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액·정률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선택지’ 제안
독과점 vs 스타트업 압박…배민 정률제 전환 후 논쟁 재점화
소상공인聯선 공공앱 확산 촉구 … ‘세금먹는 하마’ 지적도

요금체계 방식 변경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배달 앱 국내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서울 송파구 본사 모습
요금체계 방식 변경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배달 앱 국내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서울 송파구 본사 모습

수수료 인상 논란으로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배달의민족이 결국 백기투항 했다.

다시 기존 수수료 체계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는 지난 10외식업주님들의 고충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하고 새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많은 분들께 혼란과 부담을 끼쳤다“41일 도입한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배민이 도입 열흘 만에 새 요금제를 철회하고 이전 요금 체계로 복귀하기로 한 것은 요금제 논란이 향후 독일계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해석한다. 지난 열흘남짓한 기간 동안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따른 논란은 숨 가쁘게 전개가 됐다.

발단은 배달의 민족1일부터 정액제(광고 1건당 월 88000)였던 기존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주문 매출의 5.8%)로 바꾼다고 공지하면서 부터다. 중계 플랫폼의 수수료가 논쟁의 도마 위에 다시 올라온 것이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자신의 SNS독과점의 횡포가 시작되는가 봅니다라는 글을 올려 배민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논쟁의 강도가 더욱 강해졌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자신의 SNS독과점의 횡포가 시작되는가 봅니다라는 글을 올려 배민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논쟁의 강도가 더욱 강해졌다.

결국 지난 6일 김범준 배달의 민족 대표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두루 살피지 못했다각계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오픈서비스 개선책을 만들고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소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7일 다시 SNS국민 무시에 영세상인 착취하는 독점 기업 말로는 어떻게 될까요라며 배민을 재차 비판했고, 공공 배달앱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피력했다. 공공 배달앱은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주문·결제·배달 서비스 플랫폼으로, 광고료나 중개 수수료 없이 업체가 배달비만 부담하면 된다. 이미 서울 광진구, 전북 군산시 등 일부 지자체가 공공 배달앱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6일 이번 배민의 요금인상 논란에 대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공 배달앱의 확산 및 보급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촉구했다. “수수료와 광고료를 낮춘 공공 배달앱이 확산하면 배달앱 시장의 합리적인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9일에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 등 관련기관, 기업들과 협업해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자체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간편결제진흥원은 소상공인 간편 결제 서비스인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기관으로 전국 제로페이 가맹점 40만 곳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배달 앱 서비스를 위해서는 제로페이 가맹점 가운데 배달을 하는 음식점을 추려낸 뒤 지도에 그 위치를 표시하는 작업과 앱을 통한 배달 주문 기능만 추가하면 되는 만큼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입장이다.

전세계 30여개국 200개 이상 도시에서 서비스 중인 우버이츠.
전세계 30여개국 200개 이상 도시에서 서비스 중인 우버이츠.

해외에서도 배달앱 수수료는 주요 화두다. 레스토랑 컨설팅회사 리절츠 스루 스트래티지의 프레드 르프랑 대표는 배달회사들이 레스토랑의 수입을 빼앗아 가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전세계 30여개국 200개 이상 도시에서 서비스 중인 우버이츠(Uber Eats)또한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소 주문 금액이 없고 실시간으로 배달 경로가 확인 가능한 우버 이츠는 수수료가 30%에 달한다. 동남아 전역에서 인기 배달앱인 그랩푸드도 20% 안팎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높은 수수료 때문에 주문 가격이 상승해 오히려 고객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계속 제기됐다.

실제로 유명 중화요리 프랜차이즈로 미국 내 1900여곳의 체인점을 보유한 판다익스프레스는 인기메뉴인 플레이트(2가지 메뉴 선택)’가 매장에서는 7.9달러이지만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면 9.55달러다. 앱을 통해 주문하면 약 18% 이상 비싼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을 무엇일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공배달앱은 대체로 실패했던 공공앱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배달앱은 20만명 수준이지만, 경기도처럼 예상 이용인원이 몇 백만명에 달하는 경우 어플 유지비용이 예산을 초과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세금으로 돈 먹는 하마를 유지하는 것은 부담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공공앱들이 수익모델 없이 세금으로 운영하다보니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었고 타 경쟁앱에 비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안전부의 ‘2019년 공공앱 성과측정 결과에 따르면 평가대상 공공앱 715개중 357(49.9%)유지판정을 받았고, ‘폐기판정을 받은 앱도 234(32.7%)에 달한다. 대표적인 앱은 서울시가 택시 승차거부를 막겠다고 출시한 지브로‘S택시가 있다. S택시는 10억원을 투자해 개발했지만 1개월 시범 운영 후 중단됐다. 기사와 승객모두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홍보비에만 150억원이 투입된 제로페이도 마찬가지다. 201812월에 출시된 제로페이는 출시 후 14개월간 누적 결제액이 1003억원이다. 14개월 누적액임에도 작년 한해 목표액인 85300억원의 1.1% 밖에 되지 않는다. 목표에 한참 미달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불편해서다. 당초 40%였던 소득공제 혜택 또한 30%로 줄면서 혜택마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정률, 정액처럼 한 가지 방식만이 아니라 업체들이 수수료 지불 방식을 선택하는 방안은 제안한다. 실제로 특허청은 2010년부터 고객 맞춤형 수수료 납부제도를 운영했다. 수수료 마일리지제도, 신용카드 할부납부, 5년 분할 납부 등 다양한 제도가 있다. 기존에 쌓아둔 마일리지로 수수료를 대신할수도 있고, 신용카드로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 특히 3년분 이상의 연차등록료를 일시에 내면 5%를 감면해주는 선납제도도 있다. 특허청의 수수료 수입은 20113473억원에서 20184979억원으로 7년 동안 30% 증가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배민같은 경우 보이는 수수료 외 숨어있는 수수료가 많아 업체들의 실 부담은 10% 내외로 보고 있다면서 업체들 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수수료 지불 방식을 다양화해서 업체들이 고를 수 있게 하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10일 배민이 수수료 인상을 철회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간듯 하지만, 향후에도 자영업자들에 생계를 위협하는 배달수수료 인상의 논란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당국의 세심한 공정시장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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