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 유승권 이노소셜랩 이사

유승권 이노소셜랩 이사
유승권 이노소셜랩 이사

웃기는 소리 좀 그만해라. 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사회공헌을 어떻게 하냐? 직원들 내보내지 않고 월급 제때 주고 무리 없이 회사 돌아가게 하는 것만 해도 힘들어 죽겠다.”

경기도 부천에서 스무명 정도의 직원들과 함께 금속가공회사를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외삼촌은 오랜만에 만난 조카가 중소기업 사회공헌에 대해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더니 웃기는 소리 좀 그만하라고 했다. 필자는 올 1월부터 3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의뢰를 받아 과학기술문화분야 중소기업사회공헌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 여러 명을 만났다. 대표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이자 대부분의 반응은 필자의 외삼촌과 같이 회사를 운영하는 것만 해도 벅찬데 사회공헌에 신경 쓸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나머지 두 번째 반응은 직원들 눈치 보여서 밖으로 들어 내놓고 사회공헌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에서 만난 전기부품업체 Y대표는 우리 회사 직원들도 형편이 그렇게 좋지 못해요. 다들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고 지금도 좁은 빌라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데 사장이 자기 좋은 일 하겠다고 밖에다 기부하면 직원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사장 입장에선 밖에 어려운 사람 돕는 것보다 직원들한테 뭐라도 하나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에요라고 답했다.

사회공헌을 장학금 후원이나 불우이웃돕기 성금 기부처럼 현금을 내놓는 방식으로만 생각하면 경영상황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외삼촌과 시화공단 사장님의 대답이 당연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생각의 범위를 조금 넓혀 기업사회공헌을 현금 기부만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일로 생각한다면 중소기업들이 이미 잘하고 있는 사회공헌들이 많다.

외삼촌 회사에는 청각장애인 직원이 세 명 있다. 외삼촌 고향 절친 중에 청각장애인이 있어 어렸을 때부터 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그 친구의 어려움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장 주변 장애인복지관의 소개를 받아 청각장애 청년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일자리를 제공했다.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직원도 있다.

우리 회사 일이 금속가공이라 엄청 시끄러워. 장애가 없는 직원도 방음 헤드폰 안끼면 귀가 망가져. 그런데 저 친구들은 헤드폰 안껴도 일 잘해. 저 친구들이 다른 직원들에게 간단한 수화를 알려줘서 작업 중에는 수화로 얘기해. 그게 훨씬 편하고 정확해. 우리 회사에는 딱이야.”

판교에서 만난 IT 벤처기업의 K대표는 인근 특성화고등학교에 일주일에 한 번 자원봉사 활동을 간다. 그는 자원봉사 강사로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게임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이 특강을 시작한 동기는 자원봉사를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회사가 아직 설립된 지 얼마 안되다 보니, 좋은 인재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월급을 많이 줄 수도 없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회사 앞에 있는 IT특성화고등학교를 찾아가서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학교 교감선생님이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자원봉사로 특강도 하고 실제 학생들과 게임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어요. 학생들과 같이 만들다보니 요즘 청소년들이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 되는지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중에서 뛰어난 친구들 두 명은 벌써 우리 회사에서 취업 실습을 하고 있어요. 봉사도 하고 게임 개발 아이디어도 얻고 직원도 구하고 일석삼조인 셈이죠.”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 사회공헌도 최근에는 단순 기부보다는 기업의 업과 연계된 전략적 사회공헌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중 직업교육과 일자리 창출은 기업 본연의 역할과 가장 깊은 연관성이 있는 사회공헌이다. 경영환경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현금 기부를 통해 사회공헌을 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회사의 특성을 잘 활용하고 비즈니스와 연계된 사회가치창출 방법을 고민한다면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좋은 사회공헌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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