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국민캐릭터 하나 열개 기업이 부럽잖다
상태바
잘 키운 국민캐릭터 하나 열개 기업이 부럽잖다
  • 이혜영 기자
  • 호수 2262
  • 승인 2020.04.29 2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민 캐릭터로 본 국가브랜드 디자인의 힘

세계 여러 나라에는 국민화가들이 있다. 국민화가는 말 그대로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 중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미술가를 가리킨다. 국내 미술계는 대체로 대가, 거장, 유명작가, 인기작가 등을 편의에 따라 선택해 국민화가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선정기준, 자격기준, 업적 평가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국민화가라는 칭호를 임의로 사용하고 있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국민화가는 국가이미지를 드높이는 소중한 유·무형 문화유산이다.

 

국민화가 보유의 순기능

국가브랜드를 상징하는 국민화가를 선정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국민화가의 자격조건은 다음과 같다. 국가와 민족 발전에 기여도가 높은 작가, 세계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의 연구물에 자주 인용되는 작품, 시대적 검증을 통과한 거장들 가운데 국민 여론을 수렴해 최종 선정된다. 한 나라가 국민화가를 가짐으로써 얻게 되는 긍정적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대내적으로는 나라 사랑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며, 공동체 의식을 결속시켜 국민 대통합에 기여한다. 대외적으로는 독창적 문화콘텐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널리 전파하고 고품격 문화관광 상품으로 개발되는 등 외교, 경제, 관광 활성화에도 보탬이 된다.

ⓒMoomin Characters™
ⓒMoomin Characters™

문화선진국들은 국민화가를 기념하거나 전 세계에 홍보 마케팅 하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국민화가 렘브란트는 경제, 문화, 사회적으로 전성기에 도달했던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네덜란드인들은 렘브란트가 활동했던 17세기를 렘브란트 시대로 부르는가 하면 아예 렘브란트 나라로 칭하기도 한다.

렘브란트의 이름을 딴 광장을 만들고 동상을 건립해 그의 위대함을 기념한다. 2016년 네덜란드 델프트과기대, 렘브란트미술관,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AI)이 렘브란트의 화풍을 재현한 <넥스트 렘브란트 The Next Rembrandt>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해외 문화선진국의 국민화가 마케팅

공동개발팀은 인공지능에게 렘브란트 화풍으로 모자를 쓰고 하얀 깃 장식과 검은색 옷을 착용한 30~40대 백인 남성을 그리라고 명령했다. AI18개월 동안 렘브란트의 작품 346점을 분석하고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렘브란트와 똑같은 화풍으로 남자의 초상화를 그려냈다. 딥러닝 기법과 3D 스캐너를 활용해 인쇄된 이 그림은 원작의 질감까지 똑같이 재현해 세계적 화제를 낳았다. 네덜란드는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를 통해 17세기 화가 렘브란트의 부활을 알리며 그가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숭배 받는 불멸의 화가임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영국의 국민화가 윌리엄 터너는 찬란했던 대영제국의 번영과 영광, 1차 영국산업혁명 시대정신을 상징한다. 영국중앙은행은 2020년부터 영국에서 통용될 예정인 20파운드에 지폐 역사상 최초로 국민의 추천을 받아 터너의 자화상과 그의 대표작 <전함 테메레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함 테메레르는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프랑스와 스페인 연합함대를 물리치고 영국에 결정적 승리를 안겨준 전설적 군함이다. 영국의 국립미술관 테이튼 브리튼은 해마다 수여하는 영국 최고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의 명칭을 터너의 이름을 따서 기념하고 11개의 터너전시실도 별도로 마련해 그의 명성을 빛내주고 있다.

 

핀란드 국민화가 토베 얀손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셔터스톡
핀란드 국민화가 토베 얀손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셔터스톡

핀란드 무민 캐릭터의 어머니, 토베 마리카 얀손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무민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무민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 절대적이다. 국가 차원에서 미국에는 미키마우스, 핀란드에는 무민이 있다고 전 세계에 홍보하는 등 국민화가 토베 얀손이 창조한 무민을 국민 캐릭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무민은 토베 얀손의 만화, 동화,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무민의 탄생 배경은 다음과 같다. 토베 얀손은 1945년 펴낸 첫 번째 무민동화 <무민 가족과 대홍수>에 무민을 최초로 등장시켰다. 첫 출간 이후 1970년까지 약 26년에 걸쳐 무민 가족과 무민 친구들의 모험이야기를 담은 8권의 동화시리즈를 발표했다. 사랑스럽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흥미로운 모험담이 결합된 무민 동화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5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고 수천만 부가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모험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과 존중의 가치를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동화 속 메시지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안겨주었다.

