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리 한의사의 아는 만큼 건강해집니다]자연치유력을 높일 수 있는 한국의 지혜, 식치② 발효

식치에 있어 소식만큼 기본이 되는 원칙이 하나 더 있다. 식치의 만능키이자 건강의 치트키이다. 바로 발효음식이다.

굳이 다른 건강식품을 먹지 않더라도 발효음식이 매끼니 밥상에 올라온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대로 자연발효가 잘되면 수많은 유익한 물질과 에너지가 생길 뿐만 아니라 식품에 존재하는 해로운 물질인 중금속, 잔류농약, 항생제, 환경호르몬, 미세프라스틱 입자 등이 분해, 중화, 해독되어 가장 안전한 식품이 된다.

우리는 장누수증후군이 만병의 근원이고, 그렇기 때문에 장내 정상세균총을 유지하는 것이 면역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발효음식이 좋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번에는 발효에 대해서 조금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자.

45억년 전에 수소, 탄소, 질소, 헬륨 등으로부터 탄생한 지구에서 10억여 년이 지난 35억년 전에 가장 먼저 지구에 출현한 생명체는 미생물이었다. 현재 지구촌의 삶을 완전히 바꾸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역시 미생물이다. 어찌보면 지구의 원래 주인인 셈이다.

이런 지구 생명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미생물들이 자기들끼리 유전정보를 공유하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인류와 공생하고 있다. 그 중 일부가 인체의 장을 안식처 삼아 살아간다. 인체 세포 수인 60조 개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수가 몸 안에서 아주 편안하게 살아간다.

이렇게 편안하게 살아가는 인체 안으로 다른 미생물이 침입하려고 하면, 못 들어오도록 막고 들어오면 죽이며, 그들의 안식처를 뺏기지 않기 위해 를 도와준다. 이것이 면역이다. 그러니 몸 안의 미생물을 빼놓고는 인체의 면역을 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나를 도와 면역을 완성하는 미생물들이 안 좋은 음식을 자주 먹거나, 항생제를 오랜 기간 사용해 죽게 된다면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몸 안의 미생물과 비슷한 미생물을 수시로 먹어서 그들의 개체수가 늘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것이 발효음식이다.

이를 테면, 각종 장류에는 콩과 공생하며 서식하는 균이 많을 것이며, 신 김치는 무, 배추를 영양분으로 삼으며 서식하는 균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이들의 균은 인체의 고유균과 친밀하다. 발효음식으로 섭취되어 수일 정도만 서식하는 임시균도 비록 인체 고유균과 같지 않더라도 효과는 높다. 임시균에 속하는 유산간균이나 원래 인체 장 속의 고유균이 아닌 효모도 다른 장내세균의 조성을 변화시키고 대사작용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한 살아있는 생유익균이 아니고 멸균처리로 죽어있는 유익균이라 할지라도 균의 DNA성분들이 인체 장점막 상피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여 면역반응을 비롯한 각종 유익한 반응을 나타낸다.

면역의 관점에서는 착한 식당의 기준이 발효여도 좋을 것 같다. 첨가물 없이 제대로 자연 발효된 식재료를 사용한 발효음식이 주 메뉴라면 당연히 착한 식당으로 충분하겠다. 그리고 주 메뉴가 발효음식이 아니더라도 반찬으로 한 두개 이상이 제대로 자연 발효된 반찬이 나오는 식당도 착한 식당이 된다.

한국인의 좋아하는 배달음식인 치킨도 가능하다. 치킨 무를 빙초산이나 사카린을 넣어서 만든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초절임으로 만드는 것이다. 피자에 같이 나오는 피클도 마찬가지이다. 이 정도는 돼야 발효의 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이 뿜뿜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최주리 한의사(창덕궁한의원 원장)

-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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