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만기 차입금 2540억원, 유동성 빨간불

코로나 터널언제쯤 빠져 나올까

(*아래 칼럼은 4월10일 작성된 중소기업뉴스의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쌍용자동차의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의 신규자금 400억원의 조달 방안을 12일 최종 확정 소식이 칼럼 내용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유의해 주십시오.) 

지난 3일 쌍용자동차 임직원들은 생각지도 못한 배드 뉴스를 들어야 했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에 약속한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쌍용차 임직원들은 관련 소식을 정말 뉴스를 통해서 들었다. 마힌드라가 3일 인도 뭄바이에서 특별 이사회를 열고 당초 약속한 23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쌍용차 경영기획실에 결과를 알린 게 아니라,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낸 입장문으로 밝혔다. 정말 상식 밖의 절차가 아닐 수 없다.

쌍용차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주주의 투자 철회로 인해 매우 우울한 상황이다. 지난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후 다시 한번 경영난국에 빠진 것이다. 마힌드라가 당초 약속했던 2300억원은 쌍용차의 회생을 위한 절실한 자금이었다. 마힌드라는 3년간 최대 400억원만 지원키로 결정했다. 이제 쌍용차가 어느 길로 들어설지 깜깜하기만 하다.

 

1999년 이후 3번의 위기 반복

쌍용차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재무구조 개선작업인 워크아웃에 돌입했었다. 이때만 해도 정말 쌍용차의 운명이 어찌될지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다가 극적으로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이 됐다. 중국 거대 자본이 투입되면서 쌍용차가 다시 부활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상하이차와의 인연은 정말 최악이었다. 상하이차는 기술 유출 논란 끝에 4년여만에 구조조정을 거쳐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하고 만다.

그 뒤의 이야기는 신문 경제면보다 사회면에서 자주 봤던 내용들이다. 상하이차 철수 이후 쌍용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평택공장 유혈사태 등 힘든 뉴스가 끊임없이 반복됐다. 그리고 다시 주인을 만난 것이 2011년이었다. 이번에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이었다. 그래도 상하이차처럼 기술유출하는 나쁜 짓을 할 기업은 아니었던 것이, 마힌드라는 인도를 대표하는 기업 중의 하나였기에 그렇다.

정말 두 회사가 합방을 하고 나서 결혼 생활이 안정을 찾는 분위기였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2.85%5500억원에 인수하고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300억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흑자전환이 찾아왔다. 티볼리 흥행으로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드디어 쌍용차도 경영 정상화라는 고속도로를 달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딱 2016년만 그랬다. 이후 줄곧 쌍용차는 비포장도로를 헤매었다. 쌍용차는 20164분기 이후 12분기 연속적자를 내는 악순환에 봉착한 것이다. 지난 3년간 누적 적자만 4114억원에 달한다.

반전 드라마일까 싶은 도입부도 연초에 있었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지난 1월 한국을 찾았다. 3년 누적적자 4100억원이 넘는 회사를 어떻게 할지 메시지가 나올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는 3년 동안 5000억원을 투자해 쌍용차의 재무구조와 경쟁력을 회복하고 2022년에는 흑자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런데 이게 약간 애매한 선언이었다. 5000억원 중에 2300억원을 직접 투자할테니 나머지 2700억원 가량은 한국의 금융당국에서 마련해 달라는 입장이었다.

뭐 거기까지는 어떻게 협상하느냐에 따라 실 보다는 이득을 챙길 수 있는 테이블이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는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철수한다면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더 골치가 아플테니 말이다. 그리고 모든 글로벌 기업은 현지 정치권의 일정을 꿰뚫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마힌드라의 제안은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만약 마힌드라의 나홀로 제안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단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든지, 전혀 검토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면, 쌍용차는 바로 구조조정 파국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쌍용차로 인해 무너질 관련 업종과 피해 중소기업들의 여파를 우리 정부가 안아야 한다. 이게 4월에는 다 표심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지난 1월은 파완 코엔카 사장이 이역만리 한국을 찾아 뜬금포에 가까운 “2300억원을 투자할테니 2700억원을 내놓아라라는 제안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상황이긴 했다.

