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칼럼] 미국발 금융위기·중국발 코로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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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칼럼] 미국발 금융위기·중국발 코로나의 교훈
  • 이권진 기자
  • 호수 2258
  • 승인 2020.04.06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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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혼란 속 국가 마비
반면교사 삼아 위기를 기회로
'제어할 수 있는 일'에 힘써라
박훈희(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박훈희(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미국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생전에 남긴 문구가 있다. “역사는 완벽히 반복되지는 않지만, 운을 이루곤 한다(History itself does not repeat, but it often rhymes).”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국가를 불문하고 각종 매체들은 일분 일초를 다투며 전 지구적 위기를 보도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이 ‘전례없는’ 혼란도 무척이나 과거와 ‘운을 이루는’ 듯한 느낌이 든다.

2008년이었다. 필자는 중국 베이징대학교 경영학부 신입생이었다. 여느 새내기 대학생과 같이 온갖 꿈과 희망을 품고 성인으로서 첫 인생 설계를 시작하던 때,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며 온 세상이 혼란에 빠졌다. 주식시장은 격렬하게 요동쳤고, 환율은 끝을 모르게 급등했다. 꿈을 안고 유학길에 올랐던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경제 상황 속에 결국 귀국길에 올랐고, 졸업을 앞둔 선배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간이 흘러 2020년, 필자는 이번엔 우연찮게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정책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이번엔 거꾸로 중국발 코로나19 팬더믹 사태가 닥치며 온 세상이 혼란에 빠졌다. 이번엔 아예 국가 전체가 마비 상태다. 뉴욕시의 명소인 센트럴파크에는 봄을 맞는 나들이객들 보다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68개 병상 규모의 임시 병원이 흉물스럽게 들어섰다.

세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펼쳐지며 미국에선 학교, 회사, 상점을 포함한 모든 공공시설이 모조리 폐쇄됐고, 채용 중단 소식을 전하는 회사는 나날이 늘어나기만 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시민 모두가 태어나서 처음 겪는 수준의 격리된 생활을 살고 있다.

필자가 중국과 미국을 번갈아가며, 배움의 길을 넓히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미국과 중국, 이 두 나라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꿈과 희망을 품고 학교에 입학한 때마다 찾아온 전 세계적 위기를 겪으며 내 스스로의 운명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내가 아무것도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상황 속에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 발버둥 쳐봤자 소용이 있긴 할까.

현재 뉴욕에 있는 작은 아파트의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거의 매일 머물며 고립돼 있다. 몸은 격리돼 있지만 내 자신에 대해 한 발자국 떨어져 생각해보자. 사실 경제의 성장과 수축은 자연적인 순환 과정이다. 많은 희생이 따르긴 하지만 수축 또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란 뜻이다.

마치 우리가 흔히 ‘경제위기’라 불리는 수축기를 거치면서 성장기 동안 수면 아래 숨겨져 있던 문제들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여 다시금 성장기에 들어서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지금의 사태는 코로나19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점이 있기는 하나, 경제 발전의 큰 틀에서 보면 지금 또한 수축기에 해당하는 셈이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이렇게 ‘운을 이루는 듯’ 항상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경제 수축기에서, 또는 인생의 쓰디쓴 대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이에 대한 답변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의 사연을 관찰하며 얻은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필자 본인의 성장배경에서 몸소 느꼈던 바가 큰 것 같다.

필자는 11살부터 가족과 떨어져 미국에서 처음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모두가 짐작했듯 처음 수개월 동안 수많은 정신적 장벽에 부딪혔고, 눈물의 나날을 보냈다. 누구에게 물어도 초등학교 4학년생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난관임이 분명했을 터다.

하지만 당시 어린 마음에도 한국을 떠나오며 친구들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오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 후로 나는 매일 영단어를 암기하고 영작 일기를 쓰며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그렇게 현지 친구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17살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때, 나는 다시 한 번 비슷한 난관에 부딪혔다. 또 다시 가족의 품을 떠나 이번엔 중국으로 건너가 2000명의 중국 학생 중 유일한 외국인으로서 현지 학교에 입학했다.

두 번째였지만 결코 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서 극심한 외로움과 불안에 휩싸여 있을 때, 내가 ‘제어할 수 있던 것’은 최대한 빨리 언어를 습득해 현지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나는 매일같이 중국어 단어를 암기하고, 중국어 과외를 하며 차츰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듬해 일부 과목들에서 연거푸 학급 석차 1등을 달성하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지금 현재. 이때의 경험들을 통해 지금의 경제위기 또는 인생의 쓰디쓴 대목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생각해본다.

위기의 시기에는 내가 ‘제어(control)할 수 있는 것’과 ‘제어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영웅은 난세에 난다고 했던가. 매번 찾아오는 위기의 순간마다 이를 극복하고 기회로 삼아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90% 이상의 에너지를 그들이 ‘제어할 수 있는 것’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기업경영을 예로 들어보자. 때론 무슨 수를 써도 일부 소비자들은 회사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 이는 회사의 사업전략 탓도, 제품 경쟁력 탓도 아니다. 그저 누구도 바꿀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떤 고객층이 회사 제품·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구매하는지는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기업 대표가 ‘제어할 수 있는 일’은 그 고객층이 왜 회사 제품을 구매하는지를 파악해 이를 다시 사업 기회로 활용하는 일이다. 또는 어떤 소비자층이 무엇에 어떤 이유로 돈을 쓰는지 파악하여 그들의 지출이 회사의 매출로 이어지도록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제어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보자. 대다수의 기업이 투자와 채용을 중단하는 와중에도 미국 아마존의 10만명, 월마트의 15만명, 그리고 인스타카트(식료품 당일 배송회사)의 30만명 신규 채용 소식을 알아차리는 것은 ‘제어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이렇게 대규모 신규 채용을 진행하는 업종이 식료품 및 소비재 유통과 배송서비스라는 점, 그리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의료용품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에 눈을 돌리는 것 역시 ‘제어할 수 있는 일’이다.

모두가 겪는 위기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 성공을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무엇이, 왜 변했는지를 파악하고 △익숙한 과거의 세상을 벗어나는 등 세상이 변화하는 흐름에 맞게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는 필자가 11살의 나이에 미국에서 첫 유학생활을 했을 때도, 17살 되던 해 중국의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도, 베이징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2008년 금융위기에도 유효했다. 그리고 과거의 위기와 ‘운을 이루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서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위기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주는 유효한 과거의 교훈일 것이다.

오늘 우리는 무엇에 집중하고 있을까? 이를 결정하는 것 또한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일’이다.

- 박훈희(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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