 

핀란드 캐릭터 무민지구촌서 인기

무민 탄생시킨 얀손 기념우표발행

 

문화선진국들 캐릭터마케팅구사

독창적 콘텐츠, 경제·관광에도 보탬

 

특히 <즐거운 무민 가족> 시리즈는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토베는 무민을 창조한 업적으로 닐스 홀게르손 상, 스웨덴 아카데미 노르딕 상, 핀란드 최고 훈장인 프로 핀란디아 훈장, 핀란드 예술상을 수상했다. 무민 동화는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고, 무민을 활용한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장난감, 벽화, 포스터,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연극, 테마파크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핀란드 무민월드ⓒ셔터스톡
핀란드 무민월드ⓒ셔터스톡

자연·역사·국민성 두루 담은 캐릭터

핀란드가 국가브랜드 상품으로 무민을 선정한 배경은 무엇일까? 무민이 핀란드인의 나라사랑과 자부심을 한껏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무민의 생김새를 보면 하마가 연상되지만 원형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상상 속 괴물인 트롤(Troll)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트롤은 숲속에 사는 나쁜 요정 혹은 거인족을 말하는데 수명은 약 300년이다. 북유럽 신화는 핀란드 영화, 만화, 게임,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의 뿌리이자 상상력과 지혜의 원천으로 토베 얀손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그녀는 신화 속 트롤의 부정적 이미지를 긍정적 이미지로 바꾸었다. 무서운 괴물인 트롤을 하얗고 포동포동하며 하마를 닮은 귀엽고 친근한 현대적 캐릭터로 새롭게 태어나게 했다.

게다가 무민 가족이 사는 무민 골짜기의 자연환경과 날씨, 일상생활은 핀란드 고유의 정서를 담고 있다. 핀란드는 위도 상 세계 최북단에 위치한 나라다. ‘북쪽에 사는 야만인의 땅으로 불릴 정도로 자연환경이 황량하고 척박하다. 1년의 절반이 혹독하게 추운 겨울이다. 겨울은 암흑의 계절로 하루에 3~4 시간만 빛이 들고 지역에 따라 영하 30도까지 기온이 떨어진다. 반면 여름은 해가 지지 않은 백야현상이 나타나는 극단적 자연환경을 가졌다. 국토의 72%는 울창한 숲으로 덮여있고, 수면 면적이 500가 넘는 호수가 188천여 개에 달한다. 핀란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베 얀손은 북유럽의 척박한 지형, 혹독한 기후, 국가자원인 숲과 나무, 호수를 무민의 흥미로운 모험담에 담았다.

또한 무민 가족은 물론 주변 친구들의 성격과 사고방식은 전통을 존중하고 정직과 협동, 독립을 중요하게 여기는 핀란드 국민성을 대변한다. 무민은 단순히 캐릭터를 넘어 핀란드 고유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2014년 핀란드정부는 무민의 어머니 토베 얀손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매했다. 국민화가의 공적과 위상을 국내외로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언젠가 핀란드 가정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실내를 관찰해보라. 각 가정에 있는 과자, 샴푸, 커피, 자일리톨껌, 엽서, 식기 등 다양한 상품에서 무민 캐릭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핀란드 명품 도자기 아라비아(Arabia) 그릇을 주목해보라. 1873년에 설립돼 오랜 전통을 이어온 핀란드를 대표하는 도자기 회사인 아라비아는 무민 스토리가 그려진 수십 종류의 다양한 식기로 구성된 무민 클래식 컬렉션을 선보여 핀란드인들의 식탁을 장식했다. 이런 사례들은 긍정, 희망, 꿈을 상징하는 무민이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로 일상 속에 언제나 늘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editor 이혜영·자료제공 : 한국메세나협회, 서울머천다이징컴퍼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