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달 31일 미국의 버드 수정법에 대한 제소국들의 보복조치를 승인한 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취한 무리수들이 잇따라 다자간 무역협상의 틀에 의해 좌절됐다는데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WTO에서 철강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조치가 협정에 위배된다는 판정을 받음으로써 이미 한 차례 망신을 당한 바 있다. 미국은 결국 한달 뒤인 지난해 12월 이를 철회한다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버드 수정법의 경우, 미국에 맞서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비롯한 11개국이 공동전선을 구성한 사안으로 WTO사상 최대 규모의 통상분쟁이었다.
미국의 패소는 어느 정도는 예견됐다. 미국 세관이 외국업체로부터 거둔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금을 자국 피해 업체들에 재분배토록 규정하는 버드 수정법에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존심을 구긴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EU와의 무역 분쟁을 피하기 위해 지난 4월 해외판매법인(FSC) 세제지원제도도 손질을 해야 했다. EU가 3월부터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 따른 마지못한 조치였다.
WTO소식통들은 통상 미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경향이었다는 점에서 WTO의 보복 승인 결정은 이런 움직임에 일정한 제동을 거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한다.
제소국측이 지난 3년여의 송사를 승리로 마무리 지은 것은 이런 측면에서 상징성이 높다.
통상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동제소국이 당장 보복조치를 발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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