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겨내자! 中企 열전] 나원기계 서기원 대표

약속된 이윤 포기하며 중국 우선 지원
서 대표 진심에 중국정부도 무한신뢰

현지 법인 생산직원 처우 개선 앞장
올해 신사업으로 마스크 제조 신호탄

서기원 대표가 파주 나원기계 본사 공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기원 대표가 파주 나원기계 본사 공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를 검사하는 한국산 진단키트 바이오기업들의 수출 낭보가 전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방역과 진단에 반드시 필요한 방호복봉제기계를 만드는 한국의 제조 중소기업이 수출 대박을 터트렸다. 아직 한국 언론에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한 나원기계(대표 서기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나원기계 파주 본사에서 만난 서기원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던 지난 3월 중국 정부에 씸실링(Seam Sealing)550대를 발 빠르게 납품했다현재도 중국 청도에 있는 현지 공장(청도나원기계유한공사)에서 추가로 봉제기계 납품을 위해 제조공정을 풀가동 중이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현재 한국봉제기계공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나원기계는 아웃도어용 봉제품의 스티치(지손바느질, 틀바느질, 자수, 코바늘 뜨기 등의 땀이나 또는 엮은 코를 말함) 부분을 방수 처리할 수 있는 씸실링기 전문 제조 중소기업이다. 봉제기계 시장에서 나원(Nawon)’이라는 브랜드는 최상의 품질과 기술력을 자랑한다.

무봉제 관련 기계 특허만 해도 수십 건이 출원해 있다. 한국 아웃도어 산업의 리딩기업인 영원무역도 나원기계와 특별한 관계다. 지난 1991년부터 나원기계의 봉제기계를 사용하면서 현재까지 메인 공정기계로 적용할 정도다.

현지 방호복 수요의 절반 제작

서기원 대표가 이번에 중국 정부에 납품한 씸실링기 550대는 중국 의료진 방호복 제작에 있어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긴급 구호장비에 가까웠다.

방호복 내부가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을 0%로 만드는 게 품질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방호복의 박음선과 이음선을 봉제 없이 초음파 기술로 테이핑을 해서 철저하게 밀봉해야 하죠. 이번에 중국에 납품 완료한 씸실링기 550대가 하루 생산하는 방호복이 55000여벌 정도입니다. 현재 중국 의료진이 하루에 사용하는 방호복이 최소 10만장이라고 합니다. 일단 중국 현지에서 필요한 방호복의 절반을 나원기계로 제작되고 있는 거죠.”

나원기계 경기도 파주 본사 전경
나원기계 경기도 파주 본사 전경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국가 재난에 준하는 비상 체제를 가동하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자국의 제조기업도 아닌 한국의 중소기업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서기원 대표는 이번 씸실링기 수출 쾌거의 원동력을 중국과의 신뢰라고 손꼽는다.

서 대표는 지난 1월 중국 춘절 연휴에 들어가기 전에 중국 정부로부터 뜻밖의 오더가 들어왔다당시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예측하고 방호복 제작에 필요한 씸실링기 등 제조업체를 수배하던 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나원기계를 비롯해 중국 현지 메이커 몇 곳이 물망에 올랐다.

당시 중국 현지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방호복은 3만여장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위해 수많은 의료진이 입기에는 수량이 태부족이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져가던 급박한 상황에 중국 정부도 방호복 수급 등 대책 마련에 혈안이었지만 뾰족한 물량 확보가 어려웠었다.

이유는 결국 비즈니스 문제였다. 막상 중국의 여러 제조기업에 납품 오더를 내려도 기존에 체결한 다른 물량 때문에 오더를 선뜻 받아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춘절 이후 대부분의 중국 공장이 임시 중단에 들어가면서 기본 물자나 부품 공급체계 마저 끊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때 서기원 대표가 중국 정부의 다급한 손을 잡아줬다. 서 대표는 말한다. “기존에 계약했던 업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납품 기일을 모두 후순위로 미뤘습니다.” 지난 1월부터 나원기계가 중국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호복 생산 최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신화통신사서 특별취재

이처럼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이 중국을 위해 헌신적으로 협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최대 관영 언론사인 신화통신사(Xinhua News Agency)’까지 나원기계 청도공장을 찾아가 특별 취재를 했다. 이어 각종 현지 언론들이 한국의 중소기업이 중국의 최대 위기를 돕고 있다는 취지로 집중 조명을 하고 있다.

중국 청도공장에 있는 로봇설비가 자동화 공정으로 씸실링기를 제작하고 있다.
중국 청도공장에 있는 로봇설비가 자동화 공정으로 씸실링기를 제작하고 있다.

최근 신화통신의 기자는 서기원 대표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도대체 왜 기존 납품까지 미루면서 중국의 위기 해결을 위해 돕습니까?” 그러자 서 대표는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게 어떻게 중국만의 위기입니까? 중국에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공동운명체입니다.”

