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원준(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곽원준(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근 국민들은 코로나19와 관련해 2가지 대조되는 장면을 보고 있다. 첫 번째 장면은 질병관리본부를 통한 성공적인 코로나 진단과 방역이다. 최근 청와대는 한국의 코로나19 검사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고 신속히 효과적인 검사체계를 전국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을 공개했다.

설 연휴가 막 지난 1월 말에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민간시약 개발업체와 서울역 내 회의실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설명하고, 진단시약 개발을 요청하며 긴급사용 승인계획을 함께 제시하며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의 공유와 함께 대응준비에 발 빠르게 나섰다. 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물론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고 감염병 위기에 대한 철저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당부한 이후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자체 개발한 실험법을 민간시약 개발업체들에 제공했고, 업체들은 그동안 연구개발 등을 통해 축적한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실험법을 활용할 수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학계에도 바이러스를 전달하고 연구가 진행되게 함으로써 민간 차원의 진단키트 개발과 효과성 검증을 가속화했다. 한마디로 대동단결이다.

두 번째 장면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 대출 자금을 신청하는 개인과 업체들이 은행 창구와 대출담당 공공기관에서 당하는 면박과 거절이다. 은행 지점을 찾는 상당수의 소상공인이 아직 대출 준비가 안 됐다는 황당한 대답을 듣거나, 정부가 지정한 신용평가사이트의 신용등급은 인정 안 한다거나, 기존 대출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법인 사업자는 안 되고 개인 사업자만 된다” “개업한 지 6개월 이상만 가능하다는 등, 정책 수요자 입장에서는 쉽게 납득을 못 하는 거절 이유도 나오고 있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부자 소상공인만 은행에서 긴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거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신속한 검사로 발병·사망 최소화

中企 대출 지원은 면박·거절 일쑤

부처-학계, 명확한 방향 제시해야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알고 은행을 가니 지침이 안 내려왔다고 다음 주에 다시 오라는 황당한 답변을 하고, 소상공인을 진흥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에서는 담당자가 빌려준 돈을 못 갚을 것 같다고 명확하지 않은 기준을 들며 대출을 승인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항의를 하면 지침 없이 일처리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나는 어떻게 하느냐라고 하거나 당신이 못 갚으면 내가 책임진다고 되레 목소리를 높인다. 한마디로 우왕좌왕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을 사회 구석구석을 흐르는 뜨거운 피에 비유하며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당부한 것이 지난 해 말이다. 금융을 통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망을 실현하며 더 나은 내일이 만들어져야하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바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병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게 효과적인 처방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수혈도 되지 않고 있다. 소망은 좌절되고 내일은 사라지고 있다. 다행히도 지금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멀리 있지 않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코로나 진단과 방역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장면에서 그 열쇠를 찾으면 될 것이다.

우선 전문성이 뛰어난 금융분야 전문기관과 전문가 집단이 현재 국내 금융과 시장을 정확히 진단 및 파악해야 한다. 민간과 공공의 정책금융 실행기관과 협력해 당장 해야 할 업무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며 업무수행에 필요한 수단과 자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중앙부처는 각 기관과 담당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상호협력이 가능할 수 있는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공동의 대응을 독려해야 한다. 학계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금융 전문가들이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한국 경제가 당면한 금융위기에 창조적인 대응책을 제시하게 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먼저 경험하고 성공적으로 대응하며 대한민국의 높은 의료수준과 시민의식을 전세계에 알린 것처럼, 현재의 금융위기를 효과적으로 대응해 대한민국의 우수한 금융수준과 경제체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킬 대동단결이 필요하다.

 

- 곽원준(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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