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 5위로 뛰어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10년전 불거졌던 위기를 잘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북미의 잘 나가던 자동차 회사들이 어려워질 무렵 공격적인 해외시장 진출로 선두권 진입로에 들어섭니다. 이때 중국시장 안착을 제대로 준비합니다.

이어 2010년부터 불거진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사태, 반면교사 삼더니만 단숨에 북미시장에서 도요타의 대체재로 부각됩니다. 도요타 리콜사태는 세계 자동차 경쟁역사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미국 내 출시된 일부 차량에서 가속페달의 결함이 발생되자 20101월 대규모 리콜을 진행하게 된 도요타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이미지가 곤두박질합니다.

한 번의 글로벌 경제위기와 경쟁기업의 위기를 현대차그룹은 기회로 바꾼 겁니다. 이때 현대자동차그룹의 간판 이미지가 바로 저렴하면서도 탈만한 승용차를 만드는 브랜드였습니다. 도요타와 함께 같은 아시아 쪽 브랜드이다보니동양인의 자동차라면 실용적으로 탈만하지라는 고정관념으로 도요타의 빈자리를 밀고 들어 앉게 된 겁니다. 현재도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성비 자동차 이미지는 앞으로의 경쟁력에서는 길고 어두운 터널일 수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도 이 부분을 가장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는 이제 자동차를 내연기관 제품에서 첨단 IT제품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도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하려고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의 연구개발에 매진 중입니다.

연구개발에 회사가 돈을 투자하는 건 미래시장이 어찌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붓는 보험료 같은 겁니다. 하지만 오늘 현재 이 시각에도 자동차 회사들은 판매량에 관여하고 신경을 써야 하죠. 그래서 자동차 회사마다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합니다. 이건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딜러를 위한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미국에서 지난 2월 자동차 평균 거래가격 대비 인센티브 비중을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0.1%, 14.4%를 인센티브를 썼습니다. 경쟁사인 BMW와 벤츠의 인센티브 비중은 각각 9.4%, 8.3%였습니다. 대중 브랜드로 인식되는 폴크스바겐과 토요타는 각각 9.2%, 7.4%였습니다. 이러한 수치가 말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가격정책으로 승부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앞서 말한 대로 미래 투자가 결실로 언제 맺느냐의 시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브랜드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브랜드 파워 강화를 제1 전략이라고 외쳤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지난 1월에 미국 CES에서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바꿀거라고 선언도 했습니다. 이때 언급한 솔루션이 도심항공을 가로지르거나, 자동으로 목적지를 오고가는 모빌리티 세상이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있습니다. 글로벌 차량공유기업인 우버와 손을 맞잡는 것도 그렇고, 자율주행차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미래를 바꿀 자동차 회사라고 깃발을 꽂을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속도전입니다. 실제 성과로 만들어야 소비자들은 인식을 바꿀 겁니다. 가성비 좋은 브랜드가 하루 아침에 첨단 자동차 메이저로 바뀌지 않습니다.

요즘 현대차그룹에는 젊은 인재들 발탁이 많다고 합니다. 현대차, 기아차의 각각 미래 기술 파트에는 40대 초중반이 상무로 발탁되는 게 자주 있다고 합니다. 기술자를 젊고 유능한 인물로 교체하는 건 적어도 10년간은 제대로 기술이든, 브랜드 이미지든 바꿔보겠다는 경영자의 선택입니다. 코로나19로 세계로 나아가는 수출길이 험난해 지고 있습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그룹이 가야할 길, 가야만 하는 길, 그리고 1차 목적지가 어떨지 궁금합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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