서기원 대표는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이윤과 실리를 추구하는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을 깨고 자칫 손실을 볼 수 있는 납기연장까지 감수하며 인류의 중차대한 생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중국 정부도 서 대표의 진심에 무한신뢰를 보여줬다. 나원기계가 긴급 물자 생산시설로 간주하고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특히 2월부터 심화된 중국 정부 당국의 엄격한 이동제한 조치 속에서 나원기계 청도공장 관계자들은 프리패스내용이 담긴 중앙 정부의 공문을 들고 씸실링기 제조에 필요한 각종 부품을 구하러 백방으로 뛰어다닐 수 있었다. 한국 파주 본사에서 수입되는 수십개의 컨테이너 박스들이 답보 상태에 있었던 중국 수입 허가를 뚫고 긴급통관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중국 현지 경찰부대가 청도공장의 보안과 안전을 위해 특별 경비까지 지원했다. 전폭적인 지원으로 중국 청도와 한국 파주 공장이 2달 넘게 풀가동 되면서 약속한 550대의 물량을 가까스로 완료했다. 봉제기계가 확보되자 중국 정부는 주변 교도소에 기계를 배송해서 교도소 안의 인력을 투입해 방호복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서기원 대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코로나19를 어떻게 대비해 왔는지 피부로 직접 체감했다고 역설한다. “중국은 연초부터 원단, 기계 등 방역에 필요한 원초적인 물자에 대해 미리 대비 태세를 갖춘 겁니다. 특히 제조기업에 미리 투자를 단행한 것은 한국도 배울 점입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방역체계와 의료기술로 극찬을 받고 있지만, 방역 분야의 제조기업들을 먼저 챙기지는 못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서기원 대표는 한국 정부 관료들이 마스크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관련 중소기업을 찾아 격려하고 생산을 재촉했지만, 마스크 원단인 MB필터 등의 부족으로 일시적인 생산 정체에 한동안 빠진 점을 들었다.

서 대표는 중국은 현재도 방역 관련 완제품(방호복, 마스크 등)의 수출은 허용해도 원자재와 제조기계의 해외 반출은 철저히 불허하고 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닥칠 때 제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차 강조했다.

스마트공장 세워 효율·생산 두 토끼

나원기계가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중국과 파트너로 맞손을 잡을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에는 지난 22년 동안 중국 현지화에 최선을 다해 온 노력도 있었다. 지난 1998년 중국 청도에 법인을 세운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법인명을 바꾸거나, 그렇다고 법인장을 교체한 적 없이 봉제기계 생산이라는 외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지금까지 세 번의 세무조사가 있었습니다. 보통 현지 법인이 중국 정부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소위 탈이 나는 일이 더러 있었죠. 하지만 청도 공장은 투명경영을 바탕으로 현지 생산직원에 대한 처우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현지화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청도 공장이 한국의 제조 중소기업에 시사하는 바는 또 있다. 바로 첨단화다. 지난 2018년부터 생산 로봇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로, 효율성과 생산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서 대표는 봉제기계 생산도 자동화에서 한 단계 도약해 로봇화로 가야 한다한국의 제조 중소기업들도 로봇생산 도입에 대해 조금씩 문을 열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단순히 로봇을 구매해서 공정에 배치했다고 로봇화를 이룬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로봇을 자기 공장 어떻게 활용할지를 이해하고 사람을 먼저 훈련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도 처음 일을 시킬 때 시행착오가 많잖아요. 로봇도 각 공정환경에 맞는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실행시 오차 등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사람이 핵심입니다.”

나원기계는 올해 새로운 도전의 길에 진입했다. 우연찮게도 이번 수출 쾌거에 힘입어 마스크 제조기계라는 신사업에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씸실링기와 마찬가지로 마스크 제조기계도 초음파 기술력이 관건이다. 초음파로 각종 원단을 붙이듯이 마스크 부직포를 깔끔하게 붙이는 기술 호환이 가능하단 것이다.

이미 중국 정부로부터 100대 오더가 들어와 있습니다. 일단 납품을 완료한 뒤에는 자체적으로 마스크를 생산해서 일반 소비시장까지 판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 청도공장에 있는 로봇설비가 자동화 공정으로 씸실링기를 제작하고 있다.
중국 청도공장에 있는 로봇설비가 자동화 공정으로 씸실링기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 1991년에 설립한 이후 30년간 나원기계를 한국과 중국에서 장수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시킨 서기원 대표는 자신의 회사에 대해 작은 철공소라고 표현한다. 요즘 한국의 작은 철공소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300평 공장 추가 부지 제공은 물론 기계설비 확충 지원금으로 75만달러를 보태줬다.

코로나19로 중국 등 해외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제조 중소기업에게 나원기계가 소리 소문 없이 완성하고 있는 성공 스토리가 좋은 교본과 포스트 코로나의 길잡이가 되길 희망한다.

서기원 대표가 말하는 현지화 3대 원칙

1) 중국 근로자에게 감사하는 마음 : 한국기업이 중국 근로자를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고 근로자들이 저렴한 임금비로 기꺼이 우리 기업을 살린다고 생각한다.

2) 항상 정직한 마음 : 어떠한 부정한 일도 용납하지 않는다. 현지 세무 관공서와 항상 정직한 대화를 한다. 브로커와는 절대 교류하지 않는다. 현지 공장 관리자들은 가짜 짝퉁 의류를 비롯한 생활용품도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3) 투명한 경영으로 함께 한다는 마음 : 중국 근로자들은 가족들과 함께 한국으로 초청을 한다. 관광도 즐기고, 본사에서 회사 비전을 설명한다. 회사의 중장기 계획을 숨김없이 알린다.

파주=이권진 기자·사진 김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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