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인터뷰-기로에 선 개성공단]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되던 지난 210. 개성공단 운영 중단 4주기를 맞아 입주기업협회들은 주한 미 대사관에 모여 개성공단 운영 재개를 촉구한 바 있다. 국민들에게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겠지만 불과 4년 전 북한이 4차 수소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안보 위기를 조장하자 정부는 그해 210일 개성공단 가동의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는 뉴스가 연일 대서특필됐었다. 당시 쫓겨나가듯이 개성공단에서 나온 입주기업들은 이후에도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현재까지 자생적으로 생존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뉴스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와 관련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공단 재개를 위한 정부의 역할과 향후 방향에 대해 모색한다.

 

이희건 이사장
이희건 이사장

이희건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

회식이 있어 끝나고 대리운전을 불렀는데, 대리기사님 전화를 받으려고보니 같은 입주기업인 이더군요. 결국 다른 기사님으로 바꿨는데 개성공단의 현실같아서 오는 차안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이희건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에 있었던 일이라면서 며칠 전을 떠올렸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42개월여가 흘렀다. 정부의 지원은 사실상 201812월에 마무리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개성공단 재개와 입주기업에 보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와 입주기업이 느끼는 온도차는 컸다.

이희건 이사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도산직전기업(한계기업)이라도 선택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폐쇄 이후 매출 감소율이 50~95%에 달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이 기업이라도 최소한 망하지 않게 지원해줘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이희건 이사장은 정부와 중소기업 지원기관의 관심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관련 기관이 입주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사업으로 한계기업에 특별경영안정자금 지원 보증기관 특례보증 공공구매 조달 시장참여지원 대출 이차 보전 등을 예로 들었다.

이사장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지원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그나마 버티던 입주기업들이 이번에 완전히 무너졌어요. 코로나 지원이 쏟아져 나와도 2016년 공단 폐쇄때 수출입은행이나 중진공에서 받은 대출이 있어서 이번 대출은 안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통일부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기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3% 로 받은 대출을 이번에 코로나 지원의 1.5%로 전환이라도 시켜달라고 정부에 건의해봤지만 통일부는 요지부동입니다. 부처 차원에서 협의라도 시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 이사장은 통일부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등 개성공단 관리기관에 요청할 것이 많다고 했다. 개성공단 재개를 대비한 법·제도 T/F(태스크포스) 구성과 지원재단이 지금이라도 입주기업들의 경영실태 파악을 위해 심층면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언제 열릴지는 알수 없지만 이럴때 공단이 정상가동됐을 때 발생했던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합니다.

 

유창근 SJ테크 대표이사
유창근 SJ테크 대표이사

유창근 SJ테크 대표이사

20162월에 개성공단 폐쇄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서 안산 본부를 제외한 송도 사옥과 부천 공장을 정리했다는 유창근 SJ테크 대표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봉착했다.

폐쇄 후 4년간 인고의 기간을 거쳐 인원감축 없이 회사를 정상궤도로 올려놓았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경제학 박사이기도 한 유창근 대표는 현재 상황을 수요와 공급이 한번에 무너졌고 끝을 알수 없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정책에 대해 소상공인에 너무 집중이 돼 중소기업 규모는 지원 받기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특히 중진공에서 안내 공문을 받았으나 막상 신청하려고 하니 1분만에 자금이 소진됐다는 중진공 관계자의 안내를 듣고서는 허탈했다고 한다. 기업은 국가 경제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는 유창근 대표이사는 나눠주기 식이 아닌 필요한 기업에 집중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입주기업인으로서 주무부처인 통일부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공단 폐쇄로 발생한 피해를 온전히 보전하지 못할 수준의 지원도 지원이지만 지난 몇년간 후속 대응이 너무 미비했다는 것이다. 유창근 대표는 지난해 2월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 공단 재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직감했지만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별다른 대응과 안내가 없었다는 것이다. 유 대표이사는 공단에 재산이 묶여있는 만큼 정부가 정산을 하고 나중에 재개가 되면 기업에게 대위권을 행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19 같은 국가 위기상황에서 통일부가 나서서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한다면 입주기업에 추가 지원이 가능함에도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재개의 희망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개성공단에서 인재 양성의 희망을 발견했다는 유창근 대표는 북한의 양질의 노동력이 더 이상 노동집약이 아닌 연구개발에도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기업이 또다른 육성과정으로 인재들이 커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면 된다는 유 대표의 경영철학이 녹아든것 이다. 실제로 전기차, 휴대전화 등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SJ테크는 개성공단에서 김일성대학 출신 등을 비롯해 북한대 출신의 이공계 인력을 30명 가까이 채용한 적이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사내 복지 중 하나로 학위 과정 이수를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있어 연구, 행정인력 구분없이 대학원 진학률이 높다고 한다.

 

김상훈 연구위원
김상훈 연구위원

김상훈 중소기업연구원 동북아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현재 정상화 궤도에 복귀한 기업, 여전히 어려운 기업, 폐쇄를 고민하는 기업 이렇게 3분류로 볼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저마다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 하다못해 인식이라도 필요합니다.” 김상훈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현재 처한 상황에 맞게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세개의 그룹으로 구분하여 그에 맞춘 지원이 우선돼야 하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된만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상훈 연구위원은 개성공단 진출기업을 아무도 간적 없는 길을 기업가정신 하나 가지고 헤쳐나간 퍼스트 펭귄과 같다며 코로나19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해결될 요인이기에 지난 4년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재개를 대비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활성화 방안과 같은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의 미래를 그린다는 것은 재개 여부에 대한 고민보다는 재개 이후에 과연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현재 우리가 해야할 숙제가 될 것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논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남북협력기금법에 손실보상을 포함한 개정 경헙보험반환에 대한 특례조항 대위변제조항 폐지 남북경협 전용기금 조성 등을 꼽았다. 친기업적으로 정책을 바꿔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는 독일처럼 연대성, 보충성의 원칙과 같은 전사회적 공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는 기존의 남북경협 비즈니스 구조를 넘어 남북한 간 기술협력 중심의 협력사업으로 고도화시키는 방안 연구와 한반도는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지정학적으로 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남북한의 생산과 소비가 상호 연결되는 가치사슬(VC) 구축을 위한 경협의 추진과 정부의 신북방·신남방 정책과 연계를 제시했다.

먼저 남북한 가치사슬 체계 구축을 위해 북한내에 붕괴한 생산구조 특히 공장·기업소의 재건과 현대화 사업이 남한 중소기업 주도로 진행돼야한다고 했다. 북한 공장, 기업소와 협업하는 과정 자체가 남한 중소기업들에게 중요한 사업이 될 뿐만 아니라 사업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북한의 사업파트너가 정해질 것으로 봤다. 그리고 재건된 공장·기업소를 활용해 남북한간 VC를 연결하는 것은 남한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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