 

핵심 자산 매각 등 경영 정상화 필요

그러나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과 타이밍이 일시에 무너지는 코로나19가 덮쳤다. 1월말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칼바람을 직면하게 된 것이다. 마힌드라는 인도 내수시장에서 매출의 대부분을 인도 자동차와 농기계 내수사업에서 발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외시장 매출이 높지 않다. 2016년 이후 인도 경제도 둔화에 직면해 지난해 4분기에는 4%까지 떨어졌다. 마힌드라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냐면 지난달 인도 자동차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8%나 감소했다고 한다.

이러니 쌍용차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게 실탄충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을 것이다. 안방이 뚫리고 있으니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쌍용차다. 마힌드라의 지원이 없다면 바로 위기 국면이다. 올해 쌍용차의 만기도래 차입금은 2540억원이다. 7월에는 KDB산업은행한테 대출금 900억원도 갚아야 한다. 쌍용차의 현금 보유량은 얼마나 될까? 현금성 자산은 12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금액도 쌍용차 연간 임직원 인건비의 30%도 안되는 금액이다. 마힌드라 투자 철회에 따라 바로 유동성 위기가 번지게 생겼다.

쌍용차는 이제 정부 쪽 지원에 기댈 뿐이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채권 1900억원 정도를 가지고 있는 채권자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정부는 항공과 중공업 쪽에 긴급자금을 수혈 중이다. 자동차 산업 쪽도 문제가 생긴다면 진화에 나설 수는 있다. 그렇지만, 정부도 여기저기 자금을 투입할 곳이 산적해 있어 쌍용차 문제에 직접 뛰어들지는 않을 걸로 예상된다.

우선 쌍용차는 자구책이 마련돼야 한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의 투자 철회 발표 후 5일 보도자료를 냈다. “차질없는 경영쇄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카드가 자산매각이다. 쌍용차는 최근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 자산을 판다는 발표를 했다. 부산물류센터와 마힌드라가 약속한 400억원이 들어오면 당장의 불은 진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어 지난 6일에는 예병태 쌍용차 사장이 유동성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또 밝혔다. 예 사장은 이날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회사는 지금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최악의 비상시국이라며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이사로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현재의 위기 상황이 도래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예병태 사장은 우선 바로잡을 팩트를 설명했다. 특히 마힌드라 그룹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2300억원은 올해 당장 필요한 긴급 자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확진자만 100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6만 여명에 이른다특히 인도의 경우 21일간의 전면 봉쇄라는 유례없는 조치가 내려지면서 응급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것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경영위기 불 번질까

그는 마힌드라그룹 역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거의 제로에 가까우면서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그룹 설립 최초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자금 경색에 내몰렸다마힌드라그룹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2300억은 올해 당장 필요한 긴급 자금이 아닌 향후 3년 간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재원이라며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요청을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이 가능함을 설명했다.

쌍용차의 위기는 비단 쌍용차 개인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외 완성차업체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긴장 상태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가 지엠대우를, 유럽의 르노가 르노삼성을, 인도의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각각 품에 안고 있다. 그러나 모두 코로나19로 매출과 가동중단 등 위기를 겪으며 국내 업체에 피해가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지엠도 모회사의 방침에 따라 팀장급 이상 임금지급을 유예하고 임원 임금 삭감을 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도 2018년 한국지엠에 우리돈 79000억원을 10년간 지원키로 약속한 바 있다. 기존 대출금의 출자전환이 50%이고 나머지는 시설투자와 운영자금이다. 한국지엠이 새로운 신차 출시를 비롯해 경영정상화를 하려면 추가지원이 필요하다.

르노삼성도 지난달 XM3이 국내에서 흥행했지만 코로나19로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중단되면서 수출절벽에 부닥쳤다. 빠른시일 내에 본사로부터 새로운 수출물량을 배정받지 않으면 안되는데 지금 전 세계 자동차 회사가 생산과 판매가 거의 빨간신호에 멈춘 상태라 쉽지가 않다. 쌍용차의 위기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의 서막이 될지, 아니면 잠깐 홍역처럼 앓고 지나갈 전염병이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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