아있지만 전체적으로 대구 섬유 수출은 2월 이후 완전히 닫혔다고 말했다.

하늘 길이 막히며 외국 바이어와의 교역에 애로를 겪는 경우도 많다. 하흥태 부산경남패션칼라협동조합 이사장은 중국에 1차로 물량을 보내고 나서 그것을 테스트해 월 계약을 똑같이 진행하기로 했으나 중단됐다무역거래가 원활해질 수 있도록 신속한 사태수습과 국제협력을 요청했다. 대구경북섬유직물협동조합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 바이어가 방한을 중단하면서 수출이 중단돼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현규 대한니트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대체적으로 봄은 패션업계에서 성수기로 평가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업체가 평소보다 매출이 50% 이상 감소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조업물량 감소 및 조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자금 압박에 대한 대책과 소상공인에 대한 조달청 입찰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계·부품 산단 가동률 줄줄이 하락세

중국발 부품 수급 문제를 빚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상황은 나아지고 있지만 2차 협력업체 등 중소업체들의 경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3월 들어 현대기아차 98%, 르노삼성 95%, 한국GM 80~90%, 쌍용 80% 등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공장 생산 활동은 거의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2차 협력업체의 가동률은 60~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들은 앞으로 닥칠 일이 더 걱정이다.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하면서 해외 현지공장 가동 중단, 부품 공급 애로 등 생산 차질과, 주요 시장 수요 위축으로 인한 납품과 매출액 급감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기계부품 업종이 주로 입주해있는 산업단지 가동률도 떨어졌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이 전달 대비 2.0%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시화·반월, 인천 남동 공단 등 주요 산업단지 가동률이 줄줄이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특히 기계업종과 영세업체 위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강동한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자동차산업 등 기간산업 위축에 따라 내수 물량의 30%, 수출물량의 50%가 감소했지만 수시발주의 납기를 맞추기 위해 시간 외 주말 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환율 급등으로 수출물류비가 급등하고 수입원자재의 수급 불안을 겪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원자재 설비에 대한 입출국을 할 때에는 신속한 방역 및 통관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기업 의존이 높은 업종인데 대기업 발주가 멈추거나 줄어들어 평균 2~30%, 많게는 5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대부분 중소기업 담보여력 소진 또는 부족해 정부정책자금 신청에 한계를 겪는 만큼 담보력 부족한 기업에 대한 직접지원 등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기계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코로나로 인한 민간의 투자가 절반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전반적인 정부 발주도 크게 줄어 많은 회원사들이 매출이 평소 대비 30% 수준 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는 계획된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업계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건설 현장 폐쇄·공기연장 우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업계까지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분양일정을 미루거나 온라인상으로 모델하우스 오픈을 대체했다. 일부 공사현장에서는 확진자로 인해 현장이 잠정폐쇄되면서 공기 연장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5‘2020년 국내 건설 및 부동산 경기 주요 이슈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외출·대면거래가 줄어들 경우 주택거래가 위축돼 건설경기가 나빠지고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도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동우 한국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건설경기 위축 등 콘크리트 업계 판로난이 심각하다정부공사에 대한 조기 발주 및 기성물품에 대한 선 대금 지급 등으로 업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사해 한국골재채취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겨울철 설비 정비 후 2월말부터 본격 골재채취해야 하지만 올해 건설경기 위축으로 공장가동을 극히 일부만 하고 있다일이 없어도 임직원에게 급여는 계속적으로 지급하며 대기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을 비롯해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건설업의 특성상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우려도 컸다.

이상녕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건설 관련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고정비용 지출이 높은 장치산업인데 건설경기 위축으로 많게는 50% 이상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실물경기가 죽으면서 저가경쟁이 심화될 앞으로가 더 문제일 수 있어 사태 종식까지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은 산업 전반은 물론 건설현장의 조업 감소로 물류 이동이 크게 줄면서 유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유동인구가 감소하며 크게 줄어든 매출에 대한 정부의 융자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서비스업 매출 급감, 빚상환 연체 위기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음식·숙박 등 서비스 업종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유행성 감염병이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사례를 볼 때 음식·숙박, 관광·레저, 운수 등 서비스 업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시행된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 대출을 받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긴 줄이 이어지는 등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업종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기순 한국두부류제조가공협동조합 이사장은 고객 급감에 따라 개점은 하고 있지만 30% 가량 매출이 감소해 현금이 회수되지 않는 문제를 겪고 있다“5월 종합소득세 부담에 이를 반영한 납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만연 한국고속도로휴게소하이숍협동조합 이사장은 전국적으로 유동인구가 크게 줄면서 거의 모든 휴게소에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특히 대구경북 휴게소하이숍 40여개는 3월 일주일간 폐쇄 후 재개했으나 매출이 70%이상 감소해 공과금 및 채무상환연체 위기에 빠져있다고 호소했다.

학교의 휴교기간이 길어지면서 관련 산업에 종사했던 농식품 업체는 물론 유통업체들의 경영난도 심화되고 있다.

김호균 한국급식협동조합 이사장은 ··고 개학 연기로 인한 급식 중단으로 대부분 조합원사가 임직원 대부분에게 휴무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사업장에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매출감소 및 직원 유급휴무에 따른 4대 보험 납부 연기 등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현 한국떡류제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에 따른 행사금지 및 소비심리 위축으로 80% 매출 감소하며 대부분 조합원사가 휴·폐업 위기를 겪고 있다조합이 운영하는 운영 쇼핑몰 물량도 전년 동기 대비 50% 이하 감소해 쇼핑몰에 물건을 납품하던 업체들의 경영난도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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