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지난 6일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신용의견서’(credit opinion)에서 코로나19 확산은 한국 경제에 전례 없는 위기지만, 한국이 중기적으로는 수준 높은 경쟁력으로 성장동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2.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4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한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로 꼽혔다. 한국이 코로나19 사태에 선방할 것이라는 평가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덕분으로 풀이된다. 면대면 접촉을 전제로 한 서비스산업은 전염병 확산의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는데, 한국은 서비스업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3.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메디컬 위기에 수반되는 실물경제 충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면서 한국의 경제적 충격이 덜한 이유가 세계가 주목하는 방역 성공 때문만이 아니라 별로 자각하지 못한 우리 경제의 특성과 강점에 비밀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그 비밀로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그나마 숨통을 돌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18일 경기 안양시 소재 착한 마스크기업 ‘에버그린’에 방문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오른쪽 두번째)이 마스크 생산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 2월 18일 경기 안양시 소재 착한 마스크기업 ‘에버그린’에 방문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오른쪽 두번째)이 마스크 생산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원동력으로 한국 제조산업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서비스업 의존도가 낮다. 한국의 서비스업 의존도가 62%인 반면에, 독일 69%, 스페인 75%, 미국 80%로 비중이 이뤄져 있다.

서비스업 중 가장 직격탄을 받는 관광업 비중은 한국이 유럽 등 주요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8%이다. 우리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제조 강국인 독일(21.6%) 일본(20.8%)보다도 훨씬 높고, 이탈리아(16.6%), 미국(11.6%) 영국(9.6%)과는 비교가 안 된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지금 하나같이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제1순위로 관심을 올리고 있지만, 다음으로 관심을 두는 부분이 바로 자국의 경제를 다시 어떻게 활성화시키냐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제조업 기반의 중요성이 역설된다.

각 국가마다 정상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산업 부품, 자재들을 수급 받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가동하는 공장이 바로 한국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유럽과 미국에서 최근 20년 동안 이뤄진 탈제조움직임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은 같은 비용과 시간을 제조에 쓰기보다는 금융과 같은 무형의 플랫폼 사업이나 네트워크에 쏟을 때 더 큰 돈이 온다고 판단하고 제조업을 조금씩 정리했다.

그 결과 정작 코로나19와 같이 전 세계 공급망 체계가 일시 멈추는 일이 터졌을 때 하다못해 이쑤시개나 마스크부터 덩치가 큰 중장비까지 내부적으로 인프라를 다시 구축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탈제조화에 따라 주요 제조업 기반을 그동안 OEM으로 바꿨기에 일어난 일이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는 전염병 방역과 함께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KDI 전문연구원)코로나19가 다 끝나고 나면 자국의 제조 산업을 그대로 지키는 게 참 중요하구나 깨닫게 될 것이라며 다만 (이것이 심화돼) 보호무역주의가 좀 더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나라살림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의 김용범 제1차관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 때는 나도 공장과 축사, 거대창고가 거주지와 너무 가까이 있어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면서 왜 우리는 유럽 도시 같이 깔끔하게 도시계획을 못할까 아쉬워하면서 한편으로 무슨 보증을 10년씩이나 해주며 중소기업을 연명시켜주나 목소리를 높인 적 있다고 회고했다.

김 차관은 이어 보증을 그만 졸업해야 한다는 구박을 받아가며 어떻게든 국내에 뿌리를 내리고 사업을 영위해 온 수십만 종사자들에게 한 때의 내 짧은 생각을 반성하며 여러분들이 우리들의 숨은 영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썼다.

그간 정부 주요 정책에서 구박을 받던 풀뿌리 제조 중소기업들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정책 지원이 필요함을 인식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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