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동향] GPS 전문기업 가민의 성공 방정식

가민(Garmin)은 게리 버렐(Gary Burrell)과 민 카오(Min Kao)가 미국 캔자스 시티 외곽에서 시작한 회사다. 올해로 31주년을 맞은 가민은 GPS 기술을 이용해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한국에는 2017년 가민코리아를 세워 진출했다.

가민 창립자인 게리 버렐과 민 카오는 GPS를 민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직후인 1989년 설립된 얼라이드 시그널(Allied Signal)’사의 엔지니어들이었다. 이들은 군사 기술로 사용되던 GPS를 이용해 일반 소비자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만들기로 했다. 이들은 가민을 설립한 뒤 1991년 소형 보트와 비행기용 내비게이션인 ‘GPS 100’을 출시했다. 이 제품 출시 7년 뒤엔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을 선보였다.

현재 가민 CEO(31년간 가민에서 일했다)인 클리프 팸블(Cliff Pemble)은 최근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민은 미국 정부의 GPS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기기를 만드는 틈새 시장을 발견하고 성장했습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우리가 개척한 카테고리였죠.”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스템 출시 후 가민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가민은 이후 2007년까지 자동차, 트럭 및 오토바이를 위한 40 가지 종류의 차량용 GPS 모델을 출시했다. 당시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시스템 제품이 가민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에 달했다.

그러나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애플은 아이폰에 구글맵을 탑재했다. 그리고 애플은 여기에 GPS를 통합했다. 가민의 사업은 거의 즉각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며 문제가 악화되었다. 2007120달러 이상이었던 가민 주가는 16달러대로 떨어졌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그 당시 가민이 사업을 중단 할 것이라고 예측할 정도였다.

가민은 제품 혁신에 게을렀다. 2008년 가민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 체제를 사용하는 자체 GPS 지원 스마트폰 뉘비폰(Nuvifone)’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소매가 300달러로 비쌌지만, 터치 스크린 반응이 좋지 않았고 카메라 품질이 낮았으며 비디오 녹화 기능도 없었다. 게다가 가민은 제품 사용자에게 날씨, 교통량 및 현지 행사를 제공하는 대가로 월 6달러를 청구했다. 가민이 2년 반 만에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가민은 살아남았다. 웨어러블 기기 덕분이었다. 2003년 가민은 세계 최초의 피트니스 웨어러블인 포러너 101(Forerunner 101)을 출시했다. 가민의 회장이자 당시 CEO였던 민 카오는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제품 이외의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가민은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개 이상의 회사, 주로 지리적 범위를 넓히는 내비게이션 장비 유통 업체를 인수했다.

또한 날씨 정보와 웨어러블 기기에 내장 된 비접촉식 결제 기술에 대한 권리도 사들였다. 이에 대해 현재 가민 CEO 클리프 팸블은 어려운 회사 상황을 역전시키려면 투자를 해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돈을 절약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결코 효과가 없습니다.”

지난해 가민은 매출액 38억 달러를 올렸다. 이 가운데 웨어러블 기기가 올린 매출이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가민은 처음에는 보트나 비행기, 오프로더 등 소수 애호가를 위한 틈새 제품 개발에 중점을 두었다. 일반 대중을 위한 제품, 즉 웨어러블 기기를 출시한 것은 가민으로서는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가민이 애플과 구글, 경기침체 등의 맹공격을 견뎌낼 수 있었던 건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즉 하나의 핵심 기술인 GPS에 집중한 덕이다. 가민 CEO 클리프 펨블은 이렇게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우리가 과소평가 한 것은 웨어러블의 중요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우리의 핵심 경쟁력으로 돌아 왔습니다. 당시엔 아무도 그것이 가민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없었지만요.”

가민은 웨어러블 시계를 넘어 야구 방망이 내장 센서나 실내 스마트 자전거 트레이너와 같은 제품을 개발해 피트니스 부문을 성장시켰다. 이 사업 부문은 지난해 회사의 최고 수익 창출원이었다. 이를 통해 회사는 2008년 매출 35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서면서도 주가가 급등했다.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부문은 축소되었지만 항공용 내비게이션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물론, 애플과 구글, 삼성은 여전히 가민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남아 있다. 애플과 삼성은 스마트 워치에서 가장 큰 두 선수다. 알파벳 구글은 웨어러블 시장의 라이벌인 핏빗(Fitbit)’을 인수했다.

어떤 식으로든 가민은 수십억 달러이지만 틈새 시장에서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가민에 위치 데이터를 제공하는 지도회사 ‘HERE Technologies’CEO 에드자르 오버빅(Edzard Overbeek)는 이렇게 말했다. “가민에 대해 마음에 드는 고객 그룹에게 심층적인 전문 지식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사이클링용 웨어러블 시계를 담당하는 가민 팀원들은 전문 사이클러들이다. 항공용 내비게이션 개발 가민 팀은 조종사들로 이뤄져 있다. 결국 가민은 전문가급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간 가민이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어떻게 사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집중해 왔는지,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도움이 되는 요인이 있을 것이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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