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가 없다.” 요즘 국내 정유사 업계의 말입니다. 코로나19가 항공업계를 타격하자, 바로 이어 충격을 받는 곳이 정유사들입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가 모두 하나 같이 기름 쓰는 곳이 줄어 힘들어 합니다. 정유사들에게 또 다른 공포인 저유가 파고까지 왔습니다.

보통 저유가라고 하면, “기름값이 저렴하니까, 정유사가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통 정유업계의 업황은 유가 변동보다는 수요에 거의 결정됩니다. 또 정유사들은 기름을 정제해서 각종 석유화학물질을 팝니다. 아무리 저렴한 원가에 기름을 구매해 정제해도 사는 사람이 없다면 저유가가 무슨 소용일까요.

정제마진이란 게 있습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을 국제기준으로 많이 보는데, 4월 둘째주 기준으로 -0.7달러였고, 이는 4주 연속 마이너스였습니다. 3월에는 18년여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찍었습니다. 보통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 판매가에서 운반비, 운영비 등 제반 비용을 빼고 정유사가 실제 손에 남는 돈을 말합니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달리고 있다는 건 팔아도 계속 적자라는 겁니다.

코로나19가 무서운 것은 강력한 전염력인데요. 이는 향후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자제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겁니다. 정유사의 사업 비중 중에 자동차와 항공기 등 수송 쪽 수요는 대략 35%입니다. 나머지 60% 이상이 산업용입니다. 일단 정유 판매시장의 1/3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매출이나 수익면에서도 그만큼의 타격이 올 겁니다.

더 정확히 세분화 하면 정유사 매출 중에 15% 이상이 항공기 기름입니다. 전 세계 하늘 길이 멈춘 상황에서 15%의 매출이 이미 빠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될지 모르는 유가하락도 걱정입니다. 지금 정유사가 판매하는 수많은 석유제품들은 몇 개월 전에 구매한 원유, 그러니까 지금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산 원유를 정제한 제품입니다. 비싸게 원자재 구매해서 어느 때보다 싸게 팔고 있는 상황인 거죠.

정유사는 빙하기에 들어갔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몇몇 설비의 가동중단에 들어갔고 GS칼텍스는 일감이 별로 없으니 원유 정제설비 정기 보수일을 진행 중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가동률을 90% 수준으로 조정했습니다. 미리 많이 만들어봤자, 사갈 곳이 없기 때문이죠. S-OIL은 최근 가동률을 80%까지 낮춘 적도 있다고 합니다. 정유4사가 얼마나 자구책으로 버텨낼지 의문이 듭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