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상거래 트렌드 진화
지역 특산물 판로로 적극 활용
영유아 장난감 대여 ‘인기몰이’
봄꽃 축제도 ‘차타고 만끽’ 정착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연일 펼쳐지고 있다. 그중 차량에 탄 채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가리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선별진료소의 등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드라이브 스루는 기업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930년대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사업 전략이다. 사람들이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도 원하는 음식을 사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특히 미국처럼 땅이 넓고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 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땅이 좁고 서비스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서는 햄버거나 커피 등 특수한 분야에서만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운영돼 왔다.

전라북도 임실군청 광장에서 지난 2일 군청 직원들이 사전 예약한 지역 농산물을 드라이브 스루 전달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라북도 임실군청 광장에서 지난 2일 군청 직원들이 사전 예약한 지역 농산물을 드라이브 스루 전달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낯설게 여겨지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우리네 일상을 빠르게 파고든 데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재난 상황이 있었다. 침체에 빠진 내수경제를 회복할 마케팅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농산물 판매 활로를 넓히는 데 드라이브 스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백화점·호텔도 변화 수용

경북 포항에는 양식 수산물 출하가 막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어민을 돕기 위해 활어회 도시락을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서울, 대전, 세종, 광주, 하동, 포항 등 6개 지역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넙치, 우럭, 숭어, 민물장어 등 양식수산물을 시중 가격보다 40% 싸게 살 수 있다.

소비자의 반응도 좋았다. 최근 드라이브 스루 판매를 도입한 수산물수협노량진수산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총 26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현재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수산물을 모둠회로 단일 구성했지만 추후 품목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기존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널리 활용하던 매장들도 관련 매출이 늘었다. 스타벅스는 드라이브 스루 주문하는 건수가 올해 들어 2달간 지난해 동기간 대비 32% 증가했고, 한국맥도날드가 운영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는 최근 3주간 매출이 20% 증가했다.

제주도와 제주어류양식수산업협동조합이 지난달 31일 제주시 한라도서관 주차장에서 ‘제주광어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특별 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어류양식수산업협동조합이 지난달 31일 제주시 한라도서관 주차장에서 ‘제주광어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특별 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콧대 높던 백화점과 호텔도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지역 쇼핑업계에선 처음으로 지난달 17일부터 시도한 드라이브-(차량이동형 쇼핑) 서비스 이용 고객은 하루 10명 가량 된다. 지난달 17일부터 26일까지 이용자는 총 128명이었다. 하루 13명 정도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하루 20여명이 이용했다. 상품별 건수는 식품이 77건으로 반응이 가장 좋고, 잡화 25, 가정용품 19건 등이다.

롯데호텔서울은 셰프의 음식을 집에서도 맛볼 수 있도록 업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상품을 내놨다. 고객들은 다음달까지 일식당 모모야마와 베이커리 델리카한스의 제품을 온라인 또는 유선 주문 후 차에서 내리지 않고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음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자체도 속속 활용 대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사람들이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흐름 아래 판로가 막힌 각 지역 농특산물 판매를 촉진하는 데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도로변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했다. 첫날에는 15000원짜리 꾸러미 100세트가 1시간 만에 동나기도 했다. 이외에도 충북, 문경, 칠곡 등에서는 각 지역의 특산물을 드라이브 스루로 판매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쳐가고 있는 지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도 드라이브 스루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서초구와 경기 안양시·의왕시 등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휴관에 들어간 도서관들을 중심으로 비대면 도서대출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원하는 책의 대출을 신청한 뒤, 주차장 임시대여소에서 이름과 회원 번호를 대면 책을 받을 수 있는 형태다.

 

긍정적 혁신현상 바람직

집 안 활동이 많은 영유아들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장난감 대여도 진행한다. 드라이브 스루 장난감 대여는 장난감도서관 주차장에 부스를 설치해 장난감 대여 신청을 한 회원이 차를 몰고 오면 장난감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남 창원시는 장난감 드라이브스루 대여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창원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영유아를 집에만 둬야 하는 부모들을 위해 장난감 대출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브 스루 꽃놀이도 등장했다. 충북 옥천군은 옥천읍 교동저수지에서 군북면 국원리까지 8정도 이어지는 꽃길의 봄꽃 축제를 취소하면서 드라이브 스루 관람을 당부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화사한 꽃은 눈으로만 봐주시고 길 따라 드라이브를 즐겨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드라이브 스